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생태계 육성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해상풍력 생태계 육성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 박윤석 기자
  • 승인 2021.11.26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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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풍력산업 심포지엄’ 열려
공급망 등 국내외 인프라 현황 공유
한국풍력산업협회와 주한영국대사관은 11월 26일 세계 풍력의 날을 기념한 ‘2021 풍력산업 심포지엄’을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했다. 정찬수 풍력산업협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한국풍력산업협회와 주한영국대사관은 11월 26일 세계 풍력의 날을 기념한 ‘2021 풍력산업 심포지엄’을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했다. 정찬수 풍력산업협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탄소중립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해상풍력의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는 가운데 안정적인 보급 확대를 뒷받침할 관련 산업 생태계 육성 방안을 살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풍력산업협회와 주한영국대사관은 11월 26일 세계 풍력의 날을 기념한 ‘2021 풍력산업 심포지엄’을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했다. 온라인으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서는 국내외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해상풍력 기반 조성’을 주제로 인프라 현황과 생태계 구축 필요성을 짚어봤다.

2030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에 따른 2030년 발전비중은 ▲신재생에너지 30.2% ▲원자력 23.9% ▲석탄 21.8% ▲LNG 19.5% 등 순이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밝힌 2030년 발전비중 전망인 ▲석탄 29.9% ▲원자력 25% ▲LNG 23.3% ▲신재생에너지 20.8%와 큰 차이를 보인다.

결국 탄소중립을 실현하면서 대규모 전력공급이 가능한 해상풍력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존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서 밝힌 해상풍력 12GW 목표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당장 내년에 수립 예정인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2030 NDC를 감안한 새로운 전원믹스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까지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한 해상풍력 개발사업은 이미 10GW를 넘어섰다. 여기에 발전사업허가 신청을 앞두고 있는 국내외 개발사 프로제트만 수 GW에 달한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해상풍력 특성상 본격적인 공사에 앞서 부품 공급망, 설치·시공, 배후항만 등 원활한 해상풍력 개발을 지원할 산업 생태계 육성은 프로젝트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항만기본계획과 해상풍력발전단지 지원항만 개발방향(이종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센터장) ▲영국 해상풍력 클러스터 조성과 지역산업 육성 사례(앤드류 올리버 THMA 의장) ▲유럽 사례로 보는 한국 해상풍력산업 육성 과제(오정배 블루윈드엔지니어링 대표) 등을 주제로 발표가 이어졌다.

해상풍력 공급망 관련해서는 ▲풍력발전 인프라 구축사업 추진 동향(김명준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대리) ▲해상풍력 전용 케이블 개발 및 공급현황(장인석 LS전선 대리) ▲국내 해상풍력 전용선박 개발현황(박광식 현대스틸산업 팀장) 등의 주제발표가 진행됐다.

특히 울산시와 전남도는 현재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해상풍력 개발사업과 향후 투자유치 계획을 공유했다.

이종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공공투자분석센터장은 지원항만을 포함한 권역별 해상풍력 클러스터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종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공공투자분석센터장은 지원항만을 포함한 권역별 해상풍력 클러스터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역별 해상풍력 지원항만 조성해야
이종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항만연구본부 공공투자분석센터장은 효율적인 해상풍력 개발을 위해선 권역별 해상풍력 클러스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선 배후항만을 포한한 해상풍력 클러스터를 구축한 사례가 없다보니 외부에서 부품을 조립한 후 바지선 등을 이용해 운송하는 과정을 거쳐 해상에서 다시 부품을 조립하는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는 전국적으로 60개의 항만이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수출입 화물을 담당하는 31개 무역항과 도서지역 연계용도의 29개 연안항이 구축돼 있다. 이는 관리 주체에 따라 해양수산부가 건설·운영하는 국가관리항과 지자체가 직접 건설·운영하는 지방관리항으로 나뉜다.

이종필 센터장은 “해상풍력 클러스터란 해상풍력 건설·관리운영을 비롯해 부품 생산·조립단지, 전문인력양성센터, R&D 실증센터 등이 복합된 형태를 의미한다”며 “부두시설을 이용해 부품을 조립·운송하고 배후단지에서 부품을 생산·조립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상풍력 클러스터를 조성하기에 앞서 사이트 입지를 비롯해 관련 산업 성장성과 경제성·민원 등의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며 “현재 전 지역 해역에서 해상풍력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거점형 해상풍력 클러스터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군산항(서해권역) ▲목포신항(서남해권역) ▲고현·옥포·부산항(남해권역) ▲울산신항·포항영일만항(동해권역) 등을 거점으로 지원항만을 조성하는 해상풍력 클러스터 구축을 제안했다.

