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석탄화력사업, 탄소 예산 3배 훌쩍 넘겨
신규 석탄화력사업, 탄소 예산 3배 훌쩍 넘겨
  • 배상훈 기자
  • 승인 2020.07.24 1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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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파리협정 준수 위해 탈석탄 완료해야
금융기관 실책이 소비자에게 전가돼선 안돼

[일렉트릭파워 배상훈 기자]최근 정부는 대한민국 대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탄소 의존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 변화시키기 위해 그린뉴딜을 핵심과제로 추진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60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운영되고 있다. 또한 7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고 있다. ▲신서천화력(한국중부발전) ▲고성하이화력 1·2호기(고성그린파워) ▲강릉안인화력 1·2호기(강릉에코파워) ▲삼척화력 1·2호기(삼척블루파워)가 그 대상이다.

한국전력 이사회의 경우 지난 6월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석탄화력 발전사업에 투자하는 계획을 원안 가결한 바 있다.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 발전사업도 이사회 상정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파리협정 1.5°C 목표 달성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가 미칠 영향을 진단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나아가 발전부문 온실가스 감축 차원에서 신규 석탄화력 발전사업 추진에 대해 논의했다.

7월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선 ‘그린뉴딜 시대, 신규 석탄화력 사업 이대로 해도 좋은가?’를 주제로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이소영 의원실이 주최하고 기후솔루션·녹색연합·환경운동연합이 주관했다.

이소영 의원은 “우리나라는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석탄화력발전소의 발전비중이 가장 높다”며 “발전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80%를 석탄화력발전소가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50년 탄소순배출 제로를 이행하기 위해선 발전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며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투자 중단은 물론 재생에너지로의 과감한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그린뉴딜 시대, 신규 석탄화력 사업 이대로 해도 좋은가?’를 주제로 7월 23일 열린 국회토론회 모습
‘그린뉴딜 시대, 신규 석탄화력 사업 이대로 해도 좋은가?’를 주제로 7월 23일 열린 국회토론회 모습

“이제는 탈석탄 정책 신호 줘야 할 때”
첫 번째 발제는 클라이밋 애널리틱스(Climate Analytics)의 우르술라 허트필터 선임연구원이 맡았다.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독일 베를린에 있는 기후과학 정책 연구기관이다.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지난 2월 한국어로도 번역 발간된 ‘탈석탄 사회로의 전환-파리협정에 따른 한국의 과학 기반 탈석탄 경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어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해선 한국이 2029년까지 탈석탄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허트필터 선임연구원은 “현재 건설 중인 신규 석탄발전마저 가동할 경우 국내 석탄발전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파리협정에 기반을 둔 ‘탄소 예산’(이산화탄소 배출허용 총량)의 3.17배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신규 석탄발전소 좌초자산 위험 역시 막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정부가 산업계에 분명한 탈석탄 정책 신호를 줘야 할 때라는 점도 강조했다.

허트필터 선임연구원은 “석탄발전으로부터의 정의로운 전환이 기후변화 완화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기 질 향상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에 따른 일자리 창출 ▲에너지 수입 의존도 경감 등 한국에 폭넓고 다양한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탄발전 사업 포기하는 사례 증가
비욘드콜 유럽(Europe Beyond Coal)의 카트린 구트만 이사는 유럽 석탄발전 사업 경제성과 향후 전망에 대해 공유했다. 비욘드콜 유럽은 유럽연합이 적극적인 탈석탄 목표를 수립하고 이행할 수 있도록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민사회단체 연합이다.

카트린 구트만 이사는 “석탄발전 경제성 하락에 따라 민간발전 사업자들이 석탄발전 사업을 스스로 포기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며 유럽 각지에서 신규 석탄발전 사업이 좌초된 사례를 소개했다.

