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제품 공공구매 가격보다 품질 따져야
中企제품 공공구매 가격보다 품질 따져야
  • EPJ
  • 승인 2009.06.0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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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어려우면 산업을 구성하는 가장 하부 단위부터 어려움을 실감하는 법이다. 마치 물이 차오를 때 발목부터 잠기는 것처럼 우리 경제의 기저를 이루는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들이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심각하다.

나는 당장 직원들에게 줄 월급이 없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경영자들을 수도 없이 만나봤다. 전력계를 비롯해 많은 제조 중소기업들은 공공기관들에 대한 매출이 전체 매출 대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과거 단체수의계약 시절보다 대폭 낮아진 낙찰가격에 신음하고 있다. 단체수의계약제도가 폐지되고 그 대안으로 여러 제도들이 신설됐다.

중소기업간 경쟁제도, 다수계약자제도(MAS), 기술개발제품 우선구매제도(NEP 등), 규모별 경쟁제도 등 여러 제도들이 만들어 졌고, 이 제도들의 배경에는 ‘경쟁과 보호’를 양립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있다.

그러나 이 제도들이 운영되는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문제점들이 도출됐다. 특히 발주기관들이 감사나 특혜 시비에 휘말릴까봐 낙찰방식을 최저가방식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 협력 중소기업들의 과도한 가격경쟁을 불러온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가격도 중요한 요소지만, 공기업 등 공공기관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가격만으로 제품을 구매하게 되면 공공부문의 중요한 의무인 중소기업 지원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입찰이 가격의 낮음만으로 결정이 된다면 중소기업들이 기술개발에 힘쓸 이유가 없어질 것이다. 값싼 자재와 숙련되지 않은 인력으로 제조원가를 낮추는 데만 신경을 쓰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이 정상적이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이와 함께 신기술제품(NEP) 등 여러 기술개발제품에 대한 우선구매 규정이 있지만 이 역시 발주기관이 특혜 등의 시비에 휘말릴까봐 구매를 꺼려 실제 구매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점도 발견됐다.

중소기업청 자료를 보면 공공기관의 작년 중소기업제품 구매 비중이 전년도에 비해 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낳고 있다.

다행이도 지난 4월 29일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공공기관에 중소기업제품 구매를 촉진하고 효율적인 구매를 지원하기 위해 ‘공공구매 지원관리자’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객관적인 원가계산의 비용을 중기청에서 예산으로 지원하게 됐다.

즉 공공구매 지원관리자가 각 기관에 배치돼 중소기업제품 구매 상황을 살피고, 이행되지 않는 사항은 시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의 발주 실무자가 특혜 시비에 휘말릴까봐 품질 좋은 기술개발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과 제품 개발에 들어간 R&D 비용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 등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공기관은 비용을 아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공성에 걸맞게 제품의 품질을 최우선으로 해 우수 중소기업과 상생의 길을 가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월간저널 Electric Power 회장 고 인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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