앤드류 올리버 THMA 회장은 항구를 중심으로 기업·연구기관·학계 등 해상풍력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조직들이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영국 험버 지역 사례를 설명했다.
앤드류 올리버 THMA 회장은 항구를 중심으로 기업·연구기관·학계 등 해상풍력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조직들이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영국 험버 지역 사례를 설명했다.

영국 험버, 항구 중심 협업체계 정착
앤드류 올리버 THMA(Team Humber Marine Alliance) 회장은 기업·연구기관·학계 등 해상풍력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조직 간 협업체계 구축을 통해 해상풍력 활성화를 이끌고 있는 영국 험버 지역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THMA에서 활동하고 있는 해양전문 변호사다.

THMA는 영국 해상풍력 분야 비영리기관으로 해상풍력 운영사와 항만사, 엔지니어링 기업, 연구소, 대학은 물론 1인 기업까지 200여 회원사를 보유하고 있는 클러스터 조직이다.

이곳에서는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물론 공급망, 배후항만 연구, 교육훈련 현황조사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영국이 글로벌 해상풍력 선도국가로 성장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앤드류 올리버 회장은 “영국 동부 해안에 위치한 험버 지역에는 여러 항구가 위치해 있다”며 “이 지역을 중심으로 인근에 총 2.7GW 규모의 6개 해상풍력단지가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08년 건설된 린 앤 다우싱 해상풍력을 시작으로 지난해 1.2GW 규모의 혼시1 해상풍력이 준공돼 500기가 넘는 풍력터빈이 운전 중”이라며 “이는 영국에 설치된 전체 해상풍력터빈의 22%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험버 지역의 해상풍력 개발상황을 설명했다.

앤드류 올리버 회장에 따르면 험버 지역에 위치한 항구들은 경쟁관계인 동시에 각자의 특색을 갖고 있다. 공해에서 가장 가까운 그림스비 항구는 해상풍력 운영과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하구 안쪽에 위치한 헐 항구는 생산기지로 활용되고 있다. 이밍엄은 물동량 기준 영국 최대 항구로 가장 많은 화물이 입항하는 곳이다.

험버 지역에는 현재 2개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2022년 준공 목표로 건설 중이다. 이외에도 혼시3·4와 레이스 뱅크 익스텐션 등 3개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계획돼 있다. 2030년이면 총 10.5GW의 해상풍력단지가 가동될 전망이다.

앤드류 올리버 회장은 “해상풍력단지 운영으로 현재 1,710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는데 4~5년 이후엔 고용인력이 1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 해상풍력 분야에서 활동할 젊고 유능한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고 밝혔다.

또 “THMA는 영국 내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해외 해상풍력 개발사업 발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며 “다른 클러스터 기관과의 협력 관계를 넓혀 가는 동시에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활용해 기업들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정배 블루윈드엔지니어링 대표는 실용화에 기반을 둔 유럽의 해상풍력 R&D와 달리 제품기술 개발에 치중해 투자비 대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국내 해상풍력 R&D 전략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오정배 블루윈드엔지니어링 대표는 실용화에 기반을 둔 유럽의 해상풍력 R&D와 달리 제품기술 개발에 치중해 투자비 대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국내 해상풍력 R&D 전략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R&D 효과 미미… 실용화 전략 필요
오정배 블루윈드엔지니어링 대표는 유럽 해상풍력 개발 사례를 통해 유독 한국이 해상풍력 개발에 더딘 이유로 ▲R&D ▲제도 ▲인프라 ▲수용성 등을 꼽았다.

글로벌 해상풍력 선도국가인 영국은 10.4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인허가를 마치고 투자가 결정된 프로젝트만 7.2GW에 달한다. 해상풍력터빈 기준으로 2,291기가 돌아가고 있고, 700여 기가 더 설치될 예정이다.

반면 국내 전체 풍력단지 규모는 1.68GW 수준으로 이 가운데 상업운전 중인 해상풍력은 90MW에 불과하다. 다행히 향후 개발실적에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최근까지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해상풍력 개발사업이 10GW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오정배 대표는 “해상풍력의 LCOE(발전단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시장 확대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며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해상풍력 확대 정책을 펼쳐야 할 시점에 REC 가중치·국산화 등을 논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시장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해상풍력 분야에서 유럽의 기술 확산 속도가 빠른 이유는 실용화와 지식공유란 철학을 바탕으로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제품기술 개발에 치중한 폐쇄적인 연구개발 문화로 인해 투자비 대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산업화에 맞춘 전향적인 R&D 전략 전환을 제안했다.

영국은 한국의 RPS제도와 유사한 RO(Renewable Obligation)제도를 운영하다 2012년 해상풍력의 보조금 역할을 하는 발전차액계약인 CfD(Contract for Difference)제도 도입을 통해 투자 불확실성을 낮춰 공급망 구축을 유도하고 있다.

