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발사 실패의 교훈
나로호 발사 실패의 교훈
  • EPJ
  • 승인 2009.09.0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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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최초 우주로켓 나로호가 8월 25일 발사됐으나 과학기술위성 2호를 목표 궤도에 진입시키지 못해 결국 실패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실패의 원인을 위성보호덮개(페어링) 한 쪽이 분리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교과부는 나로호 1차 발사 과정에서 과학기술위성의 위성궤도 미진입에 대한 원인 규명을 위해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나로호 발사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8월 28일에 1차 회의를 개최했다. 앞으로 나로호 발사 조사위원회는 신속하고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관련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철저히 조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나로호가 성공했으면 더할 바 없이 좋은 일이었겠지만, 실패했다고 절망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과학기술은 성공 보다 실패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훨씬 먼저 우주개발에 착수한 선진국들도 수많은 실패 속에서 교훈을 얻으면서 지금의 우주 강국의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다.

사실상 러시아 기술에 많은 부분을 의지한 나로호가 별 문제없이 성공했더라면 오히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공부하고 연구할 동인(動因)을 놓쳤을 수도 있다.

그렇다. 실패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 “다음번엔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을 갖기에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

우리는 우주기술이라면 지금까지의 과학기술과는 전혀 다른 그 무엇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뿌리 없는 나무가 있을 수 없듯이 우주기술은 기존의 항공기술과 기계·전기·정보통신·유체역학 기술 등 수많은 기초 공학 기술들이 결합돼 이뤄진다. 기초 기술이 튼튼하지 않고서야 우주기술이라는 열매가 공중에서 뚝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정부는 이러한 기술의 연관성을 여전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모양이다. 우주기술과 여타 기술의 관할 부서가 다르고 그 연관 기술들 전체를 아우르는 로드맵 수립은 정부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우리가 꿈꾸는 우주 강국은 이공계 홀대라는 뿌리 깊은 잘못된 정책과 정서가 수정돼야 가능하다. 무엇보다 과학기술을 충분히 이해하는 정책결정자가 필요하며, 이는 우리의 국부(國富)를 풍족하게 할 기름진 토양이 될 것이다.

월간저널 Electric Power 회장 고 인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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