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기본법 국회 통과··· “국내현실 고려 필요”
탄소중립기본법 국회 통과··· “국내현실 고려 필요”
  • 배상훈 기자
  • 승인 2021.09.08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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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번째로 탄소중립 비전·이행체계 법제화
NDC 수립시 산업계 의견 충분히 반영돼야

[일렉트릭파워 배상훈 기자]‘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이 8월 31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은 9월 중 공포될 예정이다. 기후위기 대응과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흡수량을 제외한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다.

유엔 산하 국제기구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2018년 10월 지구온도 상승을 섭씨 1.5°C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 세계 모든 국가들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 유엔에 제출한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을 통해 2050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했다. 이번 탄소중립기본법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법정절차와 정책수단을 담고 있다.

지난해 국회는 기후위기비상대응 촉구 결의문을 채택했다. 또한 지난해 8월부터 논의를 시작해 총 8건의 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올해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배정됐다. 지난 8월까지 총 3회의 공청회와 5회의 소위원회를 거치면서 8건 법안에 대한 심사 및 통합 작업을 진행했다.

통합된 법률안은 8월 19일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 8월 25일 법제사법위원회 의결을 거쳐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8월 31일 열린 제390회 국회 임시회 모습.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윤준병 의원이 법안 제정 찬성발언 중이다.(사진=윤준병 의원실 제공)
8월 31일 열린 제390회 국회 임시회 모습.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윤준병 의원이 법안 제정 찬성발언 중이다.(사진=윤준병 의원실 제공)

2030 NDC ‘35% 이상’ 명시
우리나라는 전 세계 열네번째로 2050 탄소중립 비전과 이행체계를 법제화했다.

2050년 탄소중립의 경우 국가 비전으로 명시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국가전략,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 기본계획 수립 및 이행점검 등의 법정절차도 체계화했다.

또한 2050년 탄소중립을 실질적으로 지향하는 중간단계 목표를 설정했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2018년 대비 26.3%보다 9%p 상향한 35% 이상 범위에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도록 법률에 명시했다.

2018년부터 2050년까지 선형으로 감축한다는 가정 하에 2030년 목표가 37.5%가 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35% 이상’이라는 범위는 2050 탄소중립을 실질적으로 지향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외에도 미래세대, 노동자, 지역주민 등이 참여하는 협치(governance)를 법제화했다.

탄소중립기본법 제정에 따라 지난 5월 발족해 운영 중인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법률에 따른 위원회로 재정립하게 된다.

특히 기존에는 전문가와 산업계 위주로만 참여했던 협치 범위를 미래세대, 노동자 등으로 확대하게 된다.

기후영향평가 등 정책수단 구체화
정부는 탄소중립을 이행하기 위해 실질적인 정책수단을 마련했다.

먼저 ▲국가 주요계획과 개발사업 추진시 기후변화 영향을 평가하는 기후변화영향평가제도 ▲국가 예산계획 수립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점검하는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 제도를 도입했다. 산업구조 전환, 산업공정 개선 등을 지원하기 위한 기후대응기금도 신설했다.

한편 탄소중립 과정에서 취약지역·계층을 보호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구체화했다.

기존 석탄기반 산업, 내연기관 산업 등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과정에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과 계층을 보호하는 게 목적이다. 이를 위해 특별지구 지정, 지원센터 설립 등 정의로운 전환의 정책적 수단을 마련했다.

중앙 일변도 대응체계의 경우 중앙과 지역이 협력하는 체계로 전환했다. 또한 지방 기본계획, 지방 위원회 등 지역 이행체계를 마련하고 중앙과 공유·환류(feed back)하는 협력체계를 마련했다.

지역 온실가스 통계 지원, 탄소중립지원센터 등 지원 기반도 확충했다. 이어 탄소중립 지방정부 실천연대 등을 통한 지역 상호간 협력체계도 마련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탄소중립기본법 제정으로 우리나라가 향후 30여 년간 추진할 탄소중립 정책의 근간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앞으로 법률에 정해진 범위 내에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확정할 것”이라며 “기후변화영향평가제도 등 새롭게 시행하는 제도의 설계를 진행해 시행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 체계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 체계

경제계, 소통 활성화 등 5대 과제 제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법제화 노력이 한창인 가운데 산업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달라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이하 경제5단체)는 8월 31일 ‘탄소중립기본법 제정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발표했다. 이어 산업계와 소통 활성화, 혁신기술개발 강화 등을 정부에 제안했다.

