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외 2권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외 2권
  • 배상훈 기자
  • 승인 2020.10.12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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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추적단 불꽃 지음 / 이봄 / 1만7,000원

올해 3월 17일 N번방 핵심 운영자인 박사로 추정되는 피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N번방은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대화방이다.

그리고 3월 25일 박사 조주빈의 신상이 공개됐다. 포토라인 앞에서 거만한 표정으로 엉뚱한 사람들에게 사과를 했다. 피해자에게는 사과 한 마디 없었다.

대한민국은 제4차 산업혁명에 발 빠르게 준비하며 IT 강국임을 자랑한다. 하지만 디지털 범죄 중에서도 특히 디지털 성범죄에 취약했다.

‘이것이 나라냐’는 여성들의 분노와 지속적인 외침에 9월 15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권고형량을 기본 5~9년, 최대 29년 3개월로 정했다.

2020년 너머에는 세상에 텔레그램 N번방의 실체를 밝힌 두 대학생의 노력이 있었다. 바로 추적단 불꽃의 ‘불’과 ‘단’이다.

이 책을 먼저 읽은 25명의 여성 연대자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한다. “추적단 불꽃에게 우리 모두 큰 빚을 졌다.”

이 책은 당신을 우리라고 부르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됐다. 불꽃이 ‘우리라서 다행이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이제 우리가 추적단 불꽃의 손을 잡을 때다.

응답하는 힘
우카이 사토시 지음, 박성관 옮김 / 글항아리 / 2만원

1980년대 후반 파리에서 유학하며 자크 데리다를 시작으로 프랑스 현대사상, 문학이 주는 충격을 정면으로 받아들였던 저자 우카이 사토시.

그는 이미 권위가 돼버린 지적 조류에 대해 탈중심화를 시도한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유럽과 동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1996년에는 다카하시 데쓰야와 함께 영화 ‘쇼아’ 상영운동을 벌였다. 민족학교 출신자 수험 자격을 요구하는 국립대학 교직원 성명,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 반대운동 등 각종 운동과 성명의 발기인으로 나섰다.

평화의 소녀상 철거 요구 등 노골적으로 전쟁 책임을 회피하려는 일본 정부의 문제 대응방식에 대해선 “역사적 수치를 부인한 폭력적 행태”라며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이 책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쓰인 글들을 묶은 오래된 책이다. 하지만 소수자라는 이름으로 타자화되고 소외되는 이들의 호소에 응답하기 위한 표현을 모색하는 ‘행동하는 지성’ 우카이 사토시의 사상적 궤적은 우리가 여전히 눈여겨봐야 할 내용이다.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
김용은 지음 / 싱긋 / 1만3,800원

이 책은 김용은 수녀가 가톨릭평화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 엮은 것이다. 일상의 수많은 관계 속에서 내면에 감춘 진정한 나를 찾아 품는 자아성찰과 자아성숙에 관한 에세이다.

저자는 타인의 시선에 갇혀 살거나 사회적 기준에 맞춰 사느라 참다운 자신을 잃어버린 채 있는 그대로의 나를 품지 못한다고 말한다.

‘누구나 괜찮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인해 가급적 타인과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결국에는 거대한 폭풍에 휩쓸려 상처를 입고는 두꺼운 방어벽을 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방어벽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으로도 모자라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고스란히 자신에게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이 모든 상처는 나약한 나를 인정하지 않아서 생기는 것이다.

저자는 총 56편의 글을 통해 나를 품기까지의 지질한 모습을 여과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저자에게는 수녀라는 신분이 때로는 나를 찾는 여정에 걸림돌이 되기도 하지만 주위 사람들과 자신의 상처를 통해 내면의 참자아를 들여다본다.

남이 들춰내면 수치스러운 부분을 저자 스스로 드러냄으로써 평온함과 용기를 얻는, 모두가 행복한 삶의 태도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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