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 위해 녹색금융공사 설립 절실
기후위기 대응 위해 녹색금융공사 설립 절실
  • 배상훈 기자
  • 승인 2021.03.16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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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형배 의원, ‘녹색금융 촉진 특별법안’ 발의
녹색금융 패러다임 전환 주제로 토론회 개최
토론회에 참석한 내빈 모습. 참석자들은 이 자리에서 한국녹색금융공사 설립 필요성에 대해 피력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내빈 모습. 참석자들은 이 자리에서 한국녹색금융공사 설립 필요성에 대해 피력했다.

[일렉트릭파워 배상훈 기자]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2050 탄소중립 목표 기후동맹’에 참여하고 있다. 2050 탄소중립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0(zero)’으로 만들겠다는 의미다.

대한민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이어 2050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정부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했던 미국도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기후변화 대처를 최우선 순위 과제 중 하나로 선정했다.

이처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으로 기후변화 대응 시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한국녹색금융공사 설립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녹색전환연구소, 한국풍력산업협회,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 금융분과는 3월 15일 켄싱턴 여의도 호텔에서 공동으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에 따른 녹색금융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열렸다.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녹색금융공사를 조속히 설립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를 위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녹색금융 촉진 특별법안’(이하 녹색금융 촉진 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녹색금융 촉진 특별법은 지난해 11월 민형배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다. 기후위기 대응 관련 자금공급 등 녹색금융 촉진을 위해 녹색금융공사 설립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녹색금융공사 설립은 지난해 7월 14일 민형배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UNEP FI(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가 주관한 ‘그린뉴딜 금융지원 특별법 제정 전문가 토론회’에서 최초로 제기했다.

발제 중인 김정인 중앙대학교 교수(사진=토론회 방송 캡처)
발제 중인 김정인 중앙대학교 교수(사진=토론회 방송 캡처)

모험자본 제공해 민간투자 창출해야
김정인 중앙대학교 교수는 이번 토론회에서 ‘미국 녹색금융 정책 및 추진 동향’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미국처럼 국내에서도 기후환경과 에너지 분야의 적극적인 육성을 위해 정부 주도의 녹색금융공사 설립이 필요하다”며 “만약 이것이 당장 어렵다면 단기적으로 정책금융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을 선정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어 “녹색금융은 민·관 협력을 통한 경제성장, 취약산업의 공정한 전환 및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녹색자본연합의 제프리 슈헙(Jeffrey Schub) 이사는 관련 입법 동향과 설립 추진배경, 목표를 설명했다. 녹색자본연합은 미국 바이든 정부의 청정에너지·지속가능성 엑셀러레이터 입법과 설립을 주도적으로 지원하는 시민단체다.

제프리 슈헙 이사는 “청정에너지·지속가능성 엑셀러레이터가 1,000억 달러 규모로 설립되면 4년 내 5,000억 달러 이상의 추가적인 민간·공공투자, 400만개 고용창출 등이 기대된다”며 “투자액의 40%는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해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형건 녹색기후기금 팀장의 경우 이날 ‘세계 및 한국의 녹색금융 동향’에 대해 발표했다. 이어 녹색금융공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형건 팀장은 “녹색금융 촉진 특별법이 통과되면 한국은 녹색금융 관련 정책을 입법화한 최초의 국가 중 하나가 된다”고 밝혔다.

또한 “녹색금융공사 등 녹색 금융기관은 기존 정책·민간금융기관이 높은 위험으로 인해 접근하기 어려운 시장실패 영역에 모험자본을 제공한다”며 “녹색금융 활성화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설립됐거나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덕환 한국풍력산업협회 대외협력팀장(사진=토론회 방송 캡처)
최덕환 한국풍력산업협회 대외협력팀장(사진=토론회 방송 캡처)

풍력산업 활성화하는 녹색금융공사 필요
발제 후에는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를 중심으로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특히 최덕환 한국풍력산업협회 대외협력팀장과 정대복 SK D&D 상무는 한국의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한국의 해상풍력산업 활성화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선정했다.

최덕환 팀장은 “해상풍력발전 등 대규모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는 막대한 자금을 초기에 투입한 후 오랜 기간 여러 위험을 해소하며 이익을 거두는 구조”라며 “통상 착공 이전에 십수년 앞을 전망해서 위험을 분석하고 투자를 감행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적절한 자금 규모와 투입 시기가 사업의 행방을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편 석탄발전 프로젝트는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 세기에 걸쳐 건설-운영-폐기까지 많은 데이터를 축적한 사업 모델이다. 다양한 검증을 거친 모델이지만 관련 업계에선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전환, RE100 등에 적합한 모델은 아닌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반면 재생에너지는 법 제도, 민원, 유연한 전력시장과 전력계통 운영을 토대로 태양과 바람이라는 거의 무한한 에너지를 활용한다.

다만 예측이 어려운 기상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근원적인 불확실성뿐만 아니라 미비한 법 제도나 민원 대응, 미흡한 전력시장·전력계통 운영능력 등은 고스란히 재무적 위험성으로 연결된다고 우려했다.

