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태양광 LCOE 산정 나선 발전공기업, 왜?
풍력·태양광 LCOE 산정 나선 발전공기업, 왜?
  • 박윤석 기자
  • 승인 2020.06.29 23: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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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가격 낮추기·국산 기자재 보급 의도
산업부 요구사항 연구용역 보고서에 담아
육상풍력 LCOE 산정치
육상풍력 LCOE 산정치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에너지경제연구원이 6개 발전공기업 의뢰로 풍력·태양광의 공급비용을 전망한 연구용역 중간보고서가 최근 나왔다. 지난 3월 나온 초안을 수정·보완한 이번 보고서는 분석자료를 좀 더 구체화하면서 산정치가 약간 달라지긴 했지만 큰 틀의 내용과 방향성에는 변화가 없다.

풍력업계는 보고서 초안이 나왔을 당시부터 이미 큰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표면적으로는 발전공기업들이 사업타당성을 판단할 수 있는 경제성 분석자료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표방했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결국 SMP+REC 합산 고정가격단가를 낮추려는 의도로 읽히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SMP와 REC를 합친 고정가격으로 계약이 체결되는 사업은 대부분 풍력에 집중돼 있다. 태양광의 경우 한국에너지공단의 장기고정가격 경쟁입찰이나 한국형 FIT로 불리는 소형태양광이 고정가격계약으로 REC 거래가 일정부분 이뤄지고 있다. 최근 대규모 태양광단지 개발이 추진되면서 일부 태양광사업도 자체 고정가격계약을 진행 중이다.

풍력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REC 가격 하락으로 가뜩이나 사업성을 맞추기 힘든 상황에서 이번 보고서가 향후 장기 고정가격계약의 가이드라인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긴장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정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내 풍력시장 여건을 고려한 미래 경제성분석이라기보다 고정가격단가를 낮출 수밖에 없다는 근거 자료 마련에 초점을 맞췄다는 게 풍력업계 입장이다.

여기에 더해 국산 풍력터빈과 외산 풍력터빈에 따라 고정가격단가를 다르게 산출한 것을 놓고 무리한 분석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칫 불공정 형평성 시비에서 휘말려 통상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부에 등 떠밀려 고정가격단가 조정
이번 연구보고서는 지난해부터 급격하게 떨어진 REC 가격과 무관하지 않다. 발전공기업과 민간사업자 간 체결하는 장기 고정가격단가의 적정성을 놓고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자 나온 수습방안이란 게 풍력업계 시각이다.

발전공기업이 이번 보고서를 통해 도출된 수치를 근거로 고정가격계약 시 협상 주도권을 가져가려 한다는 것이다. 또 경제성분석을 국산 풍력터빈과 외산 풍력터빈으로 나눠 진행한 것은 국산 기자재 확대를 유도하려는 취지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용역이 발전공기업 스스로 추진한 과제는 아닐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보고서에 담긴 내용들을 살펴보면 발전공기업이 민간사업자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라기보다는 그동안 산업통상자원부가 발전공기업에 요구한 전달사항에 가깝다는 게 풍력업계의 분석이다.

올해 풍력사업 추진계획을 수립한 한 발전공기업의 계획안에도 이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해당 보고서에는 산업부 요구사항으로 ▲SMP+REC 고정가격 하향 조정 ▲국산 풍력터빈 사용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발전공기업이 참여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정부와의 사전협의 시 이 같은 부분을 중점적으로 점검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연구보고서가 향후 어떤 용도로 사용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당초 발전공기업은 민간사업자와 체결하는 장기 고정가격계약의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한발 물러서 단순 참고용 자료로만 쓰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REC 통합시장 다시 분리해야… 풍력여건 반영 못해
풍력업계는 발전공기업의 의중과 관계없이 산업부 의견이 적극 반영된 연구용역이라면 단순 참고용에 머무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정부가 RPS 운영규칙과 비용평가세부운영규정 개정을 추진한 것도 발전공기업이 참여하는 신재생에너지사업의 비용구조를 손보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4월 개정된 공급인증서 발급 및 거래시장 운영에 관한 규칙에는 발전공기업이 출자하는 신재생에너지사업에 대한 비용 적정성을 사전에 검토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전력거래소 실무위원회를 통해 사업성검토를 받도록 한 것으로 발전공기업의 자율적인 신재생에너지사업 추진에 제동을 건 것으로 볼 수 있다. REC 의무공급량을 채워야 하는 발전공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눈높이에 맞는 신재생에너지사업을 계획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자체 고정가격계약을 체결하는 신재생에너지사업에 대한 REC 정산기준을 변경하는 비용평가세부운영규정 개정은 산업계 반발로 일단 보류된 상태다. 이 또한 RPS 이행물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발전공기업에 초점을 맞춘 개정 작업이다.

