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향해 도전하는 정신 가질 것”
“세계를 향해 도전하는 정신 가질 것”
  • 양현석 기자
  • 승인 2009.06.05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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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준연 한전 해외사업본부장
기업성 수익성 추구하는 조직으로 탈바꿈

한전의 영문 약자인 KEPCO의 명성은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드높다. 외국인에게 알고 있는 한국 기업을 물어보면 대부분 KEPCO의 이름이 거론될 정도로 한전의 해외사업 능력과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한전은 중장기적으로 세계적인 글로벌 에너지그룹으로의 성장을 목표로 해외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의 해외사업은 현재 한전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있는 분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점차 포화상태로 가고 있는 국내 전력수요 증가율로 살펴 볼 때 국내 사업만으로는 한전의 성장은 물론, 현재의 위상을 유지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한전의 우수한 기술 인프라와 인력을 활용한 해외사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올해 초 새로운 해외사업본부장(전무)으로 임명된 변준연 본부장의 각오는 그래서 더욱 남다르다. 비록 한국에 있는 시간보다 해외출장의 시간이 더 많은 힘든 임무지만 변 본부장은 막중한 책임감과 도전정신으로 해외사업본부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김쌍수 사장 취임 이후 수익성을 강조하는 한전 분위기의 변화를 곳 곳에서 감지할 수 있지만, 해외사업본부는 그야말로 수익성 그 자체를 위한 사업본부다.

민간기업과 똑같은, 아니 그 이상의 마인드로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해외사업본부 모든 구성원은 이미 글로벌 비즈니스맨으로 변신을 끝마쳤다.

변준연 본부장을 인터뷰 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인터뷰 약속을 어렵게 잡았어도 예고 없이 수시로 발생하는 해외출장으로 약속이 연기된 것이 두어 차례. 6월호 마감을 코앞에 두고 겨우 그를 만나 한전의 해외사업 비전과 전략을 들어볼 수 있었다.

해외사업 상상 못 할 수준으로 성장할 것

해외사업본부장 부임을 늦게나마 축하드리며, 소감과 함께 해외사업본부를 이끌어 나갈 방향을 말씀해 주십시오.

한전의 해외사업은 현재 회사 내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분야로서, 향후 20년 후의 회사발전을 위해서는 정체된 국내시장에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발전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한 초석을 닦아야 합니다.

이런 중요한 시점에 이 자리에 앉게 돼 많은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회사의 발전을 책임진다는 너무나 막중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느끼며 보다 진취적으로 세계를 향해 도전한다는 정신으로 해외사업본부를 이끌 생각입니다.

해외사업은 철저한 수익성을 기준으로 운영됩니다. 직원 개개인이 공기업의 다소 보수적이고 관료적인 성향을 완전히 버리고 열정과 도전 정신을 함양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육성할 계획입니다.

아직까지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해외사업개발 인력이 부족하고 해외사업을 위한 대규모 자금조달에도 애로가 있습니다. 그러나 10여년 전 해외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와 비교해 보면 지금은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성장했고, 향후 10년 후에는 지금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성장해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한전의 해외사업은 김쌍수 사장님 부임 이후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것 같습니다. 기존의 해외사업본부와 지금의 해외사업본부가 가지는 위상 및 철학의 차이가 있다면.

작년 8월 김쌍수 사장님 취임 이후 한전 내부조직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특히 해외사업본부는 기업성과 수익성을 추구하는 조직으로 100% 탈바꿈했으며, 해외사업본부 전 직원은 회사의 장기적인 먹거리, 즉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전 세계를 누비며 세계적인 전력회사의 치열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장님도 수차례 강조하신 바와 같이 회사는 연간 10% 이상 성장해야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으나 향후 국내 전력수요 성장률은 1%대 이하로 예측되므로 해외사업에 집중 투자해 매출신장과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합니다.

이러한 사명감을 바탕으로 해외사업본부는 글로벌 전문역량을 갖춘 인재양성, 국제 경쟁력 배양, 적극적인 해외사업 개발의지 함양 등을 통해 해외사업을 전략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하고자 합니다.

원자력발전소 수출 원년 삼아

올해 한전의 해외사업 계획을 알고 싶습니다.

화력사업은 중동, 중앙아시아를 비롯해 동남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서의 사업 수주를 통해 진출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며, 원자력의 경우 올해를 원전 수출 원년의 해로 삼고 UAE, 요르단, 터키 사업 수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 자원개발, 송배전, 수력사업도 적극 추진 중에 있습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향후 성장가능성을 고려, 기존 중국 풍력사업 외에 동남아, 북미 등에서 지열, 태양광 등으로 사업 확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특히 원자력분야의 해외수출이 주목받고 있는데, 세부적인 추진 현황과 계획은.

