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신 한전 전력연구원 부원장, "해상풍력산업 육성 위한 컨트롤타워 필요”
이준신 한전 전력연구원 부원장, "해상풍력산업 육성 위한 컨트롤타워 필요”
  • 이재용 기자
  • 승인 2021.08.09 09: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MW 해상풍력 설치 약 37억원 절감··· 설치기간 단 10일로 단축
정부정책과제·석션버켓·MMB에 이르는 3단계 사업 성공적 마무리
개발 기술 효과적 활용과 대형 터빈 개발로 해상풍력 산업 주도
이준신 한국전력 전력연구원 부원장.
이준신 한국전력 전력연구원 부원장.

[일렉트릭파워 이재용 기자] MMB(해상풍력 일괄설치시스템, Multipurpose Mobile Base)는 육상에서 해상풍력 터빈과 하부기초를 모두 조립한 상태에서 특수장치를 이용해 풍력발전기를 들어올린 후 설치해상으로 이동해 수압차만을 이용해 발전기를 설치하는 혁신적인 방법이다.

이 같은 설치방식은 기존 하부구조물과 타워, 나셀, 블레이드를 각각 바지선이나 특수선박으로 운반해 설치하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다.

기존 해상풍력 발전기 설치방식은 하부구조에서부터 블레이드와 나셀을 조립하는 과정 등이 해상에서 이뤄졌던 반면, MMB는 풍력발전기 조립과정이 육상에서 이뤄진다. 조립완성된 풍력발전기를 이송하고 설치하는 과정만 해상에서 진행하다보니 전체 해상풍력발전기 설치공정을 획기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한국전력 전력연구원 신재생에너지연구소장을 겸직하고 있는 이준신 전력연구원 부원장은 해상풍력에 관한 한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기술통으로 불린다.

이준신 부원장은 지난 2008년 정부정책과제로 해상풍력발전의 풍황데이터를 수집하는 해상기상탑인 ‘해모수I’ 건설을 주도했다. 해상풍력발전 분야에 인연을 맺은 첫발을 디딘 것이 정부정책과제를 받은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MMB, 육상조립으로 운송·설치 한번에
“MMB(해상풍력 일괄설치선)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기상탑인 해모수나 설치공법인 석션버켓 그리고 일괄설치선까지 한전 전력연구원이 기술을 확보하며 해상풍력발전 분야에서 주도적인 입지를 갖게 됐지만, 이 기술들을 활용해 앞으로 더 많은 과제들을 만들어가야 하고, 또 더 큰 용량의 해상풍력발전기 실증 등이 뒤따라야 합니다.”

지난달 7월 7일 군산항에서 MMB 진수식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준신 부원장은 MMB가 연구개발의 ‘종결’이라는 말보다 ‘새로운 시작’이란 말에 무게중심을 뒀다.

한전 전력연구원이 개발한 MMB는 기존 해상에서 직접설치를 통해 풍력발전기를 세우는 방식이 아니다. 육상에서 완제품으로 조립해 운송, 설치하는 시스템이다. 때문에 해상에서 직접설치보다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해상에서의 설치작업이 짧아질수록 소요되는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에 전체 공정에 들어가는 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어들기 마련이다.

이준신 부원장은 “해상에서 직접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게 되면 여러 환경적 요인으로 제약을 받는다. 날씨에 의해 공사가 지연될 수도 있고, 바람으로 파고가 심할 때에도 공사가 불가능하다”며 “반면 육상에서 풍력발전기를 조립으로 완성해서 이를 특수선박을 이용해 운송·설치하게 되면 설치기간이나 비용은 크게 줄일 수 있다. 물론 해상환경의 제약에서도 자유롭다”며 MMB의 장점에 대해 설명했다.

전력연구원의 해상풍력 일괄설치 기술은 가까운 항구에서 풍력발전기의 하부기초와 상부터빈을 한꺼번에 조립한 후 풍력발전기 전체 구조물을 특수선박으로 들어 올려 바다로 운송해 설치하는 기술로 단 10일 만에 설치를 완료할 수 있다.

3단계에 걸친 해상풍력 기술개발 완성
이준신 부원장은 2008년 첫 스타트였던 해모수I 기상탑 설치로 해상풍력 R&D 분야에 외길을 걸어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업 3가지를 ▲정부 정책과제 스타트(2008년) ▲석션버켓 하부구조물 개발 착수(2014년) ▲MMB 개발 착수(2017년)로 꼽았다.

