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그린뉴딜 위해 전력시장 제도 개편해야
지속가능한 그린뉴딜 위해 전력시장 제도 개편해야
  • 배상훈 기자
  • 승인 2020.09.1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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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시장 제도 개선방향’ 주제로 국회 토론회 개최
“시스템 받쳐주지 않으면 그린뉴딜 성과 미흡할 것”

[일렉트릭파워 배상훈 기자]재생에너지 확대와 그린뉴딜 촉진을 위해 전력시장 제도 개선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선 해외 선진국들의 전력시장 제도개선 사례를 바탕으로 국내 전력시장의 제도적 한계를 점검했다. 이어 효과적인 정책 개선과제를 도출하기 위해 주력했다.

9월 15일 광화문 센터포인트 빌딩에선 ‘재생에너지 확대 및 그린뉴딜 촉진을 위한 전력시장 제도 개선방향’을 주제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김성환·이소영 의원실이 주최하고 기후솔루션이 주관했다.

이 자리에는 유럽연합, 독일, 라트비아 전력시장 정책 전문가들을 비롯해 산업부, 에너지경제연구원, GS풍력발전 등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전력시장 제도개선 관련 현안과 개선방향을 논의했다.

발제 중인 김지은 기후솔루션 변호사
발제 중인 김지은 기후솔루션 변호사

‘성인 된’ 현행 발전시장에는 맞지 않아
김지은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재생에너지 유통을 위한 국내 전력시장 개선방향’을 주제로 현행 전력 도매시장과 소매시장의 법적인 쟁점을 소개했다.

김지은 변호사는 “현행 강제 풀(Mandatory Pool) 제도는 전기소비자의 자기결정권, 전기사업자의 영업의 자유, 계약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의 소지가 높다”고 주장했다. 강제 풀 제도는 모든 전력 거래를 전력거래소가 개설·운영하는 강제전력시장에서만 하도록 하는 제도다.

전기사업자와 대규모 소비자는 직접 장기전력수급계약(PPA)을 맺을 수 없기 때문에 전기소비자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별도로 선택해 구매할 수 없다. 또한 전기사업자는 현물시장인 강제 풀의 가격변동 위험을 회피할 수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지은 변호사는 “강제 풀 제도는 전력산업 구조개편 기본계획 설계 당시에도 전력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임시적으로만 사용할 계획이었다”며 “20년 이상 운영돼 ‘성인이 다 된’ 현행 발전시장에는 더 이상 맞지 않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전이 소매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지만 상식과 달리 현행법이 한전에게 전기판매사업에 관한 독점적 지위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즉 한전의 독점을 규정했던 전기사업법 부칙은 현재 효력을 다했기 때문에 누구라도 허가를 받으면 전기판매사업이 가능한 상태라는 것이다.

다만 “세부허가기준을 규정한 산업통상자원부의 고시가 전기판매사업이나 전기사업 일반에 관한 것은 규정하지 않고 발전사업허가에 관한 것만 정하고 있다”며 “행정 입법에 공백이 있다”고 말했다.

EU 전력시장 개편사례 공유
파울라 카발로스 콜로마 유럽연합 에너지부 정책담당관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발맞춘 EU의 전력시장 개편 사례를 소개했다.

파울라 정책담당관은 “재생에너지 목표를 비용 효과적으로 달성하면서 분산자원·간헐성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직 통합된 전력산업 모델에 발전, 송전, 배전 분할을 통한 경쟁 도입이 이뤄졌다”며 “당일 시장과 실시간 시장을 통한 실시간 전력 거래, 전력시장을 실시간에 가깝게 운영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발제에선 데니스 볼크 독일 연방 네트워크청 전략실장이 독일의 사례를 소개했다.

