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구원, 대역폭 1테라헤르츠 초고속 오실로스코프 개발 성공
원자력연구원, 대역폭 1테라헤르츠 초고속 오실로스코프 개발 성공
  • 이재용 기자
  • 승인 2021.12.2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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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파형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세계 최고 성능 장비 개발
원자력연구원 연구진이 전자기파를 관측하기 위해 초고속 오실로스코프를 조정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 연구진이 전자기파를 관측하기 위해 초고속 오실로스코프를 조정하고 있다.

[일렉트릭파워 이재용 기자]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박원석)은 1테라(1012)헤르츠 대역폭과 초당 75.7테라샘플링의 속도로 빛의 파형을 왜곡없이 관측할 수 있는 현존 최고 성능의 초고속 오실로스코프를 개발했다고 12월 21일 밝혔다.

전자기파의 파형을 기존보다 10배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어 향후 전자기파 연구에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관련 연구성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달 게재됐다.

기존의 오실로스코프는 두 전극 사이를 통과하는 전자빔이 측정하고자 하는 전자기파에 의해 휘는 궤적을 연속적으로 측정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원자력연구원이 새로 개발한 초고속 오실로스코프는 이전과는 구조부터가 다른데, 금속판 사이 작은 틈을 통과하는 전자기파를 가로 막대 형태의 전자빔이 도장 찍듯 한 번에 기록한다.

이때 전자빔이 얇을수록 진행하는 전자기파의 찰나를 더 정확히 잡아내, 더 넓은 범위의 주파수를 측정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전자빔을 얼마나 압축시킬 수 있는지가 관건인데, 전자의 특성상 좁은 공간에 모여 있으면 서로 강하게 밀어내는 힘이 발생해 빔을 얇게 유지하기 힘들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자빔을 빛의 속도까지 가속해 전자들 간의 밀어내는 힘을 상쇄시킴으로써 두께를 7.5마이크로미터까지 압축시켰다. 그 결과 1테라헤르츠의 주파수로 진동하는 전자기파의 파형을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상용 오실로스코프의 최대 대역폭은 100기가헤르츠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 100기가헤르츠 이상의 주파수로 진동하는 전자기파를 입력하면 신호의 왜곡도가 심해져 측정할 수 없다. 진동하며 진행하는 전자기파는 그 자체의 정보뿐 아니라 거쳐지나가는 물질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물질의 정보도 포함한다. 이 때문에 1테라헤르츠까지 관측하는 이번 장비가 초고속 분광학 등 빛을 이용한 물성 연구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연구를 주도한 백인형 박사는 “이번 기술개발로 가까운 시일 내에 과학자들이 꿈꿔왔던 페타(1015)헤르츠, 즉 일천조분의 일 초 동안 진동하는 전자기파의 파형까지 실시간 관측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이미 실험을 통해 초당 페타샘플링의 데이터 수집이 가능함을 입증한 바 있다. 앞으로 전자빔의 두께를 수백 나노미터 단위까지 압축시키는 데 연구를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기태 원자력연구원 초고속방사선연구실장은 “이번 성과로 1테라헤르츠 주파수로 빠르게 진동하는 전자기파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기술을 확보했다”라며,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다양한 물리 현상을 더 자세히 측정하고 이해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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