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예측성 높아져 대체로 긍정… 해외 터빈업체 움직임 주목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앞으로 해상풍력 개발에 사용되는 주요 부품의 국산화 비율이 50%를 넘을 경우 내부망 연계거리의 절반을 인정받게 된다. 현행 규정상 연계거리와 수심에 따라 REC 가중치가 달라지는 상황이라 사업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질 전망이다.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공급인증서발급 및 거래시장운영에 관한 규칙’ 개정을 12월 17일 공고했다.
이번 규칙 개정은 해상풍력 REC 가중치 계산 시 적용하는 내부망 연계거리에 대한 구체적인 산정기준을 마련함으로써 REC 가중치 예측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기존에는 산업기여도 등을 고려해 내부망을 연계거리 산정 시 추가할 수 있다는 모호한 기준만 있어 사업자들이 프로젝트 경제성을 예측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불명확한 기준으로 인해 사업성 검토 과정에서 내부망 연계거리를 포함시킬지 말지를 사업자 스스로 판단해야 했던 것이다.
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관계자는 “풍력업계 입장을 담아내기 위해 지난 11월말 간담회를 가진 이후에도 추가적인 의견을 받아 최종 개정안을 마련하게 됐다”며 “업계 사이에도 온도차가 있는 상황이지만 국산화 비율 조정이나 적용시기 유예 등을 검토할 경우 또 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규칙 개정은 국산부품 사용 비율에 따라 내부망 직선거리를 총 연계거리에 일정부분 포함시켜 추가 REC 가중치를 부여하는 조치”라며 “개발비용 부담이 큰 먼 바다에서 추진되는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터빈·타워 등 5개 구성품 국산 비율 살펴
우선 개정된 규칙에는 내부망과 관련해 직선거리와 적용거리란 용어가 등장한다. 내부망 직선거리란 풍력터빈 간 최단 직선거리를 말하고, 내부망 적용거리는 연계거리 산정 시 추가할 수 있는 거리를 의미한다.
개정된 규칙에 담긴 해상풍력 내부망 적용거리 산정기준의 주요내용은 ▲부품 국산화 비율 50% 이상 시 내부망 직선거리 50% 인정 ▲정부 R&D 결과물 적용 시 내부망 적용거리 10~50% 가산 등 크게 두 가지다. 다만 정부 R&D 결과물에 주어지는 내부망 적용거리 가산치를 받기 위해선 부품 국산화 비율 50% 이상 조건을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두 가지 요건을 모두 만족시킨 사업자는 수십km에 달하는 내부망 적용거리를 인정받게 돼 추가 가중치에 따른 수익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부품 국산화 비율은 ▲터빈(36.4%) ▲블레이드(14.3%) ▲타워(12.7%) ▲하부구조물(30%) ▲내부케이블(6.6%) 등 5개 구성품을 대상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이 가운데 풍력터빈의 경우 다양한 부품으로 구성돼 있는 특성에 맞춰 나셀·허브조립(12.2%), 기어박스(8.2%), 컨버터(3.2%), 발전기(2.4%), 변압기(2.2%) 등 13개 주요 부품별 기준비율로 세분화했다.
또 업계 의견을 반영해 기어박스 유무에 따른 기어드타입과 기어리스타입으로 나눠 국산부품 기준비율을 달리 적용했다.
특히 국산품 인정기준을 명시해 해외 기자재 업체의 국내 생산시설 건립을 유도한 점도 눈에 띈다. 개정된 규칙에 담긴 국내 부품이란 국내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의미한다. 즉 국내기업이라 할지라도 생산시설이 해외에 있으면 국산품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 R&D 결과물을 사용할 때 가산되는 내부망 적용거리는 R&D 예산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정부 출연금이 100억원 이상 들어간 R&D에는 내부망 적용거리 50%를 인정하기로 했다. 50~100억원 미만 R&D의 경우 내부망 20%, 30~50억원 미만 R&D도 내부망 10%를 인정받는다.
그렇다고 모든 R&D가 적용받는 것은 아니다. R&D 품목분류 가운데 ▲부품 ▲장비 ▲시스템으로 구분되는 과제여야 한다. 여러 과제가 적용된 프로젝트일 경우 예산 규모가 가장 큰 1건만 적용받게 된다.
정부 R&D 결과물 적용의 경우 품목별로 최대 250MW까지만 운영된다. 또 특정 프로젝트나 사업자에게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최대 100MW씩 나눠 적용하기로 했다.
국내·해외 기자재 업체 어디가 유리할까
이번 내부망 적용거리 산정기준이 부품 국산화를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업계 내에서도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국산화 비율을 단계별로 높여나가는 정책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예상보다 가중치가 낮아지더라도 사업성을 판단할 수 있는 규정을 하루 빨리 도입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다만 내부망 적용거리 산정기준안이 처음 나왔을 때에 비해 최근 전반적인 업계 분위기는 차분해진 상태다. 해외 기자재를 사용하더라도 부품 국산화 비율 50%를 맞추는 게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타워·하부구조물·내부케이블 등 3가지 부품을 국내공장에서 공급받으면 기본적으로 49.3%를 채울 수 있다. 여기에 추가로 1~2개 부품만 국산품을 사용해도 내부망 직선거리 절반을 인정받게 된다.
가시화되고 있는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점차 늘어나면서 해외 기자재 업체 가운데 나셀·허브조립을 위한 공장을 국내에 설립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국내 기자재 업체의 입지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20km 미만 연근해에서 추진되는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경우 외부망보다 내부망 거리가 더 길어지기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서 이번 규칙 개정은 경제성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라며 “예측 가능한 정책 측면에서 여전히 불확실성을 갖고 있는 외부망에 대한 개념도 정확히 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