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근 “북한 현대화 사업, 대북제재 위반”··· 에경연 “정부 지원방안과 무관”
구자근 “북한 현대화 사업, 대북제재 위반”··· 에경연 “정부 지원방안과 무관”
  • 배상훈 기자
  • 승인 2021.02.17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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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조원 규모 ‘북한 화력·수력 현대화 사업’ 제안
대북제재 해제 이후 민간 중심의 사업모델 제시

[일렉트릭파워 배상훈 기자]국무총리실 산하기관이 7조7,000억원 규모의 ‘북한 화력·수력 현대화 사업’을 제안했다는 소식에 업계가 들썩했다.

하지만 대북제재 해제 이후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한 민간 중심의 에너지 분야 사업모델을 제시한 것이라며 정부 중심의 지원 방안과 무관하다는 해명도 이어졌다.

최근 산자중기위 소속 구자근 의원은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로부터 받은 ‘친환경·저탄소 남북 에너지협력 추진방안 연구’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북한 에너지산업 현대화 방안으로 ▲화력발전 현대화(2조9,235억원) ▲수력발전 현대화(2조2,052억원) ▲순천지역 연탄공장 건설(734억원) ▲석탄광 현대화 사업(2조5,167억원) 등을 제시했다. 총 투자비는 7조7,188억원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는 국책연구원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주관 연구기관으로 참여했다.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산업은행, 한국전력기술, 산업연구원,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협력연구기관으로 공동 참여했다.

연구 자료를 살펴보면 북한 에너지산업 현대화를 위한 주요 시범사업으로 ▲화력발전설비 리파워링·개보수 ▲수력발전설비 현대화 ▲연탄공장 건설 ▲석탄광 설비 현대화 등 에너지 분야 남북협력 사업 개발을 검토했다.

노후화력 폐지 천명한 정부기조 반해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북한의 전체 화력발전소를 현대화하기 위한 공사금액은 2조9,235억원으로 추정했다. 북한의 청진화력, 북창화력 등 7개 발전소 41개 호기 2,950MW 시설의 현대화 계획이 포함됐다.

화력발전 현대화를 위해 1980년대 준공한 노후 화력발전소를 개보수함으로써 수명을 연장하는 방안이 주요 내용이다. 1984년 준공한 청진화력 1~2호기와 1982년 준공한 북창화력 13~14호기가 대상이다.

또한 81개 발전소 185개 호기 3,988MW의 노후 수력발전소를 노후도 등급별로 개보수할 경우 총 투자비는 약 2조2,052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생에너지 개선을 위해 북한의 지역별 인구 및 가구, 원료입지조건 등도 고려했다. 북한 전역에 15만톤급 연탄공장을 27개 건설해 북한의 가정용 석탄 사용량을 전부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석탄광 현대화 전국 확대를 위해선 연합기업 소속 북한의 주요 대형 석탄광을 대상으로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는 게 골자다. 총 18개 탄광 현대화를 위해 약 2조4,245억원 규모의 투자액이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구자근 의원은 “대북 화력발전소 지원 내용은 국내 노후 화력발전소 폐지를 천명한 현 정부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현재 60기인 석탄화력발전소를 2034년까지 30기로 줄인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연구문건 생산 경위·보고라인 밝혀져야
연구 문건에선 북한에서 생산한 석탄을 받아 투자비를 회수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한국에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투자비를 조달하고 북한에서 상환 받은 석탄으로 비용을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상환한 석탄은 한국의 소비회사로 판매돼 수입품을 대체하고 특수목적법인은 석탄 판매수입으로 차입자금을 상환한다는 것이다.

구자근 의원은 이 같은 방식에 대해 “북한 석탄 수출과 대북 투자·합작 사업을 전면 금지한 유엔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할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건에선 대북제재에 대한 검토는 빠져 있었다. 문건에는 ‘사업 진행을 위해 북한 당국의 동의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북한 당국의 입장을 고려한 경제성 분석이 병행돼야 한다’고 돼 있다.

구자근 의원은 문건이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에 전달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위한 실질적인 로드맵인지 여부도 중요한 관심 대상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1월 31일 통일부는 북한 원전건설 관련 논란이 일자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측에 전달한 것은 한반도 신경제 구상이라고 밝혔다.

문건에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에 대한 언급도 여러 차례 나왔다. ▲북한 에너지산업 현대화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실현을 위한 세부정책과제로 포함돼 추진돼야 할 필요가 있음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라는 국정과제 실현의 가능성 제고 측면에서도 상호 연계해 추진할 필요가 있음 등의 내용이 있다.

구자근 의원은 “총리실 산하기관이 북한 에너지산업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자는 연구문건을 생산한 경위와 문건이 어디까지 보고됐는지 철저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 중심의 정책 연구··· 2월 중 문건 공개
에너지경제연구원(이하 에경연)은 기사에 인용된 연구에 대해 ▲대북제재 완화를 전제로 북한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에 대한 정보 제공 ▲관련 정부정책 수립 지원을 목적으로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윤 확보, 투자비 회수방안 등을 포함하는 민간 중심의 사업 모델을 제시하는 정책연구라며 정부 차원의 자금 투입을 전제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먼저 에경연은 “국내 민간은행과 발전회사에서 7조7,000억원을 끌어와 북한 에너지 사업에 투자한다”는 지적에 대해 언급했다.

에경연은 본 연구에서 제시한 사업 모델의 경우 민간 에너지 업계의 해외 진출시 일반적으로 활용하는 재원조달 방식이라며 ‘은행 등서 7조 끌어와’라는 기사 제목 표현은 민간의 자율적 투자가 아니라는 오해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 에너지사업 진출시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한 재원조달은 사업 설계시 가장 기초적으로 고려하는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에경연은 ‘비공개 연구 용역보고서’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에경연은 본 연구의 최종보고서가 이미 완성돼 있는 상태라며 일반적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협동연구과제 결과물과 마찬가지로 2월 중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본 연구는 2019년 당시 통상적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협동연구 공모 절차에 따라 과제 책임자가 자율적으로 제안하고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심의를 통해 선정됐다며 발주처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외 기관에 별도로 보고·제공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석탄으로 돌려받음으로써··· 송금 관련 규제 등을 회피할 수 있어서’라는 표현에 대해 해명했다.

에경연은 “본 연구에선 환차손 등에 의한 대북사업 투자회수 리스크 저감을 위해 석탄 현물상환 방안을 검토한 것이라는 점을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보고서의 ‘송금 관련 규제’라는 표현은 북한 당국의 외화반출 규제를 의미한다”며 “우리 정부 또는 국제사회의 북한 관련 규제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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