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찾아서] 제주 三多島 바람을 담다 ‘가시리국산화풍력발전단지’
[현장을 찾아서] 제주 三多島 바람을 담다 ‘가시리국산화풍력발전단지’
  • 이재용 기자
  • 승인 2020.11.20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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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풍력발전기 15MW 13기··· 연간 3만4,164MWh 발전
국내 최초 부지선정 공모 통한 주민참여형 풍력발전사업
가시리국산화풍력발전단지는 국내 최초로 부지 선정 공모를 통한 주민참여형 풍력발전사업으로 조성됐다.
가시리국산화풍력발전단지는 국내 최초로 부지 선정 공모를 통한 주민참여형 풍력발전사업으로 조성됐다.

[일렉트릭파워 이재용 기자] 제주는 예로부터 돌과 여자 그리고 바람이 많아해서 삼다도(三多島)로 불린다.

제주도는 1998년 국내 1호 풍력발전인 행원풍력을 시작한 이래로 김녕풍력, 동북풍력, 삼달풍력, 상명풍력 등 크고 작은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며 국내 풍력산업을 이끌고 있는 지역이다.

특히 제주도 탐라해상풍력은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중공업이 공동 출자한 최초 해상풍력발전단지로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와 금등리 해상에 3㎿급 풍력발전기 10기가 설치됐다. 2017년 9월 시운전을 마치고 상업운전을 시작함으로써 본격 해상풍력발전시대 개막을 알린 바 있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전 부문 탄소없는 섬 달성을 목표로 한 ‘Carbon Free Island Jeju 2030’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화석연료를 통한 발전원에서 100%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전력수요를 대응하기 위해 설비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터빈 제조사인 두산중공업과 현대중공업, 유니슨, 한진산업, 효성 등을 비롯해 해외 제조사로는 베스타스, 지멘스, 알스톰 등이 제주도 풍력발전단지에 터빈을 공급하며 실적을 쌓았다.
특히 제주도는 내륙보다 풍황자원이 풍부해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기엔 최적의 지역으로 손꼽힌다.

제주 가시리국산화풍력발전단지는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산68번지 가시리 공동목장 내에 소재한 풍력발전단지로 국내 최초로 부지 선정 공모를 통한 주민참여형 풍력발전사업으로 조성됐다.

풍력발전 산업 추진과정에서 지역 및 주민들과의 갈등의 골이 깊어져 주민수용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는 점에서 제주 가시리국산화풍력발전단지는 이런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좋은 롤모델이 되는 풍력발전단지이기도 하다.

국내 최초 주민참여형 풍력발전사업
가시리풍력발전단지의 정확한 표기는 ‘가시리국산화풍력발전단지’다. 국산풍력발전기 15MW 13기가 설치돼 있다.

신재생에너지 지방보급사업 일환인 국산화풍력발전 실용화사업으로 사업이 추진돼 한진산업과 유니슨, 효성이 풍력터빈을 공급했다.

가시리국산화풍력발전단지의 사업목적은 ▲제주도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정책에 부응을 위한 추진 ▲국산화 풍력발전기 성능검증을 위한 단지조성 ▲국내 제조사의 트랙-레코드 확보를 통해 수출 전진기지로서의 역할 수행 ▲단체 간 협력을 통해 다자간 윈-윈 전력을 실천함으로써 대표적인 단지를 조성한다는데 있었다.

사업비는 국비 254억6,700만원과 도비 181억1,600만원으로 총 435억8,300만원이 소요돼 2012년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제주에너지공사 운영관리부 관계자는 “가시리국산화풍력발전은 지난 2010년 9월 기반공사 및 풍력발전기 설치공사를 추진해 2011년~2012년에 풍력발전 전용선로 공사를 추진했다. 이어 풍력발전단지와 한전 표선변전소 계통연계를 거쳐 2012년 정상운전했다”며 추진과정에 대해서 소개했다.

제주에너지공사 관계자가 가시리국산화풍력단지 운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에너지공사 관계자가 가시리국산화풍력단지 운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어 “가시리국산화풍력발전단지에는 부지면적 3만m2에 총 13기의 풍력발전기가 가동되고 있는데, 한진산업의 1.5MW 7기와 유니슨의 750kW 3기, 효성 750kW 3기가 있다. 풍력발전단지를 감시할 수 있는 모니터링하우스가 있으며, 1층에는 변전설비들이 있어 한전의 송전선로와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가시리국산화풍력발전단지 개발 당시에는 연간 3만4,164MWh 발전으로 약 9,000가구에 전력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었는데 현재는 그보다는 다소 못 미치는 전력을 생산한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제주에너지공사가 이관·운영
가시리국산화풍력단지는 기타 다른 풍력발전단지와는 다르게 제주도에서 추진한 풍력발전단지로 특히 국내 최초로 부지 선정 공모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이 특징이다.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사업인 셈이다.

최근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힘입어 다수의 풍력발전단지가 풍력사업자 중심으로 공사가 진행되는 것과는 차별성을 두고 있다.

국산화풍력발전 실용화사업으로 시작한 부지 선정 공모에는 총 4군데 지역이 참여했으며 제주도 북쪽마을 3군데와 남쪽마을인 가시리 1군데였다. 공모기준 선정에는 풍황의 조건이나 부지제공에 따른 지원이 상세하게 명시돼 있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가시리는 부지선정 공모에서 1순위로 선정됐으며, 2009년에 도내외 전문가들이 구성돼 현장실사 및 실시설계 등을 평가받게 됐다.

