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전기차 수요대폭발 시기에도 충전 수요 충족해야
[전문가 칼럼]전기차 수요대폭발 시기에도 충전 수요 충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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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6.0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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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이상근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일렉트릭파워]등산을 좋아하는 필자는 화공학을 전공한 친구와 자주 등산을 한다. 자신과 다른 분야를 걸어온 사람과 등산을 하다 보면 시답잖은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흥미 있는 분야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도 접하게 된다.

미세먼지 가득한 어느 날 등산을 하던 중 전기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필자는 전기차 옹호론자다. 이는 2010~2012년까지 북경 칭화대학교에서 방문학자로 생활하면서 혹독한 매연을 경험한 것에 기인한다.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저녁이면 석탄 연료로 인한 새까만 북경의 공기 오염은 심한 기침, 눈의 피로, 두통 등 생활에 있어 큰 곤란을 느끼게 했다.

이때부터 중국은 ‘BYD’라는 배터리 업체를 키우며 공해를 없애고자 노력했다. BYD는 칭화대학교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 칭화대학교 학생들은 자신의 청춘을 바치며 앞에 닥친 과제와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미친 듯이 노력했다.

필자가 유학한 1990년대 일본에도 많은 중국인들이 유학을 왔었다. 그들과 대화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면 중국은 이미 새로운 것을 찾고 있었다. 비록 밤에는 아르바이트로 힘들게 생활하지만 기존의 것이 아닌 새로운 문물에 대한 관심은 생각했던 것 그 이상이었다.

당시 이들의 주요관심사는 우주항공산업, 자기부상철도, 태양광, 전기차인 것으로 기억한다. 스타트업이었던 BYD가 이제 테슬라에 맞설 정도의 전기차 회사로 성장한 것은 어쩌면 미래를 내다본 중국의 국가정책이 오늘날 이 같은 결과를 낳지 않았나 생각한다.

현재 전기차가 확대 보급되고 있지만 전기차가 친환경적인지에 대한 논란은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미네소타대학교 연구팀은 “차량의 제조에서 폐기에 이르는 전체 수명기간을 따져보는 전 과정 분석(Life Cycle Analysis) 결과 내연기관 자동차 못지않게 환경에 부담을 준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팀은 2014년 에너지 생성에서 자동차 구동까지 ‘웰 투 휠’(Well To Wheel) 전 과정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공기 질 개선에 가장 효과적인 차와 가장 악영향을 끼치는 차가 모두 전기차라는 결론을 내렸다.

즉 전기차를 움직이는 에너지원이 신재생에너지인지 석탄인지에 따라 상반된 결과가 도출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연구결과가 있다. 2018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전기차의 경우 차량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 양은 감소하지만 전력 생산을 위해 배출하는 양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서울과 같이 차량밀도가 높으면서 화력발전소와 산업시설이 많지 않은 대도시의 경우 전기차 보급에 따른 대기환경 개선효과는 클 수 있다. 하지만 충청남도, 경상남도와 같이 화력발전소가 있는 지역의 경우 전기차 보급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로 인해 오염물질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즉 전기차에 사용될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면 친환경적이고 그렇지 않으면 친환경적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유가의 엄청난 하락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소비는 케즘(Chasm)의 단계를 지나 수요대폭발(Critical Mass) 단계로 달려가고 있다.

수요대폭발 시기에도 신재생에너지로 전기차 충전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까? 답은 ‘아니오’다. 친환경에너지 발전량은 전체 발전량의 4%에 불과하다. 이는 거의 가정용 에너지로 소비되는 실정이다. 당연히 전기차까지 갈 에너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 대안은 없는 것인가. 필자가 생각하는 대안은 원자력 발전이다. 1990년대 초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필자에게 자신에 찬 목소리로 두산중공업에 대해 설명하던 직원의 모습은 깊은 인상으로 남아있다.

그런 자부심이 세계 최고수준의 원전 기술을 보유한 두산중공업의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정부 정책으로 인해 회사는 부도 직전에 이르렀다.

물론 원전의 단점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보았듯이 한 번의 사고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

하지만 화석연료로 인해 오히려 더 큰 공해와 건강에 이상이 온다면 차라리 세계 최고의 원전 기술을 가진 우리나라의 기술력을 믿어보는 건 어떨까.

여러 상황을 고려한다면 비싼 화석원료의 발전을 고집할 수만은 없다. 그렇다고 전국의 산지와 농지를 태양광 패널로 뒤덮은 현실을 마냥 바라만 볼 수도 없다. 우리도 이제는 원자력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다시 논의해야 할 때가 왔다.

앞으로 산업은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디지털 경제로 재편된다. 결과적으로 값싼 전기요금이 글로벌 경쟁우위의 원천이 될 것이다. 냉정히 국가의 대의를 위해 원자력발전 정책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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