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불확실성에 에너지정책 흔들
해상풍력 불확실성에 에너지정책 흔들
  • 박윤석 기자
  • 승인 2020.06.28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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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용도구역 미지정에 풍력업계 고심 커져
제주·경기·인천 해양공간관리계획 공청회 앞둬
전남 계획안 초미 관심… 해상풍력 표류 위기
제주지역 해양용도구역 지정안
제주지역 해양용도구역 지정안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 해양공간의 권역별 관리방향을 담은 해양공간관리계획이 하나둘씩 수립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에너지개발 용도구역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어 풍력업계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7~8년의 개발기간이 소요되는 해상풍력 특성상 사업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민간기업 입장에서 투자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개발비용이나 입지환경에 따른 리스크는 사업자가 풀어갈 수 있지만 정책·제도에 막힌 사업은 해결방안을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풍력업계가 오래전부터 예측 가능한 정책·제도를 요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관련 법규상 최초 해양공간관리계획은 해수부 장관이 수립하고 이후 변경계획부터는 시도지사가 하도록 돼 있다. 지자체장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용도구역 변경을 통한 해상풍력 개발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우선 어업구역으로 지정한 결정이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없다는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어 용도변경을 속단하기 힘들다. 줬다 뺏는 게 어디 있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해상풍력에 대한 민간기업의 우려가 커지면서 재생에너지 확대에 방점을 둔 정부의 에너지정책도 흔들리게 됐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따라 12GW 규모의 해상풍력 개발을 목표하고 있지만 에너지개발 용도구역이 지금처럼 계속 지정되지 않는다면 개발사업 자체가 대폭 줄어들 공산이 크다.

특히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 계획이 몰려있는 전남지역의 해양공간관리계획 수립 절차 결과에 따라 해상풍력 이행목표도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전남 공청회 9~10월경 예정
6월말 기준 해양공간관리계획이 확정된 권역은 부산이 유일하다. 경남지역은 지난해 10월 이미 공청회까지 마쳤지만 관련 조례 제정이 늦어져 확정이 미뤄진 상태다. 최근 조례 제정을 마친 만큼 지역위원회 심의를 거쳐 조만간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해양수산부가 지자체와 의견조율을 마치고 공청회를 앞둔 지역은 3곳이다. 제주지역은 6월 30일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고, 경기도와 인천은 7월 중 공청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가장 많은 해상풍력 개발계획이 발표되고 있는 전남지역은 현재 지역협의회 의견수렴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해상풍력 이슈가 많은 지역인 만큼 공청회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수부에 따르면 9~10월경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다.

해양공간관리계획 수립 절차상 전남지역이 지역협의회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갔다면 개괄적인 해양용도구역 초안이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해당 초안을 수정·보완한 후 해양공간계획평가 전문기관의 검토를 거쳐 해양공간관리계획안을 내놓게 된다.

해양공간관리계획이 확정된 부산과 지역위원회 심의를 남겨둔 경남을 비롯해 공청회를 앞둔 제주·경기지역 가운데 에너지개발 용도구역이 지정된 권역은 제주와 경기뿐이다. 제주에서는 5곳이 에너지개발 용도구역으로 반영됐고 경기는 1곳이 지정됐다.

제주의 경우 5곳 모두 해상풍력 개발사업이지만 2곳은 이미 가동 중이다. 경기지역에서 에너지개발 용도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2011년부터 상업운전 중인 시화호조력발전이다.

제주 신규 해상풍력 3건 용도구역 지정
제주지역의 에너지개발 용도구역 지정안을 보면 해수부가 주민 수용성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해수부는 이전부터 지역주민 의견수렴 등의 사전협의를 강조해 왔다.

제주지역 에너지개발 용도구역에 반영된 곳은 ▲탐라해상풍력 ▲월정해상풍력 ▲한림해상풍력 ▲대정해상풍력 ▲한동·평대해상풍력 등 5개 구역이다. 이 가운데 2017년 준공한 탐라해상풍력과 실증용으로 가동 중인 월정해상풍력은 미래 계획이 아닌 현재 상황을 반영한 것에 불과해 큰 의미는 없다.

한림해상풍력과 한동·평대해상풍력은 지구 지정을 받은 사업이고, 대정해상풍력은 앞서 연안관리법에 따라 산업시설구(연안해역기능구)로 지정된 프로젝트다.

