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은 어떻게 여성의 일이 되었나 외 2권
부동산은 어떻게 여성의 일이 되었나 외 2권
  • 배상훈 기자
  • 승인 2021.09.06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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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은 어떻게 여성의 일이 되었나
최시현 지음 / 창비 / 2만원

“저는 모릅니다. 집사람이 한 일이에요.” 부동산 투기가 사회적 논란이 될 때마다 남성 정치인들이 내놓는 이 단골 변명은 무엇을 뜻하는가? 이 ‘모르는 척’에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논리가 긴밀하게 작동하고 있다면?

그간 여성 부동산 투자자에게는 ‘복부인’이라는 별칭이 부여되거나 도덕성에 대한 비판이 가해지기 일쑤였다. 이 책은 그 정형화된 비난을 해체하고 한국의 중산층 여성들이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 내력을 상세히 밝힌다.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 ‘한국 중산층 여성의 주택실천과 투기화된 삶’에서 출발한 이 책은 1950~80년대 사이에 출생한 중산층 여성 25인의 다채로운 주거 생애사를 추적한다.

▲자녀 교육을 위해 아파트를 갈아탄 여성 ▲명의 위장 등 편법으로 부를 일군 여성 ▲사회적 소수자일수록 내 집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페미니스트 여성 등 다양한 이유로 집을 욕망한 이들의 삶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다면적이고 복합적인 여성의 모습이 드러난다.

부동산에 대한 문제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우리 사회에 부동산 시장과 투기 문제의 젠더화를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데 유효한 시사점을 던져줄 책이다.

회사에서 나만 그래?
언니들의 슬기로운 조직생활 지음 / 콜라주 / 1만3,000원

우리는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한다. 자영업, 프리랜서 등 일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어떤 형태든 조직에 속해 일을 한다. 조직생활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무엇일까. 회사를 다녀본 사람은 알 것이다. 조직생활에서 가장 힘든 것은 바로 조직생활 자체를 견디는 일이라는 것을.

“일이 힘든 건 참겠는데 또라이 상사 때문에 돌아버리겠어!”. 회사 다니면서 이런 말 한번쯤 내뱉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지난해 잡코리아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숨겨진 진짜 퇴사 사유 1위는 직장 내 갑질 등 상사·동료와의 갈등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여자의 조직생활은 어떨까? 여전히 육아의 의무에 여자의 부담이 크고 여초 회사에서도 여자 임원들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여자들이 조직에서 일하며 부딪히는 수많은 문제들, 이에 대한 실질적인 답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직은 흔히 남자들의 판으로 여겨지고 여자들은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여자들은 어디에나 있다. 직장에서 눈에 띄지 않는 수많은 언니들, 어디에 숨어 다들 일하고 있을까? 여자들이 조직과 사회에서 부딪히는 이런저런 문제들, 함께 모이면 풀 수 있지 않을까? 이제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_프롤로그 중에서

오답이라는 해답
김태호 지음 / 창비 / 2만원

이 책은 2017~2019년까지 ‘주간경향’에 연재되며 과학 덕후들의 폭넓은 호응을 얻었다.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과학사, 과학이 더 재미있어지는 과학사를 표방하며 엉뚱한 질문과 헛된 시도, 실패와 좌절로 점철된 과학 기술사를 돌아본다.

당연해 보이는 자연현상에 대한 질문부터 근현대사 굴곡 속에서도 한국과학 체계 정립을 위해 애쓴 과학자들의 노력까지 역사의 구석구석에서 낯설지만 흥미로운 장면들을 찾아냈다.

이 책의 제목처럼 오늘의 오답이 어제의 해답일 수 있고 오늘의 해답이 내일의 오답일 수 있다는 예측 불가능성은 과학이라는 학문의 핵심이자 묘미다.

자신만의 해답을 찾기 위해 과학하기에 몰두한 이들의 땀과 눈물 어린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과학을 대하는 우리의 관점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이 책은 시계바늘이 왜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는지, 절대 0°는 왜 영하 273.15°라는 애매한 숫자로 정의됐는지 등 의문조차 품지 않았던 익숙한 현상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어렵고 무미건조한 현대과학의 드높은 성채 앞에서 발길을 돌렸던 이들이라면 이 책과 함께 인간적이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가득한 과학의 세계로 새롭게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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