이번 의견서는 국회가 8월 31일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하면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35% 이상’으로 명시한 데 대한 산업계 우려가 반영됐다. 정부는 올해 10월까지 탄소중립위원회를 통해 2030 NDC를 확정할 예정이다.

경제5단체는 의견서에서 “2050 탄소중립은 글로벌 추세 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목표로 이해한다”면서도 “주요 선진국보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반면 탄소중립을 위한 준비기간은 짧은 국내 현실을 충분히 고려해 2030 NDC 목표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9년 기준 제조업 비중은 우리나라가 28.4%로 EU 16.4%, 미국 11%에 비해 월등히 높다. 온실가스 배출 정점부터 탄소중립까지 준비기간은 EU 60년, 미국 45년에 비해 훨씬 짧은 32년에 불과하다.

온실가스 배출정점 및 준비기간을 살펴보면 EU는 1990년부터 60년, 미국은 2005년부터 45년, 한국은 2018년부터 32년이다.

경제5단체는 ▲경제계와 소통 활성화 ▲탄소중립 혁신기술 개발 강화 ▲안정적·경제적 에너지 공급 ▲탄소감축 설비투자 지원 확대 ▲예측 가능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운영이라는 5대 과제를 제안했다.

“NDC, 산업 경쟁력·수출에 영향 미쳐”
경제계는 중장기 과제인 2050 탄소중립이 불가피한 목표라 하더라도 단기과제인 2030 NDC는 산업 경쟁력과 수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며 기업과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국회가 정한 ‘35% 이상’을 기준으로 탄소중립위원회가 2030 NDC와 세부계획을 수립할 때 산업계 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충분한 협의기간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탄소중립위원회와 산업계 간 소통창구를 마련해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분야 기술은 최고수준인 EU·미국에 대비해 80%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핵심기술인 수소·연료전지,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등에서도 격차가 존재한다.

경제계는 탄소중립 기술 혁신에 20~80년 이상 소요된다며 주요국 정부에서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정부에서도 탄소중립 기술개발에 정부의 선도적 R&D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제계는 또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체계 개편이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주요국에 비해 크게 낮은 재생에너지 비중과 협소한 입지, 높은 인구밀도 등 재생에너지 확대 제약요인을 우려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올해 밝힌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에 따르면 독일 43.6%, 영국 43.1%, 미국 19.7%, 일본 19%, 한국 5.8%를 기록했다. OECD 평균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29.9%다.

경제계는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안정적·경제적인 에너지 공급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온실가스 감축 위해 금융지원 확대해야
온실가스 감축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세제·금융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부분도 잊지 않았다.

경제계는 현재 대·중견·중소기업에 대해 각각 1·3·10%인 환경보전 및 에너지 절약시설 공제율을 5·7·10%로 상향하자는 입장이다.

또한 2030 NDC 달성을 위해 당장 필요한 기술과 설비에 대해서도 신성장·원천기술로 인정해 세액공제를 우대하고 금융지원 대상에 포함해 줄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탄소중립위원회에서 2030 NDC를 조정할 경우 국가 온실가스 감축계획이 연이어 변경되고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이 축소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경제계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3차 배출권거래제 계획기간이 시작돼 기업들이 이에 맞춰 투자계획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국가 온실가스 감축계획은 4차 배출권거래제 계획기간(2026~2030년)부터 예측 가능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녹영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센터장은 “우리 기업들도 EU·미국의 탄소국경세 도입 움직임, ESG 실천요구 등에 따라 탄소감축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온실가스 감축기술 등 현실적 뒷받침이 되지 않을 경우 산업 경쟁력 약화는 물론 기업의 존망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며 “정부와 산업계가 긴밀히 협력해 탄소중립을 실현하면서 글로벌 친환경 신시장을 선점하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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