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석탄발전, 수조원대 손해배상 소송 이어지나
신규 석탄발전, 수조원대 손해배상 소송 이어지나
  • 박윤석 기자
  • 승인 2021.07.21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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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양훈 교수 “공익성 앞서 사유재산 침해 소지”
외국계 투자자 국가 상대 소송 제기 가능성 있어
전력산업연구회는 7월 20일 ‘신규 석탄발전 퇴출, 과연 정당한가?’란 주제로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전력산업연구회는 7월 20일 ‘신규 석탄발전 퇴출, 과연 정당한가?’란 주제로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석탄발전 운신의 폭이 좁아진 가운데 신규 프로젝트 사업성 악화로 정부를 상대로 한 수조원대 소송이 줄을 이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7월 20일 전력산업연구회 주최로 열린 정책 세미나에서 에너지전환 정책을 이유로 신규 석탄발전의 법적 당위성까지 침해하려는 정부 움직임에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손 교수는 “과거 정부 정책을 근거로 투자한 신규 석탄발전의 수익성을 심각하게 악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을 소급 적용하면서 헌법에 보장된 합리적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책 변경 목적이 탄소중립이란 공익성을 띄고 있더라도 사유재산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미 5·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된 이후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탄소중립 선언 이후인 지난해 12월 발표된 9차 전력수급계획에도 해당 사업 추진 계획이 여전히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규 석탄발전은 미래 계획만 있는 가상의 설비가 아니라 현재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건설하고 있는 설비인 만큼 이를 좌초시킬 경우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SPC와 투자자인 대주단 간 계약관계에 따라 국가를 상대로 최대 18조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대규모 소송 불가피
손 교수는 이 같은 천문학적 금액의 소송이 가능한 근거로 신규 석탄발전 프로젝트의 자금조달 구조를 들었다. 손 교수에 따르면 프로젝트별 다소 차이는 있지만 신규 석탄발전사업의 재무·지분구조는 공기업·민간기업이 출자한 SPC와 대주단으로 구성돼 있다. 일반적으로 자기자본 20%와 금융권 부채인 타인자본 80%를 투자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손 교수는 “신규 석탄발전 건설에 대략 5조원 이상의 투자비가 들어가는 점은 감안할 때 4조원 상당의 금융부채가 발생하게 된다”며 “SPC사업 특성상 주주는 출자금액 한도 내에서 재무적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급작스런 정책 변화로 해당 사업이 좌초되거나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경우 쟁송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주단은 정부 정책 변화로 대여한 자금을 회수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되면 부실자산을 줄이기 위해 대출 중단이나 일시상환을 요구할 것”이라며 “이미 이 부분에 대한 법률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사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손 교수는 신규 석탄발전의 운영이 중지된 상태에서 소송이 진행될 경우 시공 미수금, 미지급 임금 등의 문제가 순차적으로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외국계 금융기관의 국제소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투자자 가운데 외국계 금융기관은 정부 정책을 믿고 투자한 만큼 국가를 상대로 소송(ISD)을 제기할 수 있다”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에너지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안에 나와 있는 ‘지정 철회’ 등의 내용은 국가가 입법을 통해 문을 닫게 한 사안이란 점에서 명백히 쟁송의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 “전력시장제도 변경으로 벌어진 일이라면 제도 설계가 잘못된 것인지, 시장 신뢰를 저버린 것인지에 대한 국가 간 소송으로 전개될 수 있다”며 “한전 자회사를 비롯해 상장사, 외국계 자본 등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어 주식가치 하락에 대한 ISD 소송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제도 변경 놓고 분쟁 늘어날 듯
손 교수는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 제기 가능성을 전력시장운영규칙에서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반대로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이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석탄발전 감축과 탄소중립을 선언한 만큼 신규 석탄발전 사업자들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봤다.

손 교수는 “정부는 전력시장운영규칙에 따라 변동비반영시장(CBP) 구조의 총괄원가보상 원칙에 근거해 전력거래를 할 것을 명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규 석탄발전 도입을 결정했다”며 “이 같은 정부 방침을 근거로 투자한 사업에 대해 시장제도를 바꿔 수익을 악화시키거나 합리적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유재산 침해를 이유로 소송이 제기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정부는 5년마다 개정할 수 있는 전력시장운영규칙이 전력시장 안정화를 위한 한시적 제도란 점을 들어 업계의 잘못된 판단을 거론할 수 있다”며 “전력시장운영규칙이 변경돼 소송이 진행되면 실제적 피해 발생 여부와 정부의 합리적 결정, 피해 최소화 원칙 준수, 절차적 오류 등을 놓고 끝없는 분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 교수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석탄발전 폐기 결정에도 경제적 비용을 감안한 합리적 선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즉 석탄발전 가운데 오래전에 건설돼 효율이 낮고 온실가스 배출이 심한 발전설비부터 폐기해야 하는데 현재 추진되고 있는 방식은 신규 석탄발전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과도한 좌초비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독일·영국·미국 등의 사례를 보면 기후변화 대응, 환경규제, 시장제도 변화에 따른 좌초자산의 손실비용을 보상하고 있다”며 “해외의 경우 노후 석탄발전을 폐기하고 있을 뿐 최고 효율을 갖춘 신규 석탄발전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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