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을 내다보고 원자력을 키우자
“100년을 내다보고 원자력을 키우자
  • 양현석 기자
  • 승인 2009.04.0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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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이종인 한국원자력학회장(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본부장)

연합행사 추진위원장은‘섬김과 봉사’의 자리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원자력 성장에 큰몫

“원자력이 지나 온 50년을 돌아보고 다가올 100년을 국민과 원자력인 모두 함께 한마음 한뜻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제게 섬김과 봉사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한 것에 감사를 드립니다.”

원자력반세기 기념 연합행사 추진위원장인 이종인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은 행사를 준비하면서 느낀 소회를 이처럼 섬김과 봉사의 철학을 통해 밝혔다.

올해는 원자력계나 이종인 회장 개인에게도 뜻 깊은 해다. 원자력계야 ‘원자력반세기’라는 큰 행사가 있고, 원자력학회 역시 40주년을 맞았지만, 이종인 회장 개인적으로도

1969년 한양대 원자력공학과에 입학해 원자력과 인연을 맺은 지 40년을 맞은 인생40주년’인 셈이다.


한국원자력 ‘경이롭고 자랑스러운 여정’

이종인 회장은 우리나라의 원자력 역사를 돌아보며 “경이롭고자랑스러운여정”이라고 평가했다. 원자력연구소가설립되던 한국의 1959년은 한국전쟁 후 자본도 기술도 없던 어려운 시절, 1인당 국민소득이 채 100달러도 안 되는 최빈국이었다.

그러나 미래를 풍요롭게 만들겠다는 희망으로 원자력 시대를 연 것이다. 이후 수많은 역경을 딛고 1978년 고리 1호기를 가동하며 원자력발전 국가로 도약한 후 현재는 20기의 원전을 운영하는 세계 6위의 원자력발전 강국으로 성장했다.

한국 원자력의 성장은 양적인 것에 머물지 않는다.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짧은 시간 안에 원전 운영 능력, 건설 기술, 안전 규제 능력이 세계적 수준에 올라섰다. 각종 원자력 기술 개발과 방사선 이용 기술 개발, 원자로 및 원전 연료 국산화 등 많은 업적도 이뤄냈다.

이 회장은 향후 원자력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낙관했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버팀목이 돼온 원자력은 앞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의 핵심 축으로서 그 역할이 더욱 증대될 것”이라고 확신한 그는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과 그린에너지 확대를 위해 원전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도 국가 에너지 기본계획을 수립해 원자력발전 설비 비중을 현재의 26%에서 2030년경에는 41%까지 확대하기로 했으며, 아울러 오는 2022년까지 12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해 전력생산량의 48%를 담당토록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원자력 성장엔 국가지도자 힘 커

이종인 회장은 한국 원자력 반세기 역사 중 4개의 장면을 가장 인상 깊었다고 소개했다.

그 중 첫 번째가 1959년 이승만 대통령이 서울 공릉동에 있었던 원자력 연구소에서 국내 최초의 연구용 원자로인 ‘TRIGA MARKⅡ ’ 기공식에서 시삽을 한 장면이고, 두 번째가 고리 1호기 기공식에 박정희 대통령이 참가해 축사를 한 것이다.

원자력안전기술원 출범을 세 번째 사건으로 꼽은 이 회장은 마지막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수립한 2030 국가에너지 기본 계획 수립을 들었다.

이종인 회장이 이렇게 유독 국가 지도자와 관련된 사건을 인상 깊게 기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우리 원자력 산업은 국가 주도로 발전해왔습니다. 그 중심에는 국가 최고 경영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했지요. 대통령이 몸소 원자력 행사에 참가함으로써

원자력인들의 사기가 고양되고, 국민들도 국가적 사업으로원자력을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이 회장은 이처럼 원자력의 발전은 국가지도자의 의지에 따라 부침을 거듭했다고 밝혔다. 이는 원자력산업에 대한 이해와 강력한 지지를 보였던 이승만, 박정희 양 전 대통령 때는

급격한 발전을 보이다가 다른 시기에는 발전이 조금 정체되는 모습이 나타났다는 뜻으로 짐작됐다.