특히 한림해상풍력의 경우 현재 국내에서 추진되고 있는 신규 해상풍력 프로젝트 가운데 유일하게 올해 착공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어 이번 용도구역 지정안이 확정될 경우 개발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제주지역에서 개발절차가 진행 중인 표선해상풍력과 월정·행원해상풍력은 지구 지정을 받지 않은 상태라 사업 구체성과 주민 수용성 확보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에너지개발 용도구역 지정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제주도의 경우 특별법에 따른 지구 지정 절차를 거쳐 해상풍력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구 지정 결정이 내려지려면 입지기준 세부평가를 비롯해 어민을 포함한 지역주민 의견수렴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사전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제주지역 해상풍력도 위치정보와 규모가 불명확한 것은 마찬가지지만 지구 지정 절차로 사전에 갈등요소를 줄이고 있다는 점이 다른 지역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경기지역 에너지개발 용도구역 지정안에는 해상풍력이 제외됐다. 이미 가동 중인 시화호조력발전이 반영됐을 뿐 지난해 7월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안산 풍도해상풍력은 빠졌다. 200MW 규모의 풍도해상풍력은 서부발전과 우람종합건설이 공동으로 추진 중인 사업이다.

경기지역 해양용도구역 지정안
경기지역 해양용도구역 지정안

산업부·해수부, 지자체 주도 개발 모색
에너지개발 용도구역 지정과 관련해 초미의 관심사로 꼽히는 지역은 전남이다. 어업활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인 동시에 국내 해상풍력 개발사업이 집중돼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용도구역 중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해수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절차상으로는 용도구역이 중첩될 경우 해양공간특성평가 결과값이 높은 용도를 우선 지정하도록 돼 있다.

현재 전남도는 신안지역을 중심으로 8.2GW 규모의 해상풍력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정부가 2030년까지 목표하고 있는 12GW 해상풍력의 약 70%를 차지하는 설비용량이다. 지금까지 산업부에서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프로젝트만 2GW 규모에 달한다.

풍력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연초에 나온 전남지역 해양용도구역 초안에 에너지개발 용도구역이 단 한 건만 반영됐다는 점이다. 이마저도 이미 상업운전에 들어간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다.

해수부가 기존과 같이 지역수용성·해양에너지 부존량·공유수면점사용허가 등을 고려해 에너지개발 용도구역 지정을 검토할 경우 1~2개 사업만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추진되고 있는 전체 프로젝트 숫자에 비하면 완전 배제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풍력업계는 당시 해양용도구역 초안이 특성평가와 연안관리계획 등을 바탕으로 짠 기초안이라 그동안 지역협의회와 지자체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면서 합리적인 방안이 나왔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6월 24일 산업부·해수부·청와대 관계자들이 전남지역에 모여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해상풍력 개발사업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점도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해수부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는 만큼 산업부와 함께 해상풍력 개발에 필요한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데 노력 중”이라며 “무엇보다 어민을 포함한 주민 수용성이 핵심 쟁점인 것을 고려해 지자체가 주도하는 계획입지로 해상풍력 개발을 풀어갈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기위원회도 해양공간관리계획 살펴
해양공간계획법상 해양활동에 앞서 해당 용도구역으로 반드시 지정돼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다만 해양공간의 체계적·통합적 관리를 실현한다는 법 시행 취지에 맞게 해양용도구역과 부합하는 해양활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해수부의 입장이다. 즉 에너지개발 용도구역으로 지정되지 않더라도 해상풍력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사업자들이 에너지개발 용도구역 지정에 매달리는 것은 행정적 판단에 따라 사업이 지연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열린 전기위원회에서 해상풍력 발전사업허가 2건에 대한 심의보류 결과가 나왔다. 2개 사업 모두 해양공간관리계획과의 상충 여부를 해당 지자체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유였다. 전기위원회가 해상풍력 발전사업허가 심의 시 해양공간관리계획과의 상충 여부까지 살피면서 주민 수용성 확보가 한층 중요해 졌다는 평가다.

문제는 해양공간계획법에도 에너지개발 용도구역과 관련해 명확한 주민동의 범위와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주민 수용성 확보가 에너지개발 용도구역 지정에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사업자가 어느 정도까지 진행해야 한다는 정확한 기준이 마련된 것은 없다”며 “주민 몇 %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등의 정량적인 기준을 정하는 것이 오히려 주민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양공간관리계획 수립 절차
해양공간관리계획 수립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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