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개발,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풍력개발,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 박윤석 기자
  • 승인 2020.05.20 23: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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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고정가격계약 REC 정산기준 개정 검토
준공 시점 REC 기준가격 적용… PF 사실상 불가능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정부가 자체 고정가격계약(SMP+REC)을 체결하는 신재생사업에 대한 REC 정산기준 변경을 추진 중인 것이 알려지면서 풍력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사업 불확실성이 커질 뿐만 아니라 PF 자체가 불가능해져 풍력산업 생태계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풍력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력거래소는 RPS 공급의무사를 대상으로 RPS 이행비용 정산기준 변경과 관련한 개정안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전력거래소는 전력시장운영을 비롯해 전력계통운영,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등 전력정책 전반에 걸쳐 실무를 담당하는 준정부기관이다.

이번 RPS 이행비용 정산기준 개정안에 유독 풍력업계가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현행 정산구조 안에서 REC 가격에 따라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발전원이 풍력이기 때문이다. 실제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SMP와 REC를 합친 고정가격으로 자체계약이 이뤄지는 사업은 대부분 풍력에 집중돼 있다. 태양광의 경우 한국에너지공단의 장기고정가격 경쟁입찰이나 현물시장을 통해 대다수의 REC가 거래되고 있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풍력·태양광 사업자의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통해 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이끌겠다는 취지로 2017년 SMP와 REC를 합쳐 장기고정가격을 체결하는 제도를 도입했다”며 “불과 3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해당 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REC 정산기준 변경안은 정책 신뢰성과 일관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부 내부서도 의견 엇갈려
풍력업계에 따르면 산업부가 검토하고 있는 RPS 이행비용 정산기준 변경안에는 REC가 처음 생산되는 해당 연도의 REC 정부정산가격(기준가격)으로 20년간 정산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사업성 판단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REC 기준가격을 준공 이후에나 알 수 있다는 것이다.

REC 기준가격은 공급의무사가 해당 연도 공급의무량을 이행했을 때 한전으로부터 보전 받는 금액으로 활용된다. 전력거래소 비용평가위원회에서 매년 기준가격을 결정한다.

REC 기준가격 적용 시점과 함께 풍력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SMP 변동에 따른 리스크 관리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SMP와 REC를 합친 고정가격계약 체결방식에는 변화가 없지만 SMP 변동을 상쇄할만한 내용을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풍력업계는 SMP 변동 부담을 공급의무사와 사업자에게 떠넘기려는 의도로 판단하고 있다. SMP 변동이 심한 만큼 고정가격계약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행 비용평가 세부운영규정의 RPS 의무이행비용 보전기준에 따르면 자체 고정가격계약 정산의 경우 계약이 체결되는 해당 연도 전체 고정가격계약의 가중평균을 기준가격으로 삼아 계약기간(20년) 동안 적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매년 달라지는 SMP 가격을 REC 정부정산가격 변동으로 흡수해 장기고정가격계약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풍력업계에 따르면 산업부 내에서도 이번 REC 정산기준 변경을 놓고 파열음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시장 운영규칙을 관리하는 전력시장과와 재생에너지 보급을 담당하는 신재생에너지정책과 간의 입장이 엇갈린 것이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전력시장과의 경우 자체 고정가격계약의 REC 가격이 현물시장가격보다 높은 것을 비정상적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RPS 이행물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발전공기업이 SPC 사업자로 참여하면서 고정가격이 높게 결정되고 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재생에너지정책과의 경우 REC 기준가격 결정을 준공 시점에 맞추는 것은 PF 불가능과 다를 바 없어 개정안에 반대의견을 개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는 5월 27일 열릴 예정인 전력거래소 비용평가위원회에서 관련 내용을 심의할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의견 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 개정안과 유지안이 동시에 심의 안건으로 올라가는 일이 벌어 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업 불확실성 높아져… 생태계 붕괴 우려
풍력업계가 이번 개정안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는 이유는 풍력산업 전체가 주저앉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RPS 공급의무사를 대상으로 적용되는 규정이지만 REC 구매 주체가 결국 공급의무사인 산업구조라 개발사 또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개발·제조·건설·유지보수·일자리 등으로 연결된 산업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3020 이행계획과 3차 에너지기본계획·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에 이어 최근 그린뉴딜 정책까지 국가에너지정책만 놓고 보면 곧 풍력·태양광시대가 열릴 것처럼 보인다”며 “불확실한 숫자로 기대감만 키우기 보다는 관련 풍력산업에 대한 세밀한 관심과 이해도를 높여야만 이번 같은 개정안이 산업계에 얼마나 파급력을 미치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정책 이행의 일관성을 강조했다.

REC 정산기준이 개정안대로 바뀔 경우 고정가격계약을 체결하는 데 필요한 REC 기준가격 추정이 어려워지게 된다. 공급의무사 입장에서 20년 장기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 혹시 모를 손실부담을 줄이기 위해 계약체결 시기를 REC 기준가격이 확인되는 준공 이후로 미룰 가능성이 높다.

고정가격계약 체결이 프로젝트 후반으로 밀릴 경우 가장 큰 문제는 개발비용이다. 현재는 공급의무사와 개발사가 직전년도 REC 기준가격을 참고해 통상 인허가 마무리 시점인 착공 전에 고정가격계약을 체결한다. 사업자는 고정가격계약을 통한 수익성 분석을 근거로 금융권 PF 조달에 나서는 것이다.

반면 개정안 여파로 공급의무사가 고정가격계약을 미룰 경우 PF가 어려워 사업자의 투자 리스크는 높아지게 된다. 과거 대기업들이 풍력터빈 제조업에 대거 뛰어들었다가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꺼번에 철수했듯이 개발사들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REC 가격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사업성을 판단할 수 없어 금융권 입장에서도 PF 결정에 큰 고민이 따를 수밖에 없다”며 “최근 몇 년의 REC 가격 흐름으로 봤을 때 2~3년 후 준공 시점에 결정되는 REC 가격의 변동폭을 예측해 PF에 나서는 금융회사는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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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쟁이 2020-05-21 10:42:27
전력시장과는 REC 현물시장 가격이 고정계약가보다 싸다고 하는데 이건 당연한 얘기입니다. 통합 REC 시장이라지만 사실 풍력은 각종규제에 묶여 시장에 나온 사업이 없고, 80% 이상 태양광사업만이 현물거래되고 있는데, 이것으로 풍력사업성을 본다는게 틀린 얘기입니다. 풍력과 태양광은 개발기간도 다르지만 원가구조도 2배이상 차이납니다. 통합 REC 시장을 분리하거나 육상풍력 REC 가중치를 1.2 이상 재조정하거나 하는 바른 정책이 필요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