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배우는 시간 외 2권
죽음을 배우는 시간 외 2권
  • 배상훈 기자
  • 승인 2020.08.10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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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배우는 시간
김현아 지음 / 창비 / 1만7,000원

죽음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일어나는 최대의 사건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일생일대의 사건에 대해 새 자동차를 구입할 때보다도 준비를 덜 한다. 스스로 선택한 방식으로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법은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심지어 병원에서도 알려주지 않는다.

김현아 한림대학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관절염 기초·임상연구에 다양한 업적을 남긴 한국 류머티즘 연구를 대표하는 의학자다.

30년간 의료현장에서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해온 저자는 신간 ‘죽음을 배우는 시간’에서 건강을 유지하는 일과 죽음을 배우고 준비하는 일이 좋은 삶이라는 목표를 위해 똑같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의료기술이 발달하며 의학이 죽음을 더욱 외면하는 역설적인 시대에 살게 된 우리가 알아야 할 노화와 죽음의 의미부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법까지 죽음 공부의 모든 것을 이 책에 담았다.

병원의 죽음 비즈니스에 속지 않고 원하는 방식으로 생을 마무리하기 위해선 실제로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일종의 매뉴얼로 읽어도 좋을 책이다.

신극우주의의 양상
테오도어 W. 아도르노 지음, 이경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만1,000원

독일 철학자 테오도어 아도르노가 1967년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 극우주의의 부상을 주제로 한 강연 ‘신극우주의의 양상’이 출간됐다.

이 강연록은 오스트리아 매체 자료실에 녹음본의 형태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독일에서도 2019년 처음 출판됐다.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아도르노 다시 읽기 붐을 일으켰다.

반유대주의 및 파시즘의 원인과 구조를 해명하는 일을 필생의 작업으로 삼았던 이 사상가가 독일에서 또다시 극우주의 정당이 득세하는 것을 바라보며 펼친 이 강연은 전 세계적으로 극우주의가 회귀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통찰을 불러일으킨다.

50여 년 사이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극우주의의 어떤 측면들은 소름 끼칠 정도로 변하지 않은 채 망령처럼 출몰한다. 그의 분석은 반세기가 지났음에도 매 구절이 현재 전개되는 상황에 대한 논평처럼 읽힐 정도로 매력적인 유효성을 자랑한다.

이 짧은 책은 우리에게 극우주의를 추동하는 힘과 그 작동 방식을 이해하도록 돕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에 맞서 싸울 수 있는 현실적이고 유용한 도구틀을 제공한다.

나는 위안부가 아니다
안세홍 지음 / 글항아리 / 1만9,000원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안세홍은 25년여 간 일본군 아시아 성노예 피해 여성들을 만나왔다.

이 책은 범아시아적 취재와 조사를 담고 있는 유일한 책이다. 하지만 일본 국민조차 한국, 중국의 피해자만 알 뿐이며 동남아시아는 이들 여성 문제에 관심이 없다. 뿐만 아니라 남겨진 기록조차 드물다.

전쟁 후반으로 갈수록 전장의 최전선인 동티모르와 인도네시아 등지에는 위안소가 설치되지 못해 현지 여성들을 강제 동원했다.

이때 해양 보급로까지 차단되면서 콘돔이 제공되지 않아 이들 지역에선 임신을 막으려고 주로 생리 이전의 여자아이들을 폭력 대상으로 삼았다.

저자가 기록을 시작한 것은 1996년 나눔의 집에서 피해자들을 처음 대면하면서였다. “너희가 부끄러운 거지 우리가 창피한 것이 아니야.”

박두리 피해자의 이 말을 듣고 잊히지 않으면서 나눔의 집을 3년 동안 오가며 봉사했다. 3년 뒤 자신이 가장 잘하는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최선이라 여겨 독립적으로 기록활동을 시작했다.

위안부라는 말은 가해자인 일본 입장에서 미화한 용어다. 이 책에선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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