대표적으로 2009년 건설 계획이 시작된 1GW 규모의 폴란드 오스트로웽카 지역 발전소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사업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다 최근 사업이 전면 백지화됐다. 현재 가스로 전환을 논의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엠스하벤(1.7GW), 로테르담(0.9GW), 마스브라크트(1.2GW) 지역 발전소도 2015~2016년 운영을 개시했다. 하지만 네덜란드 탈석탄법에 따라 2029년 운영을 종료해야 한다. 물론 정부 손실 보상계획은 없다.

카트린 구트만 이사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으로 유럽에서 탈석탄 선언을 한 국가는 15개에 달한다. 독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2030년 이전에 탈석탄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미 탈석탄 선언을 했던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스페인 등은 탈석탄 시점을 5년 이상 앞당겼다.

발언 중인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
발언 중인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

국내 신규 석탄화력 추진현황 공유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이날 한국의 신규 석탄화력 추진 관련 현황을 소개했다. 이어 빠른 탈석탄 추진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무책임한 투자를 계속한 공적 금융기관의 실책을 지적했다.

김주진 대표는 “PF 대주단 참여를 통해 석탄발전사업에 투자한 금융기관들은 애초부터 사업자들이 주장하는 투자비 보전이 불확실한 점을 인지하고도 안일한 태도로 투자를 감행했다”고 말했다.

특히 “KDB산업은행은 GS동해전력 북평화력과 삼척블루파워 사업 대주단을 이끄는 금융주선 역할을 맡았다”며 “총괄원가 보상이 원하는 수준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모하게 투자를 이어갔다”고 밝혔다.

이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금융기관으로서 그 책임을 무시한 행위라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또 산업통상자원부의 책임을 강조했다. 민간 석탄발전사업이 한국전력에 미치는 재무적 부담을 줄이려는 과정에서 사업자 매몰 비용을 잘못 판단해 사업을 승인했다는 것이다.

김주진 대표는 “무리한 신규 석탄발전사업 추진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부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의 총괄원가 보상 수준을 당초 허가할 때의 수준으로 결정하고 금융기관들이 그에 따라 투자 철회 등을 결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탄화력 점진적 감축 vs 석탄화력 감축 속도내야
발표 후에는 지정 토론이 이어졌다. 이옥헌 산업부 전력시장과장은 미세먼지·온실가스에 대한 우려와 세계적인 석탄발전 감축 추세를 고려할 때 국내 석탄발전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대해 공감했다.

하지만 지리적 국내 상황을 고려할 때 탈석탄 추진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치며 ‘석탄발전을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감축한다’는 산업부의 기본 원칙을 밝혔다.

한편 현재 신규 민자석탄화력발전의 표준투자비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옥헌 과장은 “민자석탄화력발전이 지출하는 비용이 모두 인정될지, 인정되지 않을지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표준투자비가 결정되면 표준투자비와 민자 발전사들이 주장하는 투자비 간 차이를 소명하는 절차를 거쳐 인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추후 이 부분은 정부에서도 면밀하게 검토해 과도한 국민 부담이 이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일영 환경부 기후전략과장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시한 60기 석탄화력발전 중 30기 단계적 폐지 계획이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비교하면 큰 전진”이라면서도 “석탄발전 감축에 좀 더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류권홍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석탄발전 감축과 재생에너지 증가로 인해 발생할 간헐성 보전 등의 문제에 대해 국내에서 대책 마련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천연가스의 안정적인 공급, 시장 유동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을 제시했다.

박유경 네덜란드공적연금운영공사(APG) 이사는 “기후위기 대응 관점에서 석탄발전 퇴출을 논해야 한다”며 “이제는 산업부와 환경부가 책임지고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황인철 녹색연합 팀장은 그린뉴딜이 기후위기 대응정책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일자리 창출과 경제 부양 효과를 위해서라도 좌초자산으로 전락할 석탄화력발전을 2030년 이전까지 퇴출할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신규 석탄발전사업의 재무적 위험성을 알고도 방관한 산업부와 금융주선을 한 공적금융기관은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부 장관의 언급대로 환경과 경제를 함께 살리는 그린뉴딜을 위해서라면 석탄발전사업과 그린뉴딜은 함께 갈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주제발표 후에는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주제발표 후에는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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