일부에서는 전기요금개편을 앞두고 조단위의 RPS 이행비용을 지출하는 한전의 부담을 줄이려 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산업부 입장에서는 풍력사업 고정가격계약의 REC 가격이 현물시장가격보다 높은 것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며 “과거 태양광과 비태양광으로 분리됐던 REC 시장이 2016년 통합되면서 REC 현물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태양광사업으로 고정가격계약 REC 가격을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풍력사업의 경우 개발기간을 비롯해 건설·운송·계통연계 등 프로젝트 전체 비용구조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며 “발전공기업을 통해 인위적으로 REC 가격을 조정하려하기 보다는 현행 통합 REC 시장을 다시 분리하거나 산업여건에 맞는 적절한 REC 가중치를 검토하는 것이 산업계 활성화는 물론 정책목표 실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육상풍력 LCOE 산정 전제조건
육상풍력 LCOE 산정 전제조건

육상풍력 LCOE 169.87원/kWh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작성한 이번 보고서는 ‘신재생에너지 공급비용 가격전망 분석연구’란 주제로 태양광과 풍력의 경제성을 분석한 내용이다. 3월 초안에 이어 최근 중간보고서가 나온 만큼 7월 중 최종보고서가 제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대표적인 경제성 평가 지표인 균등화발전비용(LCOE) 산정을 통해 적정 REC 가격을 추정한 후 고정가격단가를 도출했다. 풍력부문 주요 내용은 크게 육상풍력과 해상풍력으로 나뉜다. 이를 다시 국산 풍력터빈과 외산 풍력터빈을 사용한 범주로 분류한 후 각각의 LCOE·REC·고정가격을 제시했다.

이번 보고서에 공통적으로 적용한 SMP는 올해 상반기 태양광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당시 제시된 육지 기준가격인 89.98원/kWh이다.

LCOE란 특정 발전기 수명기간 전체에 걸친 평균적인 발전단가를 의미한다. 생산전력 kWh당 평균 발전비용으로 이해하면 된다. 비용 산출은 크게 설비투자비용(CAPEX)과 운영비용(OPEX) 산정으로 이뤄진다.

육상풍력 LCOE 산정에는 2014~2018년까지 5년간 국내에 설치된 10MW 이상 풍력단지 49개 실적자료가 사용됐다. 평균 설비비용(CAPEX)은 MW당 26억3,600만원으로 조사됐다.

세부적으로 ▲풍력터빈 MW당 12억1,300만원(46%) ▲시공 7억6,620만원(29%) ▲간접비 4억4,590만원(16.9%) ▲계통연계 2억1,090만원(8%)으로 나타났다.

유지관리·보험료 등의 운영비용(OPEX)은 MW당 연간 6,590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산정했다. 이는 2018년 REC 가중치 산정 시 적용한 투자비 대비 운영비 실적 2.5%를 반영한 것이다.

설비비용과 운영비용을 바탕으로 산출된 육상풍력 LCOE는 169.87원/kWh이다. SMP 89.98원/kWh을 전제로 고정가격계약(SMP+REC)을 위한 적정 1REC는 79.9원/kWh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외산 따라 LCOE 10원 차이
보고서에서는 국산 풍력터빈과 외산 풍력터빈을 각각 사용했을 때 달라지는 LCOE과 REC도 다뤘다. 다만 국산과 외산 기자재에 따른 LCOE 차이를 분석하기 위해 풍력터빈을 제외한 시공비·계통연계·간접비 등의 설비비용(CAPEX)은 동일한 것으로 가정했다.

국산 풍력터빈을 사용한 육상풍력 LCOE 산정에는 2015년부터 현재까지 설치됐거나 예정인 10MW 이상 풍력단지 9개(평균 31.9MW) 자료를 활용했다. 외산 풍력터빈의 경우 동일한 조건의 11개(평균 26.2MW) 풍력단지를 참고했다.

국산 풍력터빈을 사용한 풍력단지의 평균 설비비용(CAPEX)은 MW당 27억2,300만원으로 조사됐고, 외산 풍력터빈의 경우 MW당 25억5,770만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과 외산 풍력터빈은 MW당 각각 13억원과 11억3,470만원 수준이다.