오정배 대표는 “RPS제도와 유사한 지원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예측 가능성이 낮은 지원제도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미 해외에선 한국의 정부부처 간 불협화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대만보다 앞서 해상풍력 개발에 나섰지만 최근 거꾸로 대만을 벤치마킹하는가 하면 베트남마저 바짝 추격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정부·기업 모두의 반성과 변화를 당부했다.

김명준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대리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풍력 인프라 구축사업을 소개했다.
김명준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대리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풍력 인프라 구축사업을 소개했다.

풍력터빈 실증·인력양성 등 인프라 구축 속도
김명준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대리는 ▲풍력터빈 너셀 테스트베드 ▲초대형 풍력터빈 실증 ▲해상풍력산업지원센터 ▲부유식해상풍력 종합지원 콤플렉스 등 현재 추진하고 있는 풍력 인프라 구축사업을 소개했다.

김명준 대리는 “하부구조물과 타워 등에 비해 풍력터빈의 가격·기술 경쟁력이 선진국 대비 열위에 놓여 있다”며 “국산 기자재의 경쟁력 확보와 국산화율 제고를 위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두산중공업과 유니슨은 각각 8MW와 10~12MW 풍력터빈을 자체 개발하고 있고, 효성은 중국기업과의 합작법인을 통해 8MW 이상 모델을 개발 중”이라며 “정부 정책에 따라 대규모 해상풍력 개발이 예정돼 있는 만큼 기술지원을 비롯한 인력양성, 교육·훈련시설, 배후항만 등 관련 인프라 구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선 경남 창원에 들어서는 15MW급 풍력터빈 너셀 테스트베드는 2022년 상반기 착공 예정이다. 이곳에는 너셀의 환경시험과 평가·인증을 위한 실증센터가 구축된다.

2014년 조성된 영광 실증단지에서는 두산중공업의 8MW 해상풍력터빈 실증을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현재 기초공사를 마친 상태로 오는 12월 말 타워 설치에 이어 2022년 1월 너셀·블레이드를 조립한 후 시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명준 대리는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조성되는 해상풍력산업지원센터는 전문인력 양성을 비롯해 해상풍력단지 조성과 주민수용성 확보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며 “2024년 센터 건립이 완료되면 해상풍력 관련 안전·기술교육과 유지보수 인력을 양성하는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올해 신규로 추진하고 있는 부유식해상풍력 종합지원 콤플렉스 조성사업은 부유체 등 핵심 부재 설계 관련 기술지원과 실해역 형식시험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정부예산 150억원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에 참여할 지자체·전문기관을 공모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박광식 현대스틸산업 팀장은 크레인 사양을 1,200톤으로 늘린 1만4,000톤급 해상풍력 전용 설치선 개발현황을 설명했다. 2023년 6월 건조 예정인 전용선은 10MW급 해상풍력터빈 설치도 가능하다.
박광식 현대스틸산업 팀장은 크레인 사양을 1,200톤으로 늘린 1만4,000톤급 해상풍력 전용 설치선 개발현황을 설명했다. 2023년 6월 건조 예정인 전용선은 10MW급 해상풍력터빈 설치도 가능하다.

10MW급 풍력터빈 설치 가능한 전용선 건조 중
박광식 현대스틸산업 팀장은 현재 건조 중인 1만4,000톤급 해상풍력 전용 설치선 개발현황을 소개했다. 2023년 6월 건조를 목표하고 있는 전용 설치선은 풍력터빈 대형화 추세에 맞춰 기존에 개발 중이던 선박 사양을 업그레이드시킨 것이다.

박광식 팀장은 “풍력터빈이 빠르게 대형화되면서 계획했던 해상풍력 전용 설치선 운용 전략을 시장에 맞추다보니 설계 변경이 불가피했다”며 “무거워진 나셀 중량을 반영해 크레인 사양을 기존 800톤에서 1,200톤으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크레인 사양이 커지면서 선박 전체 하중 또한 증가해 1만4,000톤급 전용 설치선으로 업그레이드됐다”며 “연약지반을 고려해 레그 길이도 기존 85m에서 최대 100m까지 확장했다”고 밝혔다.

5MW급 해상풍력터빈 기준 한 번에 총 3기를 탑재할 수 있는 전용 설치선은 크레인 붐 길이만 120m에 달해 10MW급 모델 설치도 가능하다. 날씨와 현장상황 등 시공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한 달에 4~5기 정도의 풍력터빈을 설치할 수 있다.

박광식 팀장은 “우선 한림해상풍력단지 시공에 전용 설치선을 투입하는 것을 목표로 건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2023년 하반기로 예정돼 있는 풍력터빈 설치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또 “해상풍력단지가 조성될 위치에 따라 전용 설치선만 운용하는 방식과 바지선을 함께 띄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사이트가 멀 경우 설치선은 현장에서 설치작업을 진행하고, 바지선이 기자재를 운송해 전체 공기를 단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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