특히 지난 2014년 개발을 시작한 석션버켓 하부구조물 개발은 해상풍력 사업이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외해에서 공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날씨에 의한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최소화하는 설치방법론이 필요하다는 데에서 비롯됐다.

또 단지규모 확대에 맞춘 깊은 수심에도 적용성이 높은 경제성 있는 하부기초의 개발 또한 산업계가 당면한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력연구원은 2014년부터 신개념 석션버켓 하부기초 개발을 추진해 2016년 10월 군산항에 성공적으로 해상풍력 터빈을 설치해 깊은 수심 적용성이 높고 급속설치가 가능한 해상풍력 기초개발을 완료했다.

이준신 부원장은 “연구과제가 완성되니 자연적으로 더 욕심이 생기더라. 석션버켓 기술은 해상풍력기 하부구조물을 단시간에 해상에 설치하는 기술인데, 설치를 위해선 잭업바지가 필요했다”며 “새롭게 특수선박을 이용해 해상풍력발전기 설치를 한꺼번에 해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모 전자업체가 세탁기를 완성품으로 판매하는 것과 같이 해상풍력발전기를 육상에서 완제품으로 조립해 특수선과 석션버켓 기술로 한꺼번에 설치를 마무리하는 방법을 모색했다”며 기술개발 초기를 회상하며 전력연구원이 개발한 석션버켓 기술과 MMB의 상호연관성에 대해 말했다.

이준신 부원장은 해상풍력 분야에 대한 기술개발을 이뤄나가는 것이 여전히 끝나지 않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이준신 부원장은 “이제 연구개발 단계로 본다면 4단계에 해당하는데, 10MW 터빈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애석하지만 이번 단계는 끝까지 함께 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아쉬움을 달래며 “앞으로 더 많은 과제들을 후임들이 해 나갈 것이다. 10MW급 터빈개발이나 블레이드 개발 등의 과정들을 거쳐 한전이 해상풍력 산업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친화적 해상풍력발전시스템 설치
전력연구원의 석션버켓 기술은 해상풍력발전기의 해상설치 기술에 해당한다. 이 기술은 지난 2014년 12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총 36개월에 걸쳐 ‘실규모 해상풍력 터빈을 탑재한 석션버켓 지지구조 실증연구’ 과제로 진행됐다.

석션버켓 기술의 핵심은 대형 중공강관을 해저면에 거치한 후 상부에 설치된 석션펌프를 통해 강관 내부의 물을 배출함으로써 발생된 파일 내·외부의 압력차를 이용해 구조물을 지반에 압입시키는 공법이다.

석션버켓 설치기술은 기존 자켓공법과 달리 파일 항타를 수반하지 않기 때문에 소음이나 진동 등의 환경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며, 해저면 평탄화 작업이 필요없는 친환경 공법이다.

특히 해상풍력발전기를 해상에서 설치하는 기간과 설치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전력연구원 관계자는 “HeMOSU-1은 전통적인 자켓방식으로 약 1개월의 기초공사가 소요됐는데, 석션버켓 공급은 단 6시간만에 설치가 가능하다”며 “석션버켓 기술로 해상풍력기를 설치하게 되면 지지구조물 설치비의 30%를 절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술을 적용해 지난 2016년 10월 군산항에서 성공적으로 3MW급 해상풍력기 1기가 설치했다.

이와 함께 MMB는 해상에서의 건설과정이 없어지기 때문에 어족자원 생태계 파괴라는 환경단체와의 마찰을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민들 간의 갈등도 해결하는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력연구원은 개발된 해상풍력 기반기술을 바탕으로 사업비 절감 및 해상풍력 사회 수용성 향상을 위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해 나가고 있다.

해상풍력 사업비 및 사업관리의 핵심요소인 지지구조물에 대한 최적설계기법과 시공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해상풍력단지 내 수산업 공존방안 연구와 지역주민 참여형 해상풍력 Biz-Model 개발 등 사회수용성 향상방안 연구와 조류관측기 운영을 통한 조류 이동특성 분석 등 환경영향에 대한 연구도 병행해 나감으로써 친환경적 해상풍력산업 육성을 이끌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들과의 동반성장 모델
일괄설치시스템 개발사업은 국내 중소업체들과 동반해 진행된 롤모델에 해당한다.