설비비용의 2.5%를 차지하는 운영비용(OPEX)은 국산과 외산 풍력터빈이 각각 MW당 연간 6,810만원과 6,390만원으로 나왔다.

설비비용과 운영비용을 바탕으로 산출된 국산 풍력터빈을 사용한 육상풍력 LCOE는 175.5원/kWh이다. SMP 89.98원/kWh을 전제로 고정가격계약 산정을 위한 적정 1REC는 85.5원/kWh으로 나타났다.

외산 풍력터빈의 경우 ▲LCOE 164.8원/kWh ▲1REC 74.9원/kWh이 나왔다. 외산 풍력터빈을 사용했을 때 LCOE가 떨어진 이유는 기자재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LCOE를 계산하는 산식을 보면 분자에는 초기투자비 등 비용이 들어가고, 기준이 되는 분모에는 총 발전량 등이 포함된다. 총 발전량이 분모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 값이 커질수록 LCOE 수치는 작아지게 된다. 즉 기자재·시공 등의 비용을 낮추면서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면 LCOE 값은 자동적으로 떨어진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육상풍력 LCOE 산정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이용률 23% ▲IRR 5.01% ▲경제수명 20년 ▲부채율 70%(10년) ▲이자율 4.76% 등을 국산과 외산 기자재에 동일하게 적용했다.

해상풍력 LCOE 산정치
해상풍력 LCOE 산정치

해상풍력 LCOE 281.8원/kWh
해상풍력 공급비용 전망은 국내 실적자료가 부족해 탐라해상풍력을 기준으로 선행연구와 개발계획 등의 자료를 활용했다. 프로젝트 방식에 따라 ▲국산 풍력터빈 사용 ▲외산 풍력터빈 사용 ▲외산 풍력터빈 사용+국산 시공 등 총 3가지로 구분해 LCOE와 REC를 추정했다.

국산 풍력터빈을 사용할 경우 ▲CAPEX 58억원/MW ▲LCOE 281.8원/kWh ▲1REC 85.3원/kWh이 나왔고, 외산 풍력터빈을 사용할 경우 ▲CAPEX 49억1,000만원/MW ▲LCOE 238.4원/kWh ▲1REC 66원/kWh으로 조사됐다. MW당 국산 해상풍력터빈은 20억원, 외산 해상풍력터빈은 18억 수준이다.

외산 풍력터빈을 사용하는 대신 국내 기업이 건설을 맡을 경우 ▲CAPEX 55억2,700만원/MW ▲LCOE 268.4원/kWh ▲1REC 79.3원/kWh으로 나타났다.

해상풍력 LCOE 산정을 위한 전제조건은 육상풍력과 모두 동일하고 이용률만 29.5%로 다르게 적용했다. 이용률 29.5%는 한림해상풍력의 예상치를 참고한 것이다.

보고서 활용 시 이용률·비용 등 재검토 필요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추정한 육상풍력 LCOE는 kWh당 최저 164.8원에서 최고 175.5원을 형성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180원 전후로 체결되고 있는 현재 고정가격단가와 비교해 적게는 5원에서 많게는 15원 이상 차이가 난다.

보고서에 나와 있는 육상풍력 이용률 23%를 전제로 30MW 규모의 육상풍력단지를 20년간 가동한다고 가정하면 운영기간동안 60~180억원의 수익이 줄어드는 셈이다. 발전공기업이 어떤 수치를 참고하냐에 따라 사업자 부담이 달라지게 된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육상풍력사업의 공급비용을 분석하기 위해 참고한 과거 5년간 프로젝트의 개발환경과 지금은 많은 차이가 있다”며 “기본적으로 이미 풍황자원이 우수한 지역에 대한 개발이 대부분 이뤄져 이용률 23%는 고사하고 더욱 낮아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22.9kV 배전망에 연결할 수 있었지만 계통접속 한계로 154kV 송전망에 접속하는 개발사업이 증가하면서 적지 않은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풍력터빈 대형화도 운송과 설치비용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보고서 결과가 2014~2018년까지 5년간 자료를 참고한 만큼 이후 풍력사업 개발환경 변화와 기술수준을 감안해 고정가격단가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풍력업계 입장이다.

특히 통상적인 LCOE 분석보고서와 달리 일정기간의 연도별 LCOE 전망치 없이 현재 시점의 수치만 기록하고 있어 보고서 활용 시 세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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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질문 2020-07-03 15:38:23
표의 가운데에 있는 "외산 풍력터빈" 기준은 뭐지요? 외산 풍력터빈을 외국 건설사가 건설한 것인가요?
외국 건설사가 한국에서 건설할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