그런 이유로 이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도 매우 컸다. 이 대통령은 고리 1호기 건설 때 현대건설에서 사업 책임자였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원자력산업과 원자력발전에 대한 이해도와 애정이 깊을 것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비발전 원자력산업 성장해야

이종인 회장은 우리 원자력 분야의 비약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非발전 원자력산업의 성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발전과 비발전 원자력분야의 비중이 1:9에 달하고, 일본도 6:4 정도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9:1로 발전분야로의 치우침이 심하다는 지적이다.

원자력은 발전 이외에도 핵의학 등 동위원소를 사용한 무궁무진한 산업 영역이 있고 성장 가능성도 높은데 우리나라는 정책적 관심이 발전분야에만 편향돼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이 회장은 우려했다.

그는 비발전분야의 성장을 위해 국민들이 우리 원자력의 안전 수준을 신뢰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 회장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본부장이기도 하다. 그는 “안전하지 않다면 내가 그 곳에서 근무할 리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원자력안전기술은 미국, 영국, 프랑스 등 8개 선진 원자력 규제기관장들의 모임인 ‘국제원자력규제자협의회’에 가입했을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방사능방재 전산분야의 최첨단 시스템인 ‘AtomCARE’는 국내 가동되는 20기의 원전과 연구용원자로 ‘하나로’에 대한 안전 정보 상태를 10~20초 간격으로 실시간으로 모아 감시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IAEA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기술지원 요청을 받는 등 한국의 원자력안전 기술을 보여주는 상징적 존재이기도 하다.

또원자력안전기술원은올해2월‘방사선애로기술지원센터’를 개소해 방사선 안전 전문 인력 및 기술의 독자적 확보가 어려운 중소기업들에게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전문인력과 기술력을 지원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해 비발전 원자력기업들에게서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원자력학회 40주년… 풍성한 행사

올해는 한국원자력학회가 창립 40주년을 맞는 해다.

원자력학회는 1969년 3월 창립 이후 2,700여명에 달하는 회원 수와 41여 기관의 단체회원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학회로 자리잡았다.

원자력학회는 올해 40주년을 맞이해 어느 해보다도 풍성한 사업을 준비 중이다.

우선 원자력학회의 글로벌 오피니언 리더로서 확고한 자리매김을 위해 국제 원자력관련 세계 각국의 원자력학회와의 협력 강화 및 유기적 협력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또 대정부 및 산학연 활동 등에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원자력학회의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국가원자력정책개발에 학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위해 고급정책연구소 활성화 및 홍보기능을 강화키로 했다.

한국원자력학회 40주년 행사도 성대하게 치르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진행 중에 있다.

이종인 회장은 “5월 18일부터 23일까지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진행되는 40주년 학술대회와 기념행사는 정부·국회, 유관기관, 산업계, 지역인사, 해외인사, 학계, NGO, 언론계, 원자력계 원로 등이 참여하는 큰 학술축제로 기획됐다”고 밝혔다.


원자력 선진국 지위 후손에게 물려줘야

이 회장은 원자력 50주년을 맞은 오늘의 발전상에 경의를 표하면서도 이것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원자력 도입 반세기, 이제 우리는 미래 100년을 내다보고 후손들에게 원자력 선진국의 지위를 물려줘야 할 전환점에 서있다. 앞으로의 50년은 전 세계에 우리의 원자력 플랜트와 기술을 수출하는 호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원전의 안전성 확보를 통해 국민의 공감대를 얻는 것은 물론이고 인력 양성과 차세대 원전 기술 개발 및 국제 공조 체제를 구축,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의 원자력 역사 초기에는 안보상으로 다소의 비밀주의가 있었던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은 국민과 함께 뛰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종인회장은…
국내 최고 원자력안전 전문가

1952년 경북 안동 출생인 이종인 회장은 1969년 한양대 원자력공학과에 입학한 후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78년부터 원자력연구소와 미국 BNL연구소에서 근무한 후 1990년 원자력안전기술원 설립과 함께 이곳 그룹장과 실장, 연구부장·기획부장·규제부장 등으로 근무했다. 작년 5월부터는 안전기술원의 본부장으로 근무 중이다.
또 작년 9월 원자력학회장에 취임해 산·학·연 원자력계 협력활동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번 원자력반세기연합행사 추진위원장을 맡아 원자력계의 큰 축제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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