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배출권 가격 안정화해 기업부담 줄여야”
대한상의 “배출권 가격 안정화해 기업부담 줄여야”
  • 배상훈 기자
  • 승인 2021.09.1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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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권 가격 안정화 해외사례·시사점’ 발표
배출권, 톤당 8,640원~4만2,500원 급·등락
국내 배출권 가격 추이(톤/원){위}와 국내 배출권 시장 안정화 조치 경과{아래}[제공=대한상공회의소]
국내 배출권 가격 추이(톤/원){위}와 국내 배출권 시장 안정화 조치 경과{아래}[제공=대한상공회의소]

[일렉트릭파워 배상훈 기자]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 안정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9월 12일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 안정화 해외사례 및 시사점’이라는 주제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어 “2015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된 이후 배출권 가격 급·등락으로 기업의 투자계획과 배출권 매매 의사결정에 혼란을 겪었다”며 “배출권거래제를 운영 중인 해외사례를 참고해 근본적인 가격 안정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2015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했다. 기업은 정부에서 할당받은 온실가스 배출권이 남거나 부족하면 이를 팔거나 살 수 있다.

문제는 배출권 가격 변동이다. 배출권 가격은 2015년 1월 8,640원으로 시작해 2020년 초 4만2,500원까지 상승하는 등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가격 급·등락 대책으로 예비분 추가공급, 기업이 가진 잉여분 이월 제한 등 시장 안정화 조치를 시행했다. 하지만 가격안정 효과는 미흡했다.

이지웅 부경대학교 교수는 “배출권거래제 목적은 시장 구조(mechanism)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배출권 가격이 예측 불가능하게 급·등락하면 기업이 경제적 손익을 따져 추가적 감축투자를 할지, 배출권을 팔거나 살지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해외, 기준 명확··· 시장혼란 방지
대한상공회의소는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는 해외사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유럽연합(EU), 미국 등 주요국은 배출권 가격 또는 물량 기준을 사전에 제시해 배출권 가격 안정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U는 2019년부터 배출권 가격 안정화를 위해 시장에 공급하는 배출권 물량을 일정 범위에서 조절하고 있다. 시장에서 살 수 있는 배출권 물량을 1년 할당량의 22~45% 수준인 4억톤~8억 3,300만톤 범위에서 유지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공급물량이 4억톤 이하로 떨어지면 정부가 보유한 예비분을 추가로 공급한다. 8억 3,300만톤 이상 올라가면 다음 연도에 기업에게 할당되는 배출권을 삭감해 가격 안정을 꾀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EU의 시장 안정화 정책은 정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기업이 필요하면 언제든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며 “구매경쟁 가열로 인한 가격급등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배출권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판매하는 배출권의 가격범위를 사전에 제시하고 있다.

하한가격은 2013년 10달러에서 시작했다. 매년 물가상승률, 이자율 등을 고려해 5%씩 인상한다. 상한가격은 40, 45, 50달러로 설정해 매년 5%씩 인상하고 있다. 시장가격이 각 단계별 상한가격보다 높아지면 해당 단계 상한가격으로 배출권을 살 수 있다.

이를 통해 배출권 하한가격은 시장가격 기준으로 작용한다. 상한가격은 기업의 ‘심리적 안정장치’ 역할을 하면서 배출권 가격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경우 시장에서 거래하는 배출권 가격과 별도로 정부가 판매하는 배출권의 상한가격을 사전에 제시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9월 10일 기준 뉴질랜드의 배출권 상한가격은 톤당 17.8달러 수준이다.

이는 기업이 배출권 구매를 필요로 하면 시장에서 구매할지, 또는 정부 판매분을 살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준다는 의미다.

결국 정부가 정한 상한가격은 시장가격 안정화에 도움을 준다. 기업은 상한가격으로 배출권 정산이 가능하다. 현재 배출권거래제 이행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선호하고 있다.

배출권 가격 안정화 방안 마련해야
대한상공회의소는 해외 모델을 참고해 세 가지 배출권 가격 안정화 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EU와 같이 시장에 배출권 공급물량 여유분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식 도입 ▲뉴질랜드와 같은 상한가격 옵션 제공 ▲전기 계획기간 잔여 예비분을 차기 계획기간으로 이월해 활용하는 방안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상한가격과 하한가격을 정하는 미국 방식이 간명하지만 가격 수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배출권 공급물량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EU 방식 도입이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선 국내 배출권 시장의 여유 공급물량을 EU사례를 참고해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현재 국내 배출권 시장의 여유 공급물량은 연간 할당량의 2% 수준에 불과하다.

한편 뉴질랜드 방식을 참고해 사전에 정한 상한가격으로 배출권을 구매할 수 있는 옵션 도입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배출권거래제 대응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 등이 일일이 배출권을 사고 파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아울러 배출권 정산시점에 가격이 급등하는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해 종료한 배출권거래제 2차 계획기간(2018~2020) 잔여 예비분을 폐기하지 말고 3차 계획기간(2021~2025)으로 이월해 가격 안정화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영향으로 2차 계획기간 연간 할당량의 약 10% 정도가 남은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까지 온실가스를 그만큼 덜 배출했다는 의미다.

김녹영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센터장은 올해 10월경 2030 NDC가 확정되면 온실가스 감축 요구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기업의 탄소감축 노력을 촉진하기 위해선 배출권 가격이 예측 가능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제대로 된 시장 안정화 방안이 조속히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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