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급했나… 풍력업계와 대규모 업무협약 체결
한전 급했나… 풍력업계와 대규모 업무협약 체결
  • 박윤석 기자
  • 승인 2021.04.16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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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제조 등 43개 기업과 해상풍력 협력
6개 발전자회사 가운데 서부발전만 참여
해상풍력산업 활성화 업무협약 참여업체
해상풍력산업 활성화 업무협약 참여업체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한전이 국내 해상풍력 활성화를 목적으로 관련 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가운데 정작 자회사 참여가 적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전은 4월 15일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국내외 해상풍력 관련 기업 43곳과 업무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최근 지자체와 기업을 중심으로 해상풍력 개발에 협력하는 MOU가 줄을 잇고 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로 진행된 것은 이례적이다.

해상풍력 서플라이체인을 구성하는 개발·제조·시공·설계 등 각 분야 43개 기업은 협약식에 참석해 국내 해상풍력 경쟁력 확보와 글로벌 시장 진출에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눈여겨 볼 대목은 한전이 직접 나서 추진한 이번 해상풍력 업무협약 행사에 6개 발전자회사 가운데 서부발전만 유일하게 참여했다는 점이다.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가장 많이 추진하고 있는 남동발전은 물론 착공을 앞둔 한림해상풍력에 참여 중인 한국전력기술도 협약서에 이름을 남기지 않았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한전은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국내 해상풍력 서플라이체인 구축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하지만 다른 의도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며 “현재 한전의 발전사업 겸업을 허용하는 전기사업법 일부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 입장에서 그린뉴딜과 에너지전환에 속도를 내야하는 하는 상황이라 전기사업법 개정안 통과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는데 풍력업계 개발사를 중심으로 크게 반발하고 나서 멈칫한 분위기”라며 “한전과 풍력업계가 함께하는 하나의 팀을 만들어 해외로 진출할 것을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해상풍력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대부분의 민간 개발사들이 이번 업무협약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가 자칫 한전의 발전사업 진출에 동의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발전자회사들이 이번 협약에 나서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김종갑 한전 사장이 4월 15일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해상풍력산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이 4월 15일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해상풍력산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부품 국산화율 100% 프로젝트 필요
풍력업계는 한전이 국내 해상풍력산업 생태계 구축에 방점을 두고 산업계와 대규모 업무협약을 체결한 만큼 글로벌 경쟁력이 취약한 부품 제조업체 육성에 힘을 쏟길 기대하고 있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서남권해상풍력 실증단지 사례처럼 한전 주도로 일정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개발하는 대신 해당 프로젝트에는 국내 부품 제조업체가 실적을 쌓을 수 있도록 과감한 국산화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국산 풍력터빈 사용에만 그치지 말고 부품 국산화율 100%라는 공격적인 목표를 정해 부품업체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부발전이 국산풍력 100기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했듯이 한전이 ‘국산화율 100% 프로젝트’를 계획한다면 안정적인 부품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해외 풍력터빈 제조업체 입장에서도 일정 규모를 제외한 모든 해상풍력 프로젝트에서 시장경쟁이 보장되는 입찰방식을 선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해상풍력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미래 성장 가능성과 현재 사업 리스크가 공존하는 부유식해상풍력에 한전이 선도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업무협약 체결 후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업무협약 체결 후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력망 독점한 한전과 오스테드 비교 부적절
한전의 해상풍력사업 진출 필요성을 글로벌 시장 흐름과 비교해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기업이 오스테드다. 덴마크 국영기업 오스테드가 세계 해상풍력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니 공기업인 한전도 더 늦기 전에 해상풍력사업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협약식에서도 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협약식에 참석한 풍력업계 한 관계자는 “오일·가스 개발사업으로 몸집을 키워온 오스테드는 2017년 동에너지에서 사명을 바꾸고 해상풍력 중심의 친환경에너지 기업으로 변모하는데 성공했다”며 “정부가 일정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할 뿐 두 기업의 사업구조는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전은 전력망과 전력판매를 독점하고 있지만 오스테드는 개발·운영사로 전력망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며 “시장 지위가 다른 두 기업을 단순 비교해 사업진출 명분으로 삼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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