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터빈 입찰에 부품 국산화비율 반영
풍력터빈 입찰에 부품 국산화비율 반영
  • 박윤석 기자
  • 승인 2021.03.22 0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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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발전, LCR 기준 마련… 평가점수 10점 배정
15개 주요부품 지정… 1~22% 개별 비율 적용
한국남동발전에서 마련한 풍력터빈 LCR 국산화율 기준
한국남동발전에서 마련한 풍력터빈 LCR 국산화율 기준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해상풍력터빈에 사용된 주요 부품의 국산화비율을 평가점수에 반영하는 입찰방식이 도입될 예정이다. 부품 현지화에 따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국내외 제조업체들의 셈법이 복잡해질 전망이다.

풍력업계에 따르면 한국남동발전은 지난해 용역을 진행한 풍력터빈 LCR(Local Contents Requirement) 기준과 관련해 최근 세부기준과 범위 등을 잠정 확정하고 본격적인 현장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이번에 마련한 LCR 내용을 현재 추진 중인 신안우이해상풍력 풍력터빈 입찰에 시범적용할 계획이다. 이미 국내외 기자재 업체에 RFP(제안요청서) 발송을 마치고 4월말까지 입찰제안서를 받을 예정이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입찰방식인 만큼 입찰 참여업체들도 제안서 작성에 신중할 것으로 보인다.

남동발전은 이번 LCR 제정을 통해 국내 해상풍력산업 육성과 생태계 건전성 강화를 위한 초석을 다질 방침이다. 국내외 풍력터빈 제조업체들의 국산부품 사용을 유도함으로써 국내시장 활성화를 이끌어 해외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남동발전이 풍력터빈 입찰에 LCR 평가점수를 반영함에 따라 전력그룹사 개념으로 묶여있는 한전자회사 특성상 나머지 발전공기업도 향후 유사한 형태의 입찰방식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공기업의 SPC 출자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국내 해상풍력 개발환경에 비춰볼 때 대부분의 해상풍력 기자재 입찰에 LCR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국내외 제조업체들의 움직임도 바빠질 전망이다.

신안우이해상풍력 첫 시범적용
국산화규정으로 불리는 LCR은 풍력터빈 제작 시 국산부품을 일정비율 사용하도록 규정하는 것이다. 자국 산업 보호와 국내 생산기지 유치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만·터키·인도 등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여러 나라에서 유사한 형태로 활용하고 있다.

남동발전이 풍력터빈 입찰에 활용하기 위해 마련한 LCR 기준에는 ▲국산화 인정범위 ▲평가점수 ▲부품항목 ▲국산화비율 ▲패널티 등의 내용이 담겼다.

관심을 모았던 부품 국산화 인정범위는 국내업체가 해외공장에서 생산한 부품과 해외업체가 국내 생산시설에서 제작한 부품 모두를 허용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국내기업 경쟁력 강화와 부품 현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씨에스윈드의 경우 대표적인 풍력타워 제작업체지만 아직 국내에 생산라인을 두고 있지 않다.

남동발전은 입찰 시 풍력터빈 평가점수에 반영하는 국산화비율 배점을 일단 10점으로 배정했다. 예를 들어 풍력터빈 부품 국산화비율이 70%라면 7점의 평가점수를 받게 된다. 신안우이해상풍력의 경우 시범적용인 점을 감안해 평가점수 배점을 절반으로 줄였다.

기술적 측면과 풍력터빈 가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기존 입찰방식과 비교했을 때 10점의 국산화비율 평가점수는 상당히 높은 비중이란 게 업계의 평가다.

미준수 시 계약금 차감 패널티
국산화비율을 살피는 부품은 총 15개 품목으로 정해졌다. 국산화비율은 각각의 부품마다 최대 22%에서 최소 1%까지 다르게 적용된다. 증속기가 없는 기어리스타입 풍력터빈의 경우 발전기의 국산화비율이 높게 책정됐다.

부품별 적용되는 국산화비율은 기어드타입 기준으로 ▲블레이드(22%) ▲타워(20%) ▲기어박스(13%) ▲파워컨버터(5%) ▲발전기(4%) ▲트랜스포머(3%) ▲나셀커버(3%) 등 순이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부품 국산화비율은 원가비중과 현지화 가능성 등을 고려해 적용했다”며 “조립공정에 해당하는 ‘나셀 파이널 어셈블리’가 20% 비율로 품목에 포함된 이유도 높은 원가비중과 국내공장 유치 가능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종 선정업체가 계약한 부품의 국산화를 지키지 못할 경우 미준수 부품의 국산화비율에 차감적용률 50%를 적용해 총 공급계약금액에서 차감할 예정”이라며 “배점·패널티 등 보다 세밀한 LCR 기준 마련을 위해 오는 4월 중 관련 공청회를 열어 업계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업체 유리?… 뚜껑 열어 봐야
풍력업계는 이번 LCR 기준이 국내 기자재 업체에 전적으로 유리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표면적인 배점이 높아 우위를 보일 수 있지만 실제 평가점수를 예상보다 낮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산화율 미준수 시 적용되는 패널티가 국내업체에게 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아직 국내 풍력부품 시장이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황이라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외산 기자재 업체의 경우 대부분 풍력타워와 국산화비율 기준이 낮은 일부 부품에 한해 국산부품을 사용하고 있어 계약금 차감 리스크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국산화비율 인정기준이 높은 나셀 조립공정이 LCR에 포함된 만큼 시장 상황에 따라 현지화도 고려할 수 있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대량생산 구조인 해외 기자재 업체와 풍력터빈 가격을 놓고 경쟁하려면 공격적인 입찰가를 제시해야 하는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재정 부담이 큰 전략”이라며 “LCR 기준 적용에 따라 국내외 업체 간 기자재 가격 평가점수 격차가 어느 정도 상쇄될 것으로 보여 향후 기술부문 평가결과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의 주요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LCR 기준 제시로 풍력터빈 국산화율 방향이 좀 더 명확해 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국내외 기자재 업체 간 건전한 선의의 경쟁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풍력부품 공급망이 구축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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