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제3자 PPA 한계 도달··· 직접 PPA로 보완 필요
[전문가 칼럼]제3자 PPA 한계 도달··· 직접 PPA로 보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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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1.2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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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장 기후위기대응·에너지전환 지방정부협의회장
김홍장 기후위기대응·에너지전환 지방정부협의회장

[일렉트릭파워]지난 1월 5일 국무회의에서 한전의 전력구매계약 중개(이하 제3자 PPA)를 허용하는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됐다. 기업은 이제 RE100을 위해 ▲녹색 프리미엄 ▲자가발전 ▲인증서 구매 ▲지분투자 ▲제3자 PPA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

RE100은 기업이 필요한 전력량의 100%를 태양광·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로 사용하겠다고 선언하고 다양한 수단을 통해 이를 이행하는 기업 활동이다.

에너지를 대규모로 사용하는 글로벌 기업 사이에선 RE100 캠페인에 참여하는 것을 코로나19 시대 이전부터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의 한 전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올해 1월 11일 기준 284개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애플, 구글 등 30개 기업이 100% 목표를 달성했다. 95% 이상 달성한 기업도 45개다.

반면 대한민국은 지난해 12월에야 SK그룹 계열사 8개 기업이 정식으로 RE100 캠페인에 등록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브랜드와 대표 기업들의 위상과는 다르게 아직 첫 걸음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1999년 이후 전력시장 개방을 목표로 한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계속 진행 중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가 ‘내수 및 수출경제 보호’라는 명분을 갖고 최대한 안정적인 전력시장을 유지한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RE100과 같은 새로운 무역장벽 대응을 위해선 국익 보호와 기업활동 효율성 사이의 접점을 잘 찾아야 한다. 아직은 단기 처방 위주의 미봉책에 그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제3자 PPA 제도다. 주요 내용은 1MW를 초과하는 재생에너지 설비를 가진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전력량에 대해 전력시장을 통하지 않고 전기판매사업자, 즉 한전에게 직접 팔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한 한전은 해당 전력을 전기사용자에게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했다.

가격 협상도 가능하고 대규모 장기 계약으로 재생에너지 증가 기여도도 큰 제도인데 국내에선 왜 한계가 있을까.

가장 큰 이유는 한전이 국내 독점 전기판매사업자로서 제3자 PPA 중개사업자이면서 가격 결정자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발전 사업자나 수요기업으로선 굳이 제3자 PPA를 통해 사업을 수행할 유인이 부족한데 한전이 ▲구매계약단가 ▲망 사용료 ▲보완공급 조건 등 제3자 PPA에 참여하지 않는 전기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세부사항을 마련할 것이기 때문이다.

발전사업자와 수요기업이 중심이 돼 협상하는 것이 아니라 한전이 정한 세부기준에 얽매여 협상하고 결국 가격은 현재의 재생에너지 가격보다 더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제3자 PPA가 재생에너지 확산과 증가에 기여한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또한 제3자 PPA 중개행위 자체가 한전 스스로의 입지를 축소시키는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 이는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인정한 사안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전력 부문을 개방해 전체 가치사슬에서 진정한 경쟁과 독립적 규제기관을 도입하지 못한 점은 한국의 에너지전환을 가로막는 주요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처럼 한전이 참여하는 제3자 PPA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직접 PPA 법안(김성환 의원 대표발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은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와 전기사용자 간 협상력을 인정한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급주체와 전기사용자의 탄생, 다양한 계약방식 실현 근거가 될 것이다.

이는 전력시장에 유연성을 불어넣어 시장 기반의 에너지전환을 확대하는 단초가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 국회, 기업 등 각 단위에 다음과 같은 요청을 하는 바이다.

첫 번째, 산업부에는 제3자 PPA 관련 고시, 한전 약관 등 세부 시행방안 마련 과정의 공개적이고 투명한 논의를 촉구한다.

두 번째, 국회에 계류 중인 ‘직접 PPA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한다.

세 번째, RE100에 관심 있는 기업에게는 지역중심 RE100과 미래 성장동력 구축을 위한 지방정부와의 협력을 요청한다.

기후위기대응·에너지전환 지방정부협의회는 에너지전환 시대 에너지 정책이 에너지 분권과 분산에너지 정책이 돼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한다.

제3자 PPA와 직접 PPA 중에서 선택하는 문제가 아닌 중앙집중형이고 폐쇄적인 전력시장의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국익과 새로운 가치 창출을 전제로 논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RE100 캠페인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기업과 지방정부가 협력할 수 있도록 자유롭고 공정하고 효율적인 정책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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