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 룸(The Mars Room) 외 2권
마스 룸(The Mars Room) 외 2권
  • 배상훈 기자
  • 승인 2020.07.08 11: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스 룸(The Mars Room)
레이철 쿠시너 지음, 강아름 옮김 / 문학동네 / 1만6,000원

나를 몇 달 동안 스토킹한 남자의 머리를 타이어 공구로 내려쳤다. 남자는 죽었고 체포된 나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제야 알았다. 얼마나 부서지기 쉽고 소중했는지, 내 모든 일상이.

남자는 여자를 사냥했지만 검사는 살인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남자의 미행도, 느닷없는 출몰도 법정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그래도 희망을 품어보았지만 상황은 달리 흐르지 않았다. 결국 로미의 인생은 교도소행 호송버스 철창 안으로 흘렀다.

소설 마스 룸은 국가의 교정 시스템에 대한 쿠시너의 개인적 관심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저술 목적이 아닌 범죄와 처벌이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고자 범죄학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함께 교도소와 법원을 다녔다. 그 과정에서 만난 장기수감자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극도로 불우한 유년기를 보냈다는 것이었다.

특히 가난의 문제에는 눈감으면서 폭력의 처벌에는 열을 올리는 국가·사회·제도의 모순이 보였다. 결국 가상의 공간인 스탠빌 여자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 소설 마스 룸이 탄생했다.

작가는 다양한 인간상의 죄목과 그 ‘죄지은 자’들이 밟는 길을 낱낱이 보여준다. 또한 계급, 인종, 가난, 착취, 기회, 운명에 관한 질문들을 쏟아낸다.

18세기의 방
민은경·정병설·이혜수 외 지음 / 문학동네 / 2만5,000원

사람의 일생은 방에서 피고 진다. 방은 우리 존재의 기본 배경이자 무대다. 우리는 방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결국 방에서 죽는다. 방 없는 생활은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방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침실, 서재, 응접실, 부엌 등 우리에게 친숙한 삶의 공간은 사실 역사적으로 구성된 근대의 산물이다. 유럽의 경우 17~18세기에 들어서야 비로소 집이 편안함과 안락함을 추구하는 사적이고 개인적인 공간이 됐다.

이 시기에 집주인의 취향대로 집을 꾸며주는 인테리어 디자인이 본격적으로 상업화됐다. 편안한 소파가 유행하고 비밀 서랍이 갖춰진 책상이 제작되기 시작했다. 이 같은 획기적 변화는 이 시대 다른 변화와 맞물려 있다.

신간 18세기의 방은 한국18세기학회에서 활동하는 인문학자 27명이 방을 키워드로 18세기 방에 얽힌 이야기와 역사를 탐구한 책이다.

방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18세기 동·서양에 나타난 주택구조, 인테리어 등의 변화를 추적하고 사생활을 구성하는 방의 의미를 풀어냈다. 책에 실린 글은 2018년 11월부터 2019년 5월까지 ‘18세기의 방’이라는 제목으로 네이버 지식백과에 연재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1만3,500원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이후 8년 만에 펴내는 이번 장편소설은 청춘, 사랑, 역사, 개인이라는 그간의 김연수 소설의 핵심 키워드를 모두 아우르는 작품이다. 신간 일곱 해의 마지막은 한국전쟁 이후 급격히 변한 세상 앞에 선 시인 ‘기행’의 삶을 그려낸다.

1930~40년대 시인으로 이름을 알리다가 전쟁 후 북에서 당의 이념에 맞는 시를 쓰라는 요구를 받으며 러시아 문학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는 모습에서 기행이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시인 ‘백석’을 모델로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기행은 원하는 대로 시를 쓸 수 없는 상황, “희망과 꿈 없이 살아가는 법”(64쪽)을 새롭게 배워야만 하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시를 붙들려 하지만 번번이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시를 향한 마음이 아무리 간절하더라도 개인을 내리누르는 현실의 무게가 압도적이라면 그 마음은 끝내 좌절되고야 마는 걸까. 속수무책의 현실 앞에서 작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도저히 버려지지 않는 마음, 끝내 이루지 못한 꿈은 어떻게 되는 걸까. 신간 일곱 해의 마지막은 이런 물음을 안고 한 명의 시민이자 작가로서 어두운 한 시절을 통과해온 끝에 마침내 김연수가 내놓은 대답처럼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