현재 세계 원전시장은 미국, 프랑스, 일본이 경쟁의 축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데, 이런 구도에 한국이 경쟁에 합류해 각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한전은 UAE, 요르단, 터키, 중국 4개국을 중심으로 전략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UAE는 2017년 5월 최초 원전가동을 추진 중으로, 국제공개경쟁입찰(턴키방식)을 통해 1,400MW급 4기를 건설할 계획으로 있습니다.

이 사업의 경쟁업체로는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와 GE, 프랑스의 아레바, 일본의 도시바, 히타찌, 미쓰비시 등입니다. 지난 3월에 입찰자격 입증서류를 제출해 5월에 3개의 입찰 유자격자가 선정됐고, 7월에 2개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며, 9월에 최종계약자를 선정하는 일정으로 돼 있습니다.

요르단은 APR 1400 1기 또는 2기를 건설할 계획으로 우리나라는 정부 간 협력사업을 통한 원전수출을 추진 중이며, 지난 3월에 국무총리와 한전 사장이 요르단을 방문해 사업 추진계획을 설명했고, 이달에 정부 간 협력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터키는 원전 2기와 핵연료 공장, 교육센터 건설을 위한 시놉 원전사업을 하반기에 발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초원전사업의 경우 입찰조건이 사업자에게 극히 불리해 한전은 입찰에 불참했고, 러시아 업체 ASE가 단독 입찰해 현재 가격 협상 중에 있습니다.

우리는 이 사업이 유찰되면 수의계약으로 추진하기 위한 사업제안서를 4월에 사전제시했고, 하반기 중 현지 수주활동을 위한 한전 인력을 현지에 파견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원전규모를 현재 1만8,200MW에서 2020년에는 7만MW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국영 3개 원전사업자 중심의 국영체제를 탈피하고 민영으로 확대 재편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우리는 중국 원전집단, 발전집단 및 민간기업과의 상호협력 등 전략적 믹스를 통한 원전 진출을 추진하겠습니다.

요르단 및 터키, 중동지역의 원전 수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 국가로의 수출 가능성은 어느 정도이고 전략은 무엇인지.

우리는 올해 원전 중점 수출대상국가 및 중점 공략국가로 중동지역을 정하고 중점 수출대상 국가별 TF를 조직해 원전수출추진체계를 정립하고 있습니다.

우선 요르단 사업추진은 작년 12월 한전 사장이 요르단 압둘라 2세 국왕을 면담하고 요르단 원전 도입을 위한 양국 간 상호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아직 원전 수출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요르단 정부에서 전략적 협력파트너로 제안해 왔다는 점에서 원전 해외 수출에 유리한 입지를 확보한 상태라 하겠습니다.

요르단은 최근 원전건설, 홍해-사대 대수로, 담수플랜트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3가지 건설을 모두 해낼 수 있는 국가로 한국을 지목한 것으로 특히 이번 협약체결이 국제입찰보다 전략적 협력파트너와 수의계약을 희망하고 있는 요르단 정부에서 직접 요청해 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UAE의 경우 자국의 늘어나는 전력수요 충족을 위해 전력공급능력을 2020년까지 약 4만MW로 확충할 계획을 수립하고 3~4개 호기 원전을 건설·운영할 예정에 있습니다.

UAE는 전 세계 원전 공급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국제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금년 내 UAE원전 공급자를
선정할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UAE원전사업은 턴키방식의 발주이므로 세계적인 기업들도 대거 참여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나 한전은 지난 30년 간의 원전 건설 및 운영 경험과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초 해외원전 수주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국내 원전산업계의 역량을 총결집해 대응해 나갈 계획입니다.

터키 아큐유에 대해 말하자면 원전사업이 지난해 한전을 비롯한 전력그룹사가 역량을 총결집시켜 한국형 원전 수출의 첫 신호탄을 올리기 위해 총력을 경주했던 사업이었으나 사업자에게 불리한 입찰요건으로 인해 참여할 수 없었던 아쉬움이 남은 프로젝트였습니다.

한전은 아큐유 원전사업이 최종 유찰될 경우, 터키 정부가 입찰조건을 국제관례 수준으로 개선해 재입찰 공고토록 유도한 후, 입찰에 참여해 사업을 수주한다는 계획입니다.

한편 터키는 올해 하반기에 제2의 원전사업(시놉 원전사업)에 대한 사업자 선정절차를 착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 한전은 이 사업 발주를 대비해 터키 정부에 사업제의서 사전제시로 사업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수주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10년 뒤 세계 최고 해외사업자 돼 있을 것

원자력 외에 꼭 이루고 싶은 해외사업이 있다면.

