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퀴노르, 울산에 부유식해상풍력 글로벌 전초기지 띄운다
에퀴노르, 울산에 부유식해상풍력 글로벌 전초기지 띄운다
  • 박윤석 기자
  • 승인 2021.09.29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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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자크 에티엔 미쉘 에퀴노르코리아 지사장]
1GW 규모 동해1·반딧불 프로젝트 본격화
초기 개발비용 부담 시장 확대로 풀어야
자크 에티엔 미쉘 에퀴노르코리아 지사장
자크 에티엔 미쉘 에퀴노르코리아 지사장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석유·가스 개발에 주력해온 글로벌 에너지기업 에퀴노르가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한 친환경에너지 개발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을 거점으로 부유식해상풍력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 에퀴노르는 울산지역에서만 1GW 규모에 달하는 부유식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동해1과 반딧불 프로젝트 2개 사업을 동시에 진행할 만큼 한국 부유식해상풍력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부유식해상풍력 이외에도 남해지역 일대에 2GW 고정식해상풍력을 개발해 총 3GW 규모의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현재 국내에 가동 중인 전체 풍력설비의 1.8배에 달하는 설치량이다.

석유공사·동서발전과 공동개발로 진행하는 동해1 부유식해상풍력의 경우 최근 발전사업허가 신청서를 제출하고 10월 전기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동해가스전 인근에 200MW 규모로 건설해 2026년부터 전력공급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800MW 규모로 추진하고 있는 반딧불 부유식해상풍력 프로젝트도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수집하고 있는 풍황자료를 기반으로 발전사업허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이미 신청조건인 1년 이상의 풍황데이터를 확보한 상태라 주민수용성 등을 마무리하는 대로 인허가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2027년 상업운전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19년부터 에퀴노르코리아 지사장을 맡아 한국 내 해상풍력 개발사업을 이끌고 있는 자크 에티엔 미쉘 지사장은 울산이 글로벌 부유식해상풍력 시장의 허브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크 에티엔 미쉘 지사장은 “한국 정부의 에너지전환 계획과 그린뉴딜·탄소중립 전략 등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는 정책 방향성이 해상풍력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주고 있다”며 “여기에 울산시의 적극적인 지원과 개발의지가 더해져 부유식해상풍력 개발이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라고 향후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이어 “그동안 석유·가스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해양플랜트 제작능력은 이미 검증된 상태”라며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울산지역 대규모 부유식해상풍력 건설을 통해 한국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초석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에퀴노르가 2017년 세계 최초로 건설한 상업용 부유식해상풍력단지 ‘하이윈드 스코틀랜드(30MW)’
에퀴노르가 2017년 세계 최초로 건설한 상업용 부유식해상풍력단지 ‘하이윈드 스코틀랜드(30MW)’

부유식해상풍력, 게임 체인저 부상
부유식해상풍력은 전 세계 해상풍력 잠재량의 80% 이상이 수심 60m를 넘는 깊은 바다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향후 해상풍력 판을 바꿀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부유체(Floating)에 풍력터빈을 얹어 굵은 체인으로 고정하는 계류(mooring)시스템을 적용하기 때문에 기존 고정식해상풍력에 비해 수심 제약을 덜 받는다.

특히 먼 바다로 나갈수록 풍황자원이 좋아지는 특성상 부유식해상풍력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풍부한 풍황자원 덕분에 근해에 설치되는 고정식해상풍력 대비 높은 이용률을 보이는 것도 부유식해상풍력의 강점 중 하나다.

에퀴노르가 2017년 세계 최초로 건설한 상업용 부유식해상풍력단지인 하이윈드 스코틀랜드의 운영실적을 살펴보면 이 같은 특징이 그대로 드러난다.

30MW 규모로 조성된 하이윈드 스코틀랜드 부유식해상풍력은 가동 이후 3년 연속 영국 내 운영 중인 해상풍력단지 가운데 가장 높은 이용률을 기록했다. 상업운전 초기 2년간 평균 54%의 이용률을 나타낸데 이어 2019년 4월부터 1년간 측정한 평균 이용률은 57.1%로 조사됐다. 영국 해상풍력의 평균 이용률이 40% 전후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이용률에 따른 전력생산량을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57%의 이용률을 나타낼 경우 연간 14만9,796M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지만 40% 이용률을 기록할 경우 10만5,120MWh로 전력생산량이 줄어들게 된다. 결국 이용률이 높은 부유식해상풍력이 월 300kWh 전기사용 기준으로 연간 1만2,000여 가구에 전기를 더 공급할 수 있는 셈이다.