부유체와 터빈시스템 인터페이스 해석부분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기계연구원과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하부기초는 군산 앞바다에 3MW 해상풍력기를 설치시공을 보유한 에드벡트에서 설계와 제작을 담당했으며, MMB는 티엔지중공업과 지노스컨소시엄이 경쟁입찰을 통해 설계·제작사로 선정됐다.

이준신 부원장은 “하부구조물까지 전체를 한번에 조립한 후 운송하려면, 우선 해저에 가설치된 하부구조물을 해저로부터 쉽게 분리될 수 있어야 한다. 기존 파일 기초형식은 이런 요구조건을 만족하지 못하지만 전력연구원에서 개발과 실증 완료한 석션버켓 기초는 일괄설치 공법에 적합한 기초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초기 MMB 개발은 3MW급 약 1,000톤 가량의 풍력발전기 기준으로 진행됐었다. 하지만 국내 해상풍력 시장의 주류제품이 5MW급으로 커짐에 따라 시장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설계를 변경했다.

한전 전력연구원은 육상에서 해상풍력 터빈과 하부기초를 모두 조립한 상태에서 해상 운송과 설치를 한꺼번에 이룰 수 있는 MMB(해상풍력 일괄설치선)를 개발완료했다.
한전 전력연구원은 육상에서 해상풍력 터빈과 하부기초를 모두 조립한 상태에서 해상 운송과 설치를 한꺼번에 이룰 수 있는 MMB(해상풍력 일괄설치선)를 개발, 완료했다.

이에 실증시 선장, 선원, 작업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케이알엔지니어링을 통해 한국선급 설계인증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기본적인 구조물의 구조강도, 선체거동, 수하물권상 안정성 및 기타 선박에 관련된 기본 안전규정을 모두 만족하는 설계안을 도출했다.

이준신 부원장은 “MMB는 최대 1,500톤의 중량과 구조물 높이 140m의 고중량·초장대 풍력터빈 구조물을 안정적으로 들어올려 운송하기 위해서 선체 운동 해석기술, 운송 전복방지기술 등을 개발해 운송설치시스템을 최적화했다”며 “이를 통해 환경영향은 최소화하며 5MW 터빈 기준 풍력발전기 설치비를 약 37억원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며, 해상 설치기간을 기존 90일에서 10일로 단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해상풍력 산업, 컨트롤타워 중심으로
이준신 부원장은 해상풍력기 해상 설치기술인 석션버켓에서부터 MMB의 설계와 제조에 이르는 과정에 참여하다 보니 MMB 과제를 끝마치고 나서는 오히려 보완해야 할 점들이 더 많이 눈에 들어왔다는 표현을 전했다. 그만큼 관심과 애정을 많이 들였다는 의미다.

이준신 부원장은 “MMB 프로젝트를 마무리했지만, 현재 완성된 모델은 5MW급이다. 앞으로 해상풍력발전기의 용량은 더 커질 것은 자명한데, 10MW급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것들이 앞으로의 연구과제가 될 것”이라며 “기초적인 과제가 끝난 것에 불과하다. 보다 명품화시키는 것이 앞으로의 할 일”이라며 연구과제의 지속성에 대해 말했다.

또 해상풍력발전기의 용량이 커지게 되면 이를 단계별로 작업을 나눠 진행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를 들어 용량이 큰 해상풍력기의 지지구조물과 타워·터빈·블레이드를 각기 나눠 2단계로 옮기는 과정을 위한 선행연구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준신 부원장은 해상풍력발전 산업을 보다 육성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선 서플라이 체인이 완성될 때까지 이를 통제하고 제어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준신 부원장은 “MMB를 유럽에서 시도했다면 10년은 걸렸을 것이다. 국내에서 한전이 전체공정에 대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성공적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며 “해상풍력 산업을 육성·발전시키기 위해선 산업부나 환경부·해양부 등의 모든 관련 부처들을 통합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의 길을 피할 수 없는 숙제가 됐다.

전력연구원의 향후 추진될 해상풍력발전 관련 연구과제들과 실증사업들이 기대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