현재 우리는 원자력뿐만 아니라 화력발전사업에서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최근에 요르단 알 카트라나, 사우디 라빅, 카자흐스탄 발하쉬 사업을 수주한 바 있습 니다. 이와 같이 꾸준히 발전하면 10년 후에는 세계최고의 해외사업개발 사업자가 돼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그런 큰 그림을 위한 기초를 튼튼히 하고자 합니다.

또 해외사업 진출 확대를 위해 M&A를 통해 해외 발전회사를 인수하고, 이를 기반으로 해외사업조직의 확대 기반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렇게 되면 세계 전역의 지역별 거점을 확보하고 해외사업조직을 확대할 수 있어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전력회사가 될 수 있을 것 입니다.

한전이 국내외 경쟁 회사들에 비해 해외사업에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은 무엇인지.

한전은 전력산업 전 분야에서의 성공적인 선행사업 운영 경험, 공기업으로서 안정적 사업여건 및 낮은 부채비율과 높은 신용등급(무디스 A2, S&P A)에 따른 재무적 안정성을 바탕으로 한 양질의 재원조달 능력에서 강점이 있습니다.

또 브랜드파워 및 송배전 손실률, 원전 이용률, 호당 정전시간 등 기술력에 있어서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다만 해외 글로벌 리딩 전력기업과 비교 시 아직까지는 해외사업 경험 및 전문인력이 다소 부족한 편입니다.

그동안 해외사업 분야에 종사해 오시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한다면.

과거 출장 일정이 브라질, 볼리비아, 파라과이를 거쳐 터키를 방문하는 일정으로 잡힌 적이 있습니다. 비행기를 무려 14번을 갈아타는 살인적인 일정에다 비행시간이 65시간이 넘어 모든 일행이 그야말로 파김치가 돼 버렸습니다. 특히 볼리비아는 국토의 평균 높이가 해발 2,000m를 넘는 고지대이고, 수도인 라파스는 해발 3,700m인지라 모두 고산병으로 두통과 호흡곤란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볼리비아에 도착했을 때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초청해 대통령 집무실을 방문해야 했는데 그 집무실은 더욱 높아서 해발 4,000m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요. 고산병을 앓고 있는 일행 모두가 서로 안가겠다고 손을 내저어 할 수 없이 제가 갔던 기억이 납니다.

볼리비아 대통령 집무실에서도 대통령을 기다리는데 원주민 출신의 모랄레스 대통령이 운동화에 점퍼 차림으로 나타나 우리는 그를 청소부인 줄 알고 조금 머뭇거렸던 적도 있습니다.

올해는 원자력 반세기를 맞은 의미 깊은 해인데 원자력계 종사자들과 해외사업 종사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급변하는 지구환경을 보호하고, 불안정한 화석연료 가격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원자력’이라는 데 의견이 모이지고 있습니다. 또 원자력이 우리나라 경제발전과 산업, 과학 분야의 눈부신 성장에 기여한 성과는 크지만 아직 국민들이 느끼는 인식은 그동안의 성과에 비해 다소 저평가 됐습니다.

원자력이 우리나라의 저렴한 전기요금 체계를 가져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국가산업의 경쟁력을 높였다는 데 공감을 했지만, 원자력발전에 확대되는 과정에서 보여준 불협화음은 지난 반세기를 넘어 앞으로 반세기를 준비하는 원자력계 전체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녹색성장의 중심에서 원자력이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원자력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녹색 에너지원인 원자력 발전은 경제와 환경 두 측면에서 가장 우위에 있으며, 원자력은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내일을 위한 오늘의 선택이며, 꿈을 키우는 ‘희망 에너지’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원전 이용률이 93.4%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 30년 간 꾸준히 원전을 건설하고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 등은 세계 원자력계의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세계 원전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변준연 해외사업본부장은···
변준연 한전 해외사업본부장은 1954년 생으로 한양공고, 고려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1977년 한전에 입사했다. 한전 임직원 생활 32년 동안을 대부분 원자력과 해외사업 분야에서 근무한 대표적인 원자력맨으로 손꼽히고 있는 변 전무는 원자력건설부 공사4과장과 원자력건설처 공사운영1부장을 거쳐 KEDO 사업의 주역으로 활동했다.

2000년 KEDO원전사업처 사업총괄팀장을 시작으로 KEDO원전사업처 사업관리역과 KEDO원전사업처 KEDO사업팀장을 역임하고, 2007년부터는 원자력사업처장으로 원자력분야의 해외수출에 매진했다.

올해 초 그동안 원자력과 해외사업 분야에서 거둔 성과를 인정받아 해외사업본부장으로 임명된 변 전무는 여가시간에는 CNN을 시청하거나, 바둑·독서 등으로 자기계발에 소홀함이 없을 정도로 완벽을 추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늘 진취적이고 창의적 사고를 강조하며, 자기혁신을 이끌어내는 상사로 유명해 부하 직원들과 동료들로부터도 신망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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