​​​​​​​팅커스 외 2권
​​​​​​​팅커스 외 2권
  • 배상훈 기자
  • 승인 2022.03.0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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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스(Tinkers)
폴 하딩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1만4,800원

“미스터 신데렐라.” 10여 년의 무명작가 시절을 지나 데뷔작으로 2010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폴 하딩에게는 문학계 미스터 신데렐라라는 별칭이 붙었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잘 알려지지 않은 밴드에서 드럼을 쳤다. 밴드가 해체되자 몇 년에 걸쳐 첫 작품을 완성한다.

그러나 첫 작품 팅커스는 수많은 출판사로부터 느리고 명상적이고 잔잔하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는다.

그럼에도 작가는 굴하지 않고 비영리문학 전문 출판사에서 간신히 작품을 출간한다. 이어 작은 서점들을 중심으로 서서히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하다 비평가와 주요 매체의 주목을 받기에 이른다.

그리고 마침내 데뷔작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하고 수상작 중 단기간 최고 판매 부수를 기록한다. 미스터 신데렐라라는 별칭이 과장은 아닌 듯하다.

“잊어버린 노래는 사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노래란다. 알았던 기억이 있다고 생각할 뿐이지. 우리가 진짜로 해야 할 일은 우리가 그 노래들을 전혀 안 적이 없지만 동시에 그 노래들이 분명히 찬란하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야.”_책 속에서

H마트에서 울다
미셸 자우너 지음, 정혜윤 옮김 / 문학동네 / 1만6,000원

이 책은 한 편의 절절한 에세이에서 시작했다. 미셸 자우너가 한인 마트에서 장을 보며 엄마를 향한 추억과 그리움을 쓴 글 ‘H마트에서 울다’가 뉴요커에 실리자마자 수많은 독자의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

H마트는 미국에서 아시아 식재료를 전문으로 파는 대형 식료품 할인점이다. H는 한아름의 줄임말이다. ‘두 팔로 감싸안을 만큼의 크기’라는 의미처럼 그곳에는 만두피, 김, 뻥튀기, 죠리퐁, 갖가지 밑반찬 등 없는 한국 먹거리가 없다. 사람들은 각자의 추억과 사연을 안고 이곳을 찾는다. 

엄마를 잃고 찾아간 그곳에서 자우너는 딸과 함께 해물짬뽕을 먹는 할머니를 보고 울컥한다.

H마트에서 엄마는 어디에나 있다. 비빔밥에 고추장 많이 넣지 말라는 엄마의 잔소리도, 달콤한 짱구 과자를 손가락에 끼고 흔들던 엄마의 모습도, 엄마와 내가 조금씩 베어물던 동그란 뻥튀기의 추억도 이곳에선 생생하기만 하다.

그렇게 H마트에서 자우너는 엄마가 미각에 강렬하게 새긴 맛을 되찾으며 위안을 얻고 회복한다.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1만7,000원

“이 책은 내가 걸려 넘어진 돌들로 지은 성입니다.”

1981년, 대학 진학을 앞둔 19살의 리베카 솔닛은 가정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성인이 되자마자 집을 떠난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후미진 동네의 작은 방을 빌린다. 지금의 그를 보면 상상하기 어렵지만 한때 솔닛에게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신간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에서 솔닛은 집을 떠난 19세부터 지난 40여 년을 되돌아본다. 지금은 전 세계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존재가 된 그도 젊었을 때는 스스로를 세상에 없는 비존재라 느꼈음을 고백한다.

어리고 불안정했던 그가 자신의 존재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서사를 통해서였다. 그는 글을 씀으로써 사회에서 지워진 이들의 이야기를 찾아주고 집단과 사회의 지배서사를 조금씩 바꿔나간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솔닛이 자기 뒤에 오는 젊은 여성들에게 보내는 편지와도 같다. 솔닛은 뒤에 오는 젊은 여성들이 그 오래된 장애물 중 일부라도 겪지 않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고 말한다.

뉴욕 타임스 북 리뷰 말마따나 솔닛은 “나 때는 말이야” 대신 이렇게 말한다. “나는 싸웠다, 지금도 싸우고 있다, 당신들과 같은 싸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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