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도미노 타격에 ‘분산에너지’ 주목
기후위기 도미노 타격에 ‘분산에너지’ 주목
  • 박윤석 기자
  • 승인 2021.11.15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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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가교 역할 집단에너지 적합
온실가스 감축·P2H 활용 등 정책 부합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묶어두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가 더욱 활발해 지고 있다. 최근 영국에서 열린 26번째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한 100여 나라 정상들은 탄소중립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한 목소리를 냈다.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 온도가 1.5도 이상 오를 경우 전 세계가 마주해야 할 재앙 수준의 위기를 경고한 보고서는 수 없이 많이 쏟아졌다. 전환(에너지)·산업·수송·건물 등 부문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도미노처럼 번져 기후변화 위기를 맞게 된다는 우려 섞인 분석들이다.

온실가스 배출 7위 국가인 우리나라는 산유국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물론 영국, 프랑스보다 많이 배출하고 있다. 무엇보다 오래전에 탄소배출 정점을 찍고 탄소 줄이기에 나선 유럽·미국·캐나다 등과 달리 우리나라는 2018년 온실가스 배출 정점을 찍었다. 그동안 기후위기 대응을 미뤄온 만큼 탄소 감축량 기울기가 가파른 모양을 띌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탄소중립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전환·산업·수송 등 각 부문의 전기화가 핵심 수단으로 꼽히면서 전 세계적으로 저탄소 발전원으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10월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석탄과 LNG를 포함한 모든 화력발전을 중단하는 A안과 LNG발전을 유연성 전원으로 활용하는 B안 등 2가지 안을 함께 제시했다. 어느 쪽이 최종안으로 결정되든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 전력수요는 2018년 대비 2배 이상 크게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과 건물부문에서 사용하는 전력수요가 60%를 넘을 것으로 봤다.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실현 수단으로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중심에 두면서도 변동성, 간헐성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발전량·소비량 예측, ESS, 수소 연료전지 등의 기술지원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또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개발을 통해 최소한의 화석연료 사용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감축할 계획이다. 즉 석탄발전 축소·폐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전력수급 안정화 문제를 LNG발전이 뒷받침하도록 탄소배출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공급 체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미래기술과 별도로 늘어나는 전력수요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한 셈이다. LNG 연료를 활용한 지역 주도의 분산형전원 확대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분산형전원은 지난해 발표된 한국판 뉴딜의 그린뉴딜 분야에 포함될 만큼 국가전략 차원에서 중요한 자원이다.

특히 2030년을 목표로 하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시계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검증된 발전설비와 최신 기술을 적용하고 있는 집단에너지를 탄소중립 실현의 가교 역할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탄소중립 관련 분산에너지 평가 미진
탄소중립위원회는 앞선 10월 ‘2030 NDC 상향안’을 통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는 이전보다 14%p나 오른 공격적인 목표다.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량을 살펴보면 전환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즉 에너지 쪽에서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전환부문에 할당된 온실가스 감축량은 전체 감축목표의 41%가 넘는 2억9,100만톤 규모다. 두 번째로 감축량이 많은 산업부문보다 3배나 많은 양이다.

2030 NDC에 따른 2030년 발전비중은 ▲신재생에너지 30.2% ▲원자력 23.9% ▲석탄 21.8% ▲LNG 19.5% 등 순이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밝힌 2030년 발전비중 전망인 ▲석탄 29.9% ▲원자력 25% ▲LNG 23.3% ▲신재생에너지 20.8%와 큰 차이를 보인다.

결국 내년에 수립 예정인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2030 NDC를 감안한 새로운 전원믹스 마련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울러 2030 NDC와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언급되진 않았지만 그동안 국가에너지계획에 꾸준히 반영됐던 분산에너지의 역할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승훈 한국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탄소중립 실현과 관련해 분산에너지가 아직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유 교수는 “지난 10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확정되기 이전에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전략이 발표되다 보니 해당 추진전략에 탄소중립과 연계한 정책적 방향성을 담아내지 못했다”며 “앞서 추진전략이란 명칭으로 발표된 만큼 구체적인 내용과 일정을 담는 다음단계 로드맵 수립 시 탄소중립 전략과의 정합성을 고려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030 NDC 부문별 감축 목표
2030 NDC 부문별 감축 목표

