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의원 “녹색채권, 그린 워싱으로 악용”
김성환 의원 “녹색채권, 그린 워싱으로 악용”
  • 배상훈 기자
  • 승인 2021.10.12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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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막기·채권 갈아타기 등 도덕적 해이 만연
외부기관 검증 없이 ‘셀프보고’ 2장으로 대체
국회 산자중기위 소속 김성환 의원
국회 산자중기위 소속 김성환 의원

[일렉트릭파워 배상훈 기자]국회 산자중기위 소속 김성환 의원이 10월 12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녹색채권 부실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에너지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했다.

녹색채권은 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 청정운송 인프라 투자를 목적으로 발행하는 특수목적채권이다. 전 세계적으로 누적금액만 1,300조원이다. 올해만 365조원이 발행되는 등 큰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투자방식이다.

우리나라는 2013년 수출입은행이 최초로 발행한 이후 최근 탄소중립 흐름에 맞춰 급격히 증가했다. 현재 13조9,290억원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녹색채권이 당초 목적대로 탄소중립과 환경개선 목적에서 벗어나 기업의 그린 워싱(green washing)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과 받은 발전공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환 의원실이 분석한 결과 발전공기업이 발행한 녹색채권은 누적 기준 3조3,962억원이다. 하지만 상당금액이 녹색채권 발행 취지와 맞지 않은 곳에 쓰이고 있다.

김성환 의원은 “남동발전의 경우 올해 1월 3,000억원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는데 전액 REC 구매에 사용할 계획”이라며 “이는 자신에게 할당된 재생에너지 발전 의무를 추가적인 인프라 투자 없이 빚으로 충당하겠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같은 발전공기업인 남부발전은 2019년 집행한 녹색채권 177억원을 REC 구매에 활용한 적이 있다.

녹색채권은 ‘추가성의 원칙’이 있어서 채권발행으로 온실가스 추가감축 효과가 있거나 환경 개선효과가 나타나야 한다.

국제 녹색채권원칙(GBP)에선 녹색채권이 아니더라도 감축효과가 있거나 재원조달에 문제가 없는 프로젝트는 추가성의 원칙과 맞지 않는 것으로 간주한다. 특히 REC는 이미 발전을 시작한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구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추가성의 원칙과는 거리가 있다.

김성환 의원은 “녹색채권 발행실적을 ESG 경영실적으로 둔갑시키고 단기적으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발전공기업의 꼼수”라며 녹색채권을 활용한 REC 구매를 전면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기존 채권을 차환하는 문제도 드러났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기존에 진행하고 있던 열 수송관 사업비를 올해 발행한 녹색채권 500억원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김성환 의원은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항은 아니라면서도 “탄소중립 노력은 차치하고 좋은 금리로 갈아타기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도덕적 비판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수천억원에 이르는 채권에 대한 보고는 부실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김성환 의원은 “남부발전이 2019년 완료한 녹색채권 사업의 사후보고서는 달랑 2장”이라며 남부발전의 1,000억원짜리 녹색채권 보고서를 공개했다.

김성환 의원은 “녹색채권으로 인한 실제 환경효과에 대한 분석은 전혀 없고 외부기관 검증도 없이 ‘셀프 보고’로 1,000억원의 사용 보고를 완료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올해 8월 초 기준으로 녹색채권을 포함해 ESG 채권을 발행한 국내 발행사 120곳 중 사후 보고서를 낸 곳은 16%인 19곳에 불과하다. 이중 제3자 검증을 받아 제출한 곳은 롯데캐피탈 한곳에 그쳤다. 나머지는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셀프 보고로 대체했다.

김성환 의원은 “환경사업분류체계인 K-택소노미 사업이 완료되면 녹색채권에 대한 기준도 강화되겠지만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있는 공공기관들이 사회적 책임과 눈높이에 맞는 의식을 갖추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이어 “공기업들이 실제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녹색채권을 발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그레이수소 발전소에선 온실가스 배출량이 LNG의 2배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는 8,780억원을 투자했거나 투자할 예정이다.

김성환 의원은 “전반적으로 탄소중립과 거리가 있는 분야에 투자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녹색채권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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