제주도는 제주국제공항을 비롯해 가시리 인근에도 비행장이 위치하고 있어 풍력발전기 뿐만 아니라 고층건물의 경우엔 고도제한을 협의회에서 풀어야 했다.

가시리국산화풍력발전단지는 2009년 3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약 3년여의 기간에 걸쳐 공사를 마무리짓고 2012년 11월 상업운전을 개시했다.

제주에너지공사는 2012년 7월에 설립돼 같은 해 7월부터 11월까지 4개월간 가리시국산화풍력발전단지 위탁관리 업무를 수행하다 같은해 11월에야 가시리국산화풍력발전단지를 이관 및 운영하게 됐다.

가시리국산화풍력발전단지는 주민참여형 발전단지라는 점도 중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국내 풍력발전기에 대한 실증과 검증을 통해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정책에 부응하고자 추진됐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곳이다.
 
재생에너지의 메카··· 태양광 및 ESS 구축
가시리국산화풍력발전단지에는 순수한 바람자원을 이용한 풍력발전설비뿐만 아니라 ESS와 태양광 발전설비가 함께 구축돼 있다. 그렇지만 각각의 발전설비를 운영하는 주체는 다르다.

풍력발전기에 대한 운영은 제주에너지공사에서 맡고 있지만, ESS(PCS 3MW/BAT 9MWh)의 시공과 운영은 LG CNS가 독립적으로 맡고 있다.

가시리국산화풍력발전단지 전경.
가시리국산화풍력발전단지 전경.

풍력 및 태양열을 발전원으로 하는 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불안요소는 불규칙한 간헐성이다. 태양광은 일조량이 많은 낮에만 가동되고 저녁과 밤 사이에는 전력을 생산하지 못할 뿐더러 풍력발전기 역시 바람이 약하거나 상대적으로 강한 바람이 불게 되면 기동을 멈춘다.

가시리국산화풍력단지에 설치된 13기의 풍력발전기는 평균 3~25m/s의 풍속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풍력발전기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이라는 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부분이 바로 ESS에 속한다.

가시리국산화풍력발전단지 전기실 내에 구축된 ESS는 제주에너지공사의 사업발주를 통해 LG CNS가 투자했다. 2016년 12월 31일 준공됐으며 REC 가중치 5.0을 적용되고 있다. LG CNS는 상업운전개시일로부터 15년인 2031년 12월까지 운영을 맡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시리국산화풍력단지에는 제주에너지공사가 운영하진 않지만 16.7MW 태양광 발전설비가 구축돼 있어 재생에너지의 메카로 손색이 없는 육상풍력단지에 속한다.

주민참여형, 지역상생 의미 더해
제주도는 한라산을 비롯해, 천지연폭포, 성산일출봉 등의 관광지가 많아 관광산업이 활성화 돼 있다.

표선면 가시리는 제주의 대표적인 지형인 오름이 많다. 가시리국산화풍력발전단지 주변의 따라비오름과 모지오름, 번널오름 등을 비롯해 유채꽃 프라자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유명 관광명소다.

정윤수 제주 가시리장.
정윤수 제주 가시리장.

정윤수 가시리장은 “풍력발전단지가 조성됨으로 지역과의 상생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매년마다 오름을 찾는 관광객도 많고, 유채꽃축제를 찾는 이들도 많은데, 가시리풍력발전단지의 저녁노을은 장관을 이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가시리는 500여 가구 1,500여 명 주민으로 이뤄져 있는 곳으로 2012년 풍력발전사업 부지를 공모했다.

이를 통해 매년 발전소 부지제공에 따른 임차료를 지원받고 있으며, 풍력발전기 하부에는 주민이 참여한 목장조합이 외부사업자와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했다.

정윤수 이장은 “가시리는 공동목장 형태로 운영되고 있고, 풍력발전단지와 인근의 인가와는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어 소음이나 기타 발전소 분쟁요소가 없다는 게 장점”이라며 “매년 발전소 수익으로 마을의 노인, 부녀회, 청년 그리고 사진, 댄스 등 11개 동아리 활동지원을 하고 있으며, 매년 문화축제 등 마을기금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또 마을의 대표적인 오름 등 관광지에 대한 보수유지 등에도 사용하고 있어 마을 형편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좋아졌다”고 소개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구축과정에서 지역민과 사업자들 간의 마찰과 갈등에 대해서 정윤수 이장은 “풍력발전단지가 세워진 지 8년이 지난 지금은 별다른 문제는 없다”고 답했다.

정윤수 이장은 “풍력발전기가 세워질 때에는 소음 등에 대해서 우려도 있었고, 소수 반대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가시리풍력단지는 주민참여형으로 공모됐기에 큰 분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며 “지금은 소나 말도 학습효과가 있는지 풍력발전기 아래에서 풀도 뜯어 먹고 잠도 잔다”고 말했다.

가시리국산화풍력발전단지는 최초 주민참여형으로 지역상생과 국산풍력발전 실용화 사업의 일거양득을 이룬 풍력발전단지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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