최덕환 팀장은 “프로젝트 평가시 금융권은 낮은 수익률보다 불확실성을 더 큰 문제로 여긴다”며 “전반적으로 포트폴리오나 축적한 데이터가 부족한 만큼 관련 금융 전문가 풀(pool) 역시 취약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영국이 2012년 설립한 녹색투자은행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KDB산업은행이 2017년 발표한 ‘세계그린뱅크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녹색금융기관은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있어 민간 투자를 촉진하는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최덕환 팀장은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데이터를 많이 축적할 수 없던 초기 산업시기에 영국의 녹색투자은행은 민간 금융이 감당할 수 없는 투자를 감당했다”고 밝혔다.

또한 “재생에너지 금융상품을 구조화하고 시장 표준화를 주도해 자본 비용을 낮췄다”며 “보증상품이나 위험 분산 금융상품, 대출 손실 보전금, 해외투자자를 유인하기 위한 환율, 정치적 위험을 분산하는 금융상품 등을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영국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쌓을수록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었다. 불확실성은 제거하면서 민간 투자가 들어올 자리를 더 넓게 하는 선순환 구조도 형성했다.

최덕환 팀장은 “이 과정에서 많은 프로젝트를 분석하고 위험 분산을 위해 아이디어를 낸 경험이 있는 사람을 키워냈다”고 말했다.

이어 “경험 많은 전문가들이 이제 영국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며 “영국이 해상풍력 선도국가로 우뚝 서는 과정에서 모든 공을 녹색금융기관에 돌릴 순 없지만 이 기관이 크게 이바지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한편 2019년 기준 세계 해상풍력 설비용랑 29.1GW 중 33%인 10GW를 영국이 차지하고 있다. GWEC(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2030년까지 유럽에는 89G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그중 영국은 34%를 점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국은 자국 내 풍력발전 제조 브랜드가 거의 전무하다. 하지만 막대한 금융자본과 기법을 활용해 여러 지역에 해상풍력 배후항만을 건설하고 지역 경기를 부양하며 경제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최덕환 팀장은 “우리나라는 해상풍력의 경우 현재 초기시장을 형성하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법 제도 미비, 수용성 문제를 비롯해 불확실한 금융 조달 문제까지 사실상 거의 모든 위험을 사업자가 부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뿐만 아니라 “안정성 측면에서 불확실성을 내포한 제도적 문제가 더 많은 금융 위험성을 양산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제도적 문제도 해결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녹색금융공사는 우리나라와 같이 초기 해상풍력 시장에서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시장 확대에 투자가 투자를 부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데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최덕환 팀장은 “단순히 온실가스를 생산하는 발전소는 안된다고 할 게 아니라 청정한 재생에너지에 민간이 어떻게 투자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할 시기”라며 “공적자금을 기반으로 한 만큼 윤리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온실가스 감축 등 친환경적인 목적에 맞게, 보수적인 관치금융의 태도가 아니라 재생에너지 금융 파트너를 길러 과감한 투자를 해줄 수 있는 파트너가 됐으면 한다”며 “민간 풍력업계는 이런 파트너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대복 SK D&D 상무(사진=토론회 방송 캡처)
정대복 SK D&D 상무(사진=토론회 방송 캡처)

“녹색금융, 해상풍력 경쟁력 제고 도움될 것”
해상풍력은 에너지전환 정책과 탄소중립 정책의 중심에 있는 사업이다. 사업 특성상 정책적 변수가 크고 개발기간이 긴 특징이 있다. 개발비용도 많을 뿐만 아니라 관련 기반 조성이 사업 성패에 크게 기여하는 중요한 사업이다.

정대복 SK D&D 상무는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제품의 생산·조립, 해상운송, 유지보수 등에 필수적인 배후항만이나 변전소 허브 등은 지역발전에 중장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반은 개별 민간사업자들이 매몰비용 위험 부담 때문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사업 특성상 사업자 간 경쟁으로 중복투자 가능성이 있는 점, 경쟁에 의한 선점 등으로 적시에 활용할 수 없는 비효율성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 중 하나다.

정대복 상무는 해상풍력 개발 경험이 있는 해외 선진기업의 경우 기반 확보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공공자원으로써 사전에 충분히 준비했던 것으로 파악했다.

또한 “녹색금융이 이 같은 기반 투자에 선제적으로 투자함으로써 사업개발 가속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런 부분이야말로 녹색금융과 같은 공공재원을 활용한 좋은 사례가 되고 자국의 해상풍력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해상풍력 사업은 사업개발 계획부터 건설·운영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관련 기업과 광범위한 지역주민에게 상당한 규모의 유·무형적 파급효과가 있는 사업이다.

때문에 사업 초기부터 지자체, 어업·수산업에 종사하는 지역민 대표와도 협업관계를 구축해 소통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정대복 상무는 “지역민이 참여하는 해양자원 활용 프로그램, 수산업 지원 프로그램 등을 수협중앙회, 지자체, 해양수산부 등과 함께 진행할 수 있다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녹색금융공사의 새로운 역할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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