독일·덴마크 등 탄소중립 선도국 집단에너지 확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정부의 2030 NDC 전략은 기존 집단에너지 등 분산형전원 확대 계획과 같은 방향성을 갖는다. 정부가 분산형전원을 에너지전환의 한축으로 둔 이유는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보완 ▲송전 회피 ▲에너지효율 등의 편익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정부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과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안전하고 깨끗한 전원믹스 계획과 함께 지역 주도의 에너지분권을 실현하는 분산형전원 활성화 방안을 수립했다.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204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30%를 분산에너지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 3월 확정된 5차 집단에너지공급 기본계획에는 2023년까지 지역난방을 408만 세대로 늘리고 산업단지 집단에너지도 총 51개 사업장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통해 온실가스 1억221만톤과 대기오염물질 31만1,000톤을 감축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은 에너지효율이 높아 온실가스 감축과 대기오염물질 저감에 효과적이다. 연료사용이 적은 만큼 탄소배출량 또한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된다. 일반적인 LNG복합발전이 50%대 수준의 효율을 내는데 반해 열병합발전은 80% 가까운 종합효율을 나타낸다. 최근에는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이 발생했을 때 열에너지로 변환하는 P2H(Power to Heat) 설비와 결합해 열을 만들어 내고 있어 활용 가치가 더 커졌다.

탄소중립을 일찍부터 실천하고 있는 독일과 덴마크는 이 같은 열병합발전의 특성을 반영해 집단에너지 공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유승훈 교수는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함으로써 온실가스 저감에 공헌하고 있는 집단에너지의 기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열병합발전은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동시에 재생에너지 유휴전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탄소중립과 연계된 정책 기조와 잘 맞아 떨어진다”며 “재생에너지·집단에너지·연료전지 등이 분산에너지에 포함돼 있지만 수요지 인근 보급을 전제조건으로 한다는 점에서 집단에너지가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태양광이 분산에너지로 분류돼 있지만 지역적 분포를 살펴보면 대부분 전남도 등 특정지역에 집중돼 있어 본래 취지에 맞는 분산에너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며 “도심에 설치된 지붕형·베란다형 태양광 정도가 분산에너지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소규모라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전 등 전력자립도 최하위권
집단에너지와 같은 분산형전원은 전력 수요지 인근에 건설되기 때문에 송전선로·송전탑 등 송전설비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이는 밀양송전탑 사태와 같이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민원 발생을 방지한다는 점에서 경제적 효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생산된 전기를 인근 변전소를 거쳐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빌딩에 직접 공급할 수 있어 장거리 송전에 따른 전력손실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것도 특징 가운데 하나다. 탄소중립 시나리오에도 향후 발전량을 전망하면서 발전소 내 소비와 계통손실로 인한 발전량 손실분 3.5%를 반영한 내용이 담겼다.

전기사업법에 따른 분산형전원은 전력수요지역 인근에 설치해 송전선로 건설을 최소화할 수 있는 ▲40MW 이하 모든 발전설비 ▲500MW 이하 집단에너지·구역전기·자가용발전설비를 의미한다. 이 같은 기준에 따라 재생에너지라 할지라도 대규모로 건설되는 해상풍력의 경우 분산에너지에 포함되지 않는다.

유승훈 교수는 “송전망 없이 수요지 인근에서 전력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형태가 돼야 정책 취지에 맞는 분산형전원이라 할 수 있다”며 “이미 전력생산량이 전력수요를 넘어선 지역에 발전설비를 건설할 경우 다른 지역으로 송전할 수밖에 없어 분산형전원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한전 통계와 시·군·구별 전력사용량을 분석해 내놓은 2019년 지역별 전력자립도를 살펴보면 전력공급과 수요가 불일치하는 지역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분석자료에 따르면 충남과 경북·경기·인천·전남지역 순으로 전력생산량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발전인 화력발전과 원전이 가동되고 있는 지역의 전력생산량은 높은 반면 대전·광주·서울지역의 경우 상당히 낮은 상태다.

눈여겨볼 대목은 지역별 발전량을 전력소비량으로 나눈 전력자립도 수치다. 전력자립도가 낮으면 결국 외부에서 필요한 전력을 끌어와야 하기 때문에 송전설비 건설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서울은 17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전력소비량을 기록한 반면 전력자립도에서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인천·충남·부산·경북 등 지역은 전국 평균 전력자립도 108%를 상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단지의 집단에너지 확충도 중요하지만 아파트와 빌딩이 밀집한 도심권의 안정적인 전기·열 공급을 위한 신규 열병합발전 건설이 필요한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준 결과다.

도심 인근에 건설되는 열병합발전의 경우 주로 LNG를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황산화물(SOx)과 먼지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미세먼지 원인물질인 질소산화물(NOx)도 환경설비를 구축해 법적 기준치 10ppm 이하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
 

2019년 광역시도별 전력수급 및 전력자립도 현황(자료=에너지경제연구원)
2019년 광역시도별 전력수급 및 전력자립도 현황(자료=에너지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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