데니스 전략실장은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2000년 18GW에서 2018년 124GW까지 늘어난 데에는 전력시장 제도 개편이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독일은 1998년부터 자율규제를 통해 민간의 경쟁을 촉진하려 했지만 수직통합형 발전회사들과 지역독점사업자에 대한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2005년 에너지산업법을 개정해 수직통합회사에서 독립 송전망 운영자를 분리하고 독립 규제기관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데니스 전략실장은 또 “도매 경쟁 도입으로 합리적인 발전기술들이 도입될 수 있었다”며 “규제기관이 참여하는 3자 망 접속과 소매경쟁으로 인해 경쟁이 촉진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9월 15일 광화문 센터포인트 빌딩에선 ‘전력시장 제도 개선방향’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9월 15일 광화문 센터포인트 빌딩에선 ‘전력시장 제도 개선방향’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유연성 강화해 재생에너지 대응해야
이어진 토론에선 국내외 토론자들이 한국 전력시장 제도 개선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구준모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기획실장은 전력시장 개방과 구조개편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제시했다.

이어 “에너지와 전력을 이윤창출의 수단이 아닌 공공재로 본다면 공공성 방식의 관리가 필요하다”며 “현재 경쟁이 도입된 발전부문을 통합하고 에너지전환 전담 기구를 통해 공공부문 녹색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의 전력산업 구조개편 논의는 과거와는 다르다”고 밝혔다.

이유수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의 논의가 수직통합으로 인한 비효율을 경쟁 도입을 통해 극복하는 것이었다면 현재는 재생에너지 등 분산자원과 새로운 기술들이 전력시장에 들어와 다양한 시장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짐에 따라 촉발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재생에너지가 들어오면서 계통의 관성은 약해질 수밖에 없는데 이는 실시간·보조서비스 시장 운영 등으로 유연성을 강화해 대응해야 한다”며 “공기업 중심의 공공성을 강조하면 운영이 더 경직돼 시장에서 비정상적 운영을 허락할 여지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그린뉴딜도 시스템이 받쳐주지 않으면 아무리 돈을 많이 써도 성과는 미흡할 것”이라며 “방향성을 설정하고 전면적으로 전력시장을 재설계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너지전환 위해 전력망·시장운영 혁신 절실
위진 GS풍력발전 상무이사는 이날 에너지전환은 전력망과 시장운영 방법에 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유럽 에너지전환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전력망과 시장운영 구조를 선제적으로 바꾼 일이다. 우리와 최근까지 비슷한 시장구조를 가졌던 아일랜드는 시장구조 혁신과 함께 성공적으로 풍력발전을 늘려가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위진 GS풍력발전 상무이사(사진=기후솔루션 온라인 토론회 방송화면 캡처)
위진 GS풍력발전 상무이사(사진=기후솔루션 온라인 토론회 방송화면 캡처)

위진 상무이사는 “현재 우리는 ▲중앙집중적 생산과 공급 ▲수요관리가 빠져있는 상태의 주파수 컨트롤에만 집중된 피크 공급전력 관리 ▲망 주파수 변동시 아직도 전화로 발전기 가동정지 명령을 하는 20년 전 전력망 운영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실제로 재생에너지 도입을 늘리려고 해도 현재와 같은 시스템으로는 재생에너지를 늘릴 방법이 없다”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의 기본은 간헐성이고 분산성임을 강조했다. 또한 재생에너지를 많이 받아들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정교한 수요관리와 부하추정이 필요하다는 점, 이를 위해 실시간에 가까운 수요와 공급의 시장거래가 기반이 돼야 한다는 점을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위진 상무이사는 “에너지전환을 위해선 거미줄 같은 전력망과 이를 잘 연계할 첨단시스템에 대한 대규모 투자, 분산된 수요와 발전관리체계 혁신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이제는 국가와 국민의 영속성을 생각하는 전력시장 구조개편과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대규모 투자가 실행될 때”라고 밝혔다.

한편 이옥헌 산업부 전력시장과장은 토론 내용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소개했다.

그는 “정부에선 전력시장과 관련한 여러 개선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내용을 발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연성 자원에 대해서도 보상을 강화하는 시장체제를 만들고 전력시장 경쟁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현재 연료비 반영 전력거래시장(CBP)에서 가격입찰 전력거래시장(PBP)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조강욱 전력거래소 전력산업연구원장, 야콥 라스무센 주한 덴마크대사관 참사관이 국내 전력산업 개선방향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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