미쉘 지사장은 “하이윈드 스코틀랜드의 운영실적을 분석한 결과 고정식에 비해 가동률과 유지보수 측면에서 차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용률이 높게 나오면 해상풍력의 취약점인 간헐성을 낮출 수 있어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해 진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초기단계인 부유식해상풍력이 극복해야 할 과제는 고정식 대비 높은 개발비용을 줄이는 것”이라며 “신규 설치량 증가로 고정식해상풍력의 LCOE가 낮아졌듯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야 부유식해상풍력의 개발비용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22년 준공 예정인 세계 최대 부유식해상풍력단지 ‘하이윈드 탐펜(88MW)’ 조감도
2022년 준공 예정인 세계 최대 부유식해상풍력단지 ‘하이윈드 탐펜(88MW)’ 조감도

해양에너지 전문성 경쟁력 발휘
기후변화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석유·가스 개발에 매진하던 글로벌 에너지기업들이 친환경에너지 비즈니스로 발 빠르게 전환 중이다. 에퀴노르도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에너지사업 보폭을 넓히고 있는 가운데 특히 부유식해상풍력 분야에서 입지를 확실히 다져가고 있다.

에퀴노르는 2009년 노르웨이에서 세계 최초 부유식해상풍력 실증 프로젝트를 수행한 데 이어 2017년 30MW 규모 상업용 부유식해상풍력단지인 하이윈드 스코틀랜드를 세계 최초로 건설했다. 2022년 상업운전 목표로 현재 노르웨이에 건설 중인 하이윈드 탐펜 부유식해상풍력은 세계 최대인 88MW 규모 프로젝트다.

에퀴노르가 이처럼 부유식해상풍력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50년 동안 쌓아온 해양에너지 분야 전문성 때문이다. 오랜 기간 기업성장을 뒷받침한 해양플랜트 설치·운영·관리 분야 전문성을 살려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한 것이다.

여기에 특화된 안전 분야 전문성과 안정적인 서플라이 체인을 구축할 수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도 부유식해상풍력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한 몫했다.

미쉘 지사장은 “에퀴노르의 기업 DNA 자체가 해양에너지 전문기업”이라며 “엔지니어링을 비롯해 운영·관리에 이르는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부유식해상풍력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기업과는 2014년부터 해양플랜트 제작과 관련해 협력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며 “본격적인 울산지역 부유식해상풍력 개발에 앞서 다양한 한국 기업과의 협업을 모색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이윈드 탐펜 건설현장
하이윈드 탐펜 건설현장

한국, 부유식해상풍력 최대 시장 주목
GWEC(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 세계에 설치된 해상풍력은 총 35GW 규모다. 이 가운데 부유식해상풍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0.2%인 73MW 수준에 불과하다.

향후 신규 설비용량 성장세 또한 고정식에 비해 부유식해상풍력의 확대 폭이 작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전 시장전망과 비교하면 대폭 늘어났다. GWEC는 지난해 부유식해상풍력 시장전망에서 향후 10년간 6.2GW 확대를 내다봤다. 하지만 올해 발표한 향후 10년간 전망치는 16.5GW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1년 만에 시장전망치가 대폭 증가한 이유는 유럽·아시아 국가들의 부유식해상풍력 개발계획이 연이어 발표된 가운데 글로벌 에너지기업들의 프로젝트 참여가 대거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한국이 10년 안에 가장 많은 부유식해상풍력 설치량을 기록할 국가로 지목됐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울산지역을 중심으로 6GW 규모의 부유식해상풍력 개발을 추진 중이다. 프로젝트별 개발 속도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2030년 안에 가동을 목표하고 있다. 이는 세계 최대 해상풍력 강국 영국이 2030년까지 1GW 규모의 부유식해상풍력을 개발하겠다는 목표와 비교해도 6배나 많은 설치량이다.

미쉘 지사장은 “부유식해상풍력이 성장하기 위해선 시장 규모를 키워 개발비용을 낮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한국의 대규모 프로젝트 개발계획은 글로벌 부유식해상풍력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어 “부유식해상풍력의 개발비용을 줄이려면 시장 확대 못지않게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한국의 다양한 산업계와 상생 생태계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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