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수록 풍요롭다 외 2권
적을수록 풍요롭다 외 2권
  • 배상훈 기자
  • 승인 2021.10.06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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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수록 풍요롭다: 지구를 구하는 탈성장
제이슨 히켈 지음, 김현우·민정희 옮김 / 창비 / 2만원

세계 경제가 고도로 성장하는 동안 지구 곳곳에서 수많은 이상징후가 나타났다. 빈곤과 불평등은 증가했고 온난화와 환경오염으로 광범위한 삶의 터전이 사라졌다.

모든 산업, 모든 부문, 모든 국가에서 경제가 늘 성장해야 하고 이는 인류 번영의 필요조건이라는 명제가 진리로 떠받들리고 있다. 하지만 상승하는 GDP 그래프와는 정반대로 대다수 인간의 삶과 행복은 하강곡선을 그려왔다.

신간 ‘적을수록 풍요롭다: 지구를 구하는 탈성장’은 경제인류학자로서 세계 불평등 문제와 국제개발의 정치경제학 연구로 주목받는 신진 연구자 제이슨 히켈의 저작 중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책이다.

한계에 다다른 기후위기와 불평등 문제의 원인으로 끊임없는 경제성장과 이를 동력으로 하는 자본주의 자체를 지적하며 탈성장을 해법으로 제안한다.

생태경제학의 측면에서 성장이라는 대세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경제성장 없는 그린뉴딜 사회가 현실적으로 어떻게 가능한지, 단기적으로 효과적인 방법은 물론 포스트 자본주의 사회의 장기적인 안목까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제비심장
김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만4,000원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이상문학상, 김현문학패 수상작가 김숨의 장편소설 ‘제비심장’이 출간됐다.

입양아, 철거민에서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 이주 고려인까지 제자리에서 뿌리 뽑힌 사람들을 주목한 작가. 이번엔 사려 깊되 집요한 시선으로 조선소 하루살이 노동자의 삶을 뒤쫓는다.

대한민국 조선 산업은 세계 1~5위를 모두 차지하며 세계 조선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13년 만에 역대 최대 수주 실적 달성 ▲지난 한 해 전체 수주량 5개월 만에 달성 같은 화려한 타이틀과 함께 조선산업의 밝은 미래를 전망했다.

하지만 조선소 노동자의 현실은 제자리 걸음이다. 세계 1등 조선소(2021년 7월 수주잔량 기준)라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지난해에만 2명, 올해 또 1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위험관리평가 최고등급 A를 획득한 조선소에서 벌어진 일이다.

같은 노동자를 세 부류로 나누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 외국인 이주 노동자와 여성 노동자의 등장은 그가 내내 조선소 주위를 맴돌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한다.

“신이 인간을 철로 만들지 않아서 다행이야. 나는 영원히 살고 싶지 않아. 내게 영원히 사는 건 철판 위를 영원히 걸어야 하는 걸 의미하니까.”_본문 중에서

공부하는 이유: 과학
곽재식 지음 / 창비 / 1만2,000원

곽재식 작가는 공학박사이자 과학 소설가로 유명하다. 그는 ‘공부하는 이유: 과학’에서 과학의 위대함을 설파하는 거창한 이야기 대신 일상적이거나 개인적인 경험들로 먼저 시작한다.

학창시절 날이 흐리고 으스스한 날이면 교실에서 선생님이 해주셨던 불길한 예감에 대한 이야기와 열리지 않는 병뚜껑은 어떻게든 열어야 직성이 풀리는 자신의 습관을 꺼낸다. 이런 이야기가 과학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절묘한 지점에서 이야기는 과학으로 나아간다. 작가는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서 날이 흐린 것은 기압과 바람, 습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일 뿐 어떤 텔레파시와는 관계가 없다며 그런 잘못된 믿음은 확증 편향의 문제를 만들어 낸다고 설명한다.

병뚜껑 이야기는 슬그머니 열역학으로 넘어가 온도에 따라 물체의 부피가 달라지는 성질을 이용해 병뚜껑을 쉽게 여는 방법으로 나아간다.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베누 소행성에 대비하려면 하늘에 제사를 지낼 것이 아니라 과학을 동원해야 한다거나 과학으로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는 등의 이야기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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