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터에서 펼쳐지는 가을 밤 예술 축제
기무사 터에서 펼쳐지는 가을 밤 예술 축제
  • 양현석 기자
  • 승인 2009.08.05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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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이 있는 공간]플랫폼 2009 ‘Platform in KIMUSA’

예술과 가장 멀게 느껴졌던 군부대, 그것도 군사정권 시절 권력의 상징이었던 기무사령부 터에서 예술축제가 열린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매해 개최되는 동시대 예술축제인 ‘플랫폼’이 올해 축제의 장소로 기무사 터를 선택해 화제가 되고 있다.

‘플랫폼’은 전시를 비롯해 비디오 및 필름 상영, 공연, 강연, 작가와의 대화, 심포지엄, 공공미술 프로젝트 등 동시대 예술의 소통과 생산에 관여되는 다양한 행위들을 실험하는 장이다. 4회째를 맞는 올해 ‘플랫폼 2009’는 ‘예술이 예술을 위한 예술(art for art’s sake)’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의 실제 생활과 연계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예년과 달리 1년 동안 시내 곳곳에서 행사가 펼쳐지는 시리즈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Platform in KIMUSA’는 ‘구 국군기무사령부 (기무사)’터에서 9월 3일부터 9월 25일까지 펼쳐진다.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감정적 거리는 멀었던 기무사라는 공간에 깃들어있는 역사적 이야기들을 되살려내고 공간에 대한 원론적인 그리고 문화·사회적 맥락들을 관객과 소통하는 작업들로 구성된다. 특히 본 전시는 예술총감독인 김선정 SAMUSO 대표와 함께, 도쿄 모리미술관 수석 큐레이터인 마미 카타오카(Mami Kataoka)가 공동으로 ‘공공’, ‘공간’, ‘삶’이라는 주제어 아래 기획해 국내외 동시대 미술 경향을 대중에게 더욱 가깝게 소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예술축제의 백미는 저녁 7시부터 11시까지 4시간 동안 오픈하는 나이트 전시를 표방한다는 점이다. 일반 미술관들이 저녁 7시 정도에 문을 닫는 반면, ‘Platform in KIMUSA’는 거꾸로 밤에 문을 연다는 역발상을 통해 새로운 전시 문화에 도전한다.

관람객들은 어두운 밤하늘 아래 빛을 따라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동선화된 공간을 마치 탐험하는 것 같은 색다른 경험을 맛보게 될 것이다. 특별히 낮 시간 관람을 희망하면 2시부터 7시까지 매시 정각에 시작하는 가이드투어 형태로 참여할 수 있다. 전시 공간이 워낙 넓어 자칫 길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어린이를 둔 가족 관람객들은 가급적 가이드투어를 권한다.

또 ‘Platform in KIMUSA’는 기무사라는 장소를 타 미술기관 및 여러 미술인들과 공유해 주류 미술담론에서 제외됐던 혹은 숨겨져 왔던 예술세계의 단면들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다양한 목소리를 소개하는 일시적인 예술기관이 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외 90여 작가(팀)가 참여해 본 전시 외에 다양한 특별전과 공연, 라운지토크, 강연 등을 마련했다. 특별전으로는 큐레이터가 아닌 작가들이 추천한 다른 작가들로 구성된 ‘by Artists’, 팔레 드 도쿄, 헤이워드 갤러리 등 해외 미술기관들이 기획한 미니 전시 ‘by Institutions’, 국내외 젊은 독립 큐레이터들이 기획한 ‘by Curators’ 등으로 전시 섹션이 나누어졌다. 그 밖에 건축가, 디자이너, 영화감독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 모여 한 작가 당 20개의

비주얼을 20초씩 총 400초(6분 40초)동안 쉬지 않고 발표하는 ‘페차쿠차 나이트 서울’과 같은 이벤트도 마련된다.

소개되는 작업들은 기무사라는 공간의 장소성, 역사성, 조형성을 반영한 장소특정적(Site-Specifi c) 작업들과, ‘공공’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설치작업과 프로젝트들이 대거 포함될 예정이다.

예컨대 작가 이불은 환상적인 유토피아에 대한 붕괴를 나타낸 <Aubade>란 4미터 높이의 설치작업을 기무사 강당에서 선보일 예정이며, 정연두는 기무사 옥상에서 바라본 경복궁의 풍경을 이용해 마술사가 경복궁을 사라지게 하는 작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니서는 강철을 이용해 전시장 입구를 미로처럼 만든 <end of Rainbow>란 작업으로 또 하나의 새로운 공간을 탄생시킨다.

또 역사적 맥락을 드러내는 공공미술 작품 활동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 크리스티앙 볼탕스키가 프랑스 문화원의 도움으로 관람객들의 심장박동을 기록하고 수집하는 작업을 가지고 이번 전시에 참여했다. 크리스티안 마클레이는 오래된 시계의 초침 소리를 확성한 <The Watch>란 사운드 설치 작업을 선보여 변화되는 시간의 흐름을 극대화시켜 느끼게 하며, 사진작가 토모코 요네다는 60년대 스파이 활동상을 기록·연출한 흑백 사진 시리즈를 선보인다. 이처럼 ‘Platformin KIMUSA’는 다양한 동시대 미술을 소개하는 국제적 예술무대인 동시에 기무사라는 역사적 공간과 하나가 돼 공간의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다리가 되고자 한다.

‘구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터는 다양한 기관들이 자리잡고 떠나기를 반복해 왔다. 조선시대에는 규장각, 소격서, 사간원, 종친부였으며, 현재 건물은 1929년 건축가 박길룡이 설계해 병원시설로 지어졌다. 이후 1971년 기무사의 전신인 국군보안사령부가 들어섰으며, 현재 근대문화재 375호로 지정돼 건립 당시 건축 스타일과 형식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2012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분관으로 새롭게 태어날 예정으로 인근 갤러리들과 함께 ‘북촌 미술 거리’를 조성하게 될 것이다.

전시 정보

◆전시 제목 : Platform 2009 <Platform in KIMUSA>
◆전시 장소 : 구 국군기무사령부 터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 165번지), 아트선재센터 1층
◆전시 오프닝 : 2009년 9월 2일
◆전시 기간 : 2009년 9월 3일 ~ 9월 25일
◆관람 시간 : 자유관람- 7pm ~ 11pm (휴일 없음)
가이드투어 관람- 2~7시까지 매시 정각(1일 6회 진행)
◆홈페이지 : http://www.platformseoul.org
◆관람요금 : 성인 10,000원/학생 5,000원 (아트선재센터 입장 포함)
◆티켓예매 : 인터파크 (www.interpark.com)
◆주최 : SAMUSO- Space for Contemporary Art
◆주관 : 아트선재센터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제교류재단, 프랑스문화원, 주한덴마크대사관, 일본국제교류기금
◆문의 : SAMUSO- T. 02) 739-7067~8 / 02) 739-7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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