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에너지전환과 한국형 갈등관리 메커니즘
[전문가칼럼] 에너지전환과 한국형 갈등관리 메커니즘
  • EPJ 기자
  • 승인 2020.05.0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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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삼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에너지갈등예방센터TF 단장
최재삼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에너지갈등예방센터TF 단장

[일렉트릭파워] “기후비상사태(climate emergency)”.

2019년 영국 옥스퍼드 사전에서 선정한 올해의 단어다.

인류의 생존터전인 지구의 위기상황을 강조한 ‘행성비상사태(planetary emergency)’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기후 변화가 막연한 우려상황이 아니라 눈앞의 현실이 되고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다.

20세기 들어 화석에너지의 과다한 사용으로 인한 지구온난화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여전히 우리는 이상기후로 인한 지구 생태계 파괴와 신종 바이러스의 창궐 등 기후변화의 현실적 위기 속에 살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에너지전환의 필요성에 대해 반대할 논리도 명분도 없다. 이제는 에너지전환을 ‘왜’ 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실현해 가야 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 세계 각국은 친환경에너지로서 신재생에너지 이용 확대 정책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 환경과 생명을 우선하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전환만이 기후비상사태, 행성비상사태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덴마크 등 에너지전환 선도국에서는 친환경 에너지의 양적 성장과 함께 지역사회의 수용성 향상과 갈등관리를 위한 프로그램까지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서 지역주민 및 일반 국민의 참여와 수용성 향상을 주요 추진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선 소통·참여·분권형 에너지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주요과제로 소통을 통한 갈등의 효과적 예방, 국민참여 확대, 지역·지자체의 책임 및 역할 강화를 제시하고 있다.

에너지전환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선 이해관계자 간 소통 강화와 국민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와 유럽 기후정책인포허브(Climate Policy Info Hub)는 신재생에너지의 사회적 수용성 향상을 위해 기후변화 인식, 의사결정의 공정성, 비용·위험·편익의 평가, 지역적 맥락, 사회적 신뢰의 요소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에너지전환에 찬성하는 독일인 중 59%가 에너지전환에 우호적인 이유로 자손의 안전한 미래에 기여,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자립, 주민 참여 기회를 꼽았다.

하지만 주민에게 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다고 해서 갈등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반대하는 주민은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독일은 중립적인 갈등해결전문기구인 KNE(환경보전과 에너지전환 역량센터)를 통해 갈등해결, 대화프로그램 등을 운영함으로써 에너지전환 과정에 따르는 각종 갈등을 완화시키고 있다.

우리도 에너지전환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선 에너지 분야의 특성이 반영된 전문적이고 실효성 있는 갈등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여기에 특화된 갈등관리 모델을 도입·확산하는 메커니즘을 확립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재생에너지 이용환경이 유럽 등 여타 국가에 비해 불리하다.

이해관계자 간 참여와 합의라는 민주적 의사결정 경험 또한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자연·사회·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한국형 갈등관리 메커니즘의 확립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다행히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유럽 ESTEEM(갈등관리기법) 모델을 적용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다는 계획을 명시하고 있고, 이를 위한 실증사례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어떻게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고, 나아가 주민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을 어떻게 합치시켜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며 에너지 갈등예방의 실제적 방안을 찾아가고 있다.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초유의 팬데믹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적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모범을 전세계에 보여줬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선도적으로 걸어가고 있다는 자긍심도 가질 수 있었다.

기후비상사태라는 또 다른 위기상황 앞에 한국형 갈등관리 메커니즘이 에너지전환을 선도하는 세계적 모범사례로 내세워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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