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탄 선언, 실효성 부족”··· “발전원 전환, 상당한 시간 필요”
“탈석탄 선언, 실효성 부족”··· “발전원 전환, 상당한 시간 필요”
  • 배상훈 기자
  • 승인 2021.02.24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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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과 탄소중립시대 세미나 개최
녹색채권 등 한국 기후금융 현안 공유
2월 23일 서울 켄싱턴호텔 여의도에서 열린 세미나 전경
2월 23일 서울 켄싱턴호텔 여의도에서 열린 세미나 전경

[일렉트릭파워 배상훈 기자]탄소중립시대 금융기관의 재무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선 채권시장 기후변화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월 23일 서울 켄싱턴호텔 여의도에선 ‘자본시장과 탄소중립시대–회사채 시장의 기후 리스크 평가’ 세미나가 열렸다. 이 세미나는 기후솔루션, 김성주·민형배·양경숙·이소영·정필모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 금융분과가 주관했다.

김성주 의원은  “대한민국 기후변화 수준은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늦게 출발했다”며 “어느 신용평가기관에선 대한민국 ESG 대응이 우수하다는 결과를 냈지만 그건 부끄러운 발표”라고 밝혔다.

또한 “ESG 대응이 모든 기업과 금융기관의 기본전략이 되기 위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매우 멀다”고 말했다.

민형배 의원의 경우 신용평가사에 더 합리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그는 “그동안 신용평가사의 평가방식, 관례, 관성 등이 대한민국 녹색 금융의 장애물이 되는 것은 아닐지 냉정하게 짚어달라”고 당부했다.

기후리스크, 신용평가·기업평가에 반영돼야
토론회 첫 발제를 맡은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신규 석탄화력 사업이 없는 상황에서 신규 투자 중단이라는 탈석탄 선언은 실효성이 부족하다”며 “지금 시점에선 회사채 시장에서 석탄사업 투자를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세종 변호사는 “국내 자산운용사 운용 채권 자산의 86.7%가 삼척 석탄화력 발전의 발행 회사채를 인수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신용등급은 AA-”라고 언급했다.

이어 “시장이 리스크를 이미 반영해서 투자를 철회하고 있는데 신용평가사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

그는 또 “다량의 석탄 자산을 보유한 한국전력 발전자회사 발행 회사채의 신용등급도 AAA”라며 “신용평가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재무적 위험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울프 얼란드슨(Ulf Erlandsson) 인류세사채연구소(AFII) 대표의 발제에서도 동일한 문제의식이 제기됐다.

얼란드슨 대표는 “채권시장은 125조 달러를 초과하는 규모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75%에 달하는 기업들이 사채 시장에 의존하는 중”이라며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채권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석탄 자산 보유여부가 채권 자산 운용에 이미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하며 스웨덴 국영전력회사 바텐폴(Vatenfall)의 사례를 소개했다.

무연탄 발전소와 독일 갈탄발전소에 많은 투자를 하던 바텐폴은 2015년 3%의 이자율로 혼합채권을 발행했다.

엘란드슨 대표는 “석탄 자산 때문에 자산가치가 대폭 하향 조정되며 투자자들이 빠르게 매도를 시작했다”며 “채권가격이 6개월 새 25% 하락했고 자금 조달비용이 3%에서 6%로 2배 뛰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발제를 맡은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의 크리스티나 응(Christina Ng) 선임연구원은 “한전 발전자회사 발행 회사채에 관한 정부의 암묵적인 보증이 결국 국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리스티나 연구원은 “한전 발전자회사의 석탄화력 발전 비중은 전 세계 8위로 눈에 띄게 높다”며 “석탄자산이 가까운 미래에 좌초자산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전 발전자회사의 회사채 발행 뒤에 정부가 암묵적으로 보증을 서주고 있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높게 책정되고 있다”며 “다양한 기후리스크가 신용평가와 기업평가에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본시장과 탄소중립시대–회사채 시장의 기후 리스크 평가’ 세미나에 참석한 내빈 모습
‘자본시장과 탄소중립시대–회사채 시장의 기후 리스크 평가’ 세미나에 참석한 내빈 모습

정부, 필요성 공감··· 현장선 속도 우려
발제 후 열린 토론에서 정부는 녹색금융을 위한 제도 마련이 진행 중임을 강조했다.

이정용 환경부 녹색산업혁신과장은 “환경부가 금융위원회와 함께 녹색금융 TF를 구축해 채권 가이드라인, 공시제도 개선 등 다양한 보완책을 논의하고 있다”며 “쏟아져 나오는 녹색채권 중 그린워싱되는 것이 없도록 관찰과 사후관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정용 환경부 녹색산업혁신과장
이정용 환경부 녹색산업혁신과장

김수빈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 사무관은 국내 자본시장에서 자발적인 포트폴리오 정리, 정보 공개, ESG 지배구조 변화, 공시 가이드라인 확립 등의 변화가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ESG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 체계가 미진하고 획득 가능한 정보에 의존한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분류체계를 포함한 감시감독체계를 환경부와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성호 KDB산업은행 발행시장실 부부장은 “시장이 소화할 수 있는 것보다 녹색금융 정책이 앞설 경우 기업의 주된 자금조달원인 채권시장의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주욱 한국기업평가 평가5실 실장은 “총괄원가보상제 등 석탄발전의 수익성을 보장하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삼척블루파워 등 신규 석탄사업은 높은 신용등급을 받을 근거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에 따라 사업성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변화가 있다면 신용평가도 이를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유근 한국서부발전 예산자금부 과장
오유근 한국서부발전 예산자금부 과장

박태우 한화자산운용 채권운용담당 과장은 “당위성으로 금융정책을 설계할 경우 시장 가격이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자에게도 수익성과 관련된 명확한 시그널이 갈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오유근 한국서부발전 예산자금부 과장은 석탄발전 사업이 악의적인 것으로만 비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오유근 과장은 석탄을 포함한 안정적인 전원 확보로 현재 국가경제가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발전회사가 공익적인 일을 한다고 자부했음에도 지구 온난화 주범으로 매도되는 게 안타깝다”며 “발전원을 전환하는 것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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