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의 독서 외 2권
시절의 독서 외 2권
  • 배상훈 기자
  • 승인 2021.11.05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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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의 독서
김영란 지음 / 창비 / 1만6,000원

한국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자 소수자의 대법관 김영란이 신간 ‘시절의 독서’를 펴냈다. 김영란은 1981년부터 판사로 일했다. 2004년부터는 6년간 대법관으로 재직하면서 정의 확립과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앞장섰다.

이 책에선 문학작품에 대한 그의 해박한 지식과 작가에 대한 다정한 관심, 텍스트를 사회현실과의 긴밀한 연관 속에서 바라보는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

어린 시절 탐독한 ‘작은 아씨들’과 브론테 자매의 소설, 일과 가정에서의 의무를 동시에 요구받았던 여성의 입장에서 읽은 도리스 레싱, 직업적 법률가라는 정체성과 경험을 통해 해석한 카프카, 6월 항쟁 직후의 정치적 상황 속에서 읽은 쿤데라 등을 대상으로 작가와 문학의 관계, 문학과 현실의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사색을 담았다.

한편 이 책은 삶에서 부딪히는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미로처럼 보이는 세상을 납득하고자 책읽기에 열렬히 빠져들었던 김영란의 내밀한 고백으로도 읽힌다. 일생 내내 자유를 꿈꾸기 힘든 시대를 살았던 그에게 문학은 다른 세상을 꿈꾸게 해주는 유일한 탈출구였다.

김영란에게 문학은 거짓으로의 도피가 아니라 거짓으로부터의 도피였다. 그가 책으로부터 얻은 위로와 격렬한 현실 인식이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도 전해지리라 기대한다.

도시를 움직이는 사람들
브라이언 플로카 지음, 김명남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만4,000원

“도시가 갑자기 멈추었지만 세상이 완전히 멈춘 건 아니에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잠시 멈춘 도시를 계속 움직였던 사람들이 있었다. 이 책은 보이거나 혹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들의 일을 해낸 사람들의 이야기다.

칼데콧 상 수상작가 브라이언 플로카는 코로나19 자체에 대한 언급보다는 팬데믹에 놓인 사람들의 삶에 구조에 초점을 뒀다. 그리고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상황을 아주 자세하게 보여준다.

서로를 대면하는 일, 필요할 때 물건을 사는 일, 밥을 먹고 가고 싶은 곳에 가는 일처럼 평소에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우리의 평범한 일상 뒤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땀방울이 녹아 있었다.

어쩔 수 없는 단절과 분리 앞에서 그동안 잠시 잊고 살았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중함을 깨닫고 노동의 숭고한 가치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이 책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도 세상과 나와 이웃의 일상을 소중하게 지키는 존재들이 있기에 하루하루를 무사히 보낼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준다.

미래의 지구
에릭 홀트하우스 지음, 신봉아 옮김 / 교유서가 / 1만6,800원

신간 ‘미래의 지구’는 기후 저널리스트이자 기상학자인 에릭 홀트하우스가 선보이는 기후위기에 관한 희망을 이야기하는 최초의 책이다.

그간 기후변화 관련 책이 인류의 위기를 경고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 책은 지난해부터 2050년까지 10년 단위로 인류가 기후위기를 극복하가는 희망의 30년 서사를 담고 있다.

그는 기후변화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탄소 배출, 해수면 상승, 더욱 강력해진 허리케인, 심각한 홍수, 극심한 가뭄과 산불 등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종말론적인 시선에 그치지 않고 미래학자·기후학자·생물학자·경제학자·기후변화 운동가와 나눈 인터뷰를 통해 지구와 인간사회가 공존할 수 있는 미래의 지구를 보여준다.

이 책은 기후위기가 지구와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에만 국한하지 않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청사진을 보고 싶거나 기후 우울증으로 회의감에 빠진 이들에게 희망의 처방전을 선사한다.

저자는 ‘개개인의 행동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말이 기후와 관련된 가장 커다란 거짓말이라며 지속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뿐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단순히 과학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 우리가 다시 서로를 돌보는 법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힘을 합쳐 변화를 이뤄냈을 때 어떤 모습일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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