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관리법 개정에 벼랑 끝 몰린 육상풍력
산지관리법 개정에 벼랑 끝 몰린 육상풍력
  • 박윤석 기자
  • 승인 2020.03.19 20: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림청, 풍력발전시설 허가체계 정비 입법예고
작업장 등 산지전용타당성조사 대상 포함시켜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산림청이 풍력발전시설 허가체계 정비를 위한 산지관리법 시행령 일부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규제 강화 의도로 읽힐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풍력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입법예고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사업성이 크게 떨어져 육상풍력 개발 자체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산림청은 산지일시사용허가 일원화 등의 내용이 포함된 산지관리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4월 13일까지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산림청이 밝힌 산지관리법 시행령 개정 이유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과 관련한 재해예방과 산지 난개발 방지 등 현행 제도를 운영하면서 들어난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는 데 있다.

개정안 주요내용은 ▲풍력발전시설 허가체계 정비 ▲산지전용허가 기준 조례 위임범위 확대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 점검기관 조사·점검·검사 절차 규정 등이다. 이 가운데 풍력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풍력발전시설 허가체계 정비를 이유로 개정되는 조항들이다.

산림청은 산지관리법 상 풍력시스템과 전기시설로 한정했던 풍력발전시설을 작업장·관리도로 등 부대시설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변경하면서 관련 조항까지 개정했다. 산지일시사용허가 일원화는 물론 산지 개발면적 예외조항 삭제 등 사업자 입장에서 규제 강화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개정안을 내놓은 것이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이번 산지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보면 과연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며 “풍력단지 하나를 개발하는데 수반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무엇인지 확인하려는 노력도 없이 서류상으로 업무를 처리하다보니 현실과 동떨어진 규정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지일시사용허가 일원화 위해 용어 재정의
이번 산지관리법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해 우선 풍력업계가 의아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은 용어 개정이다. 현재 산리관리법에 표기된 풍력발전시설이란 용어를 ‘바람에너지 이용·보급을 위한 시설’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산림청은 현재 풍력터빈과 전기실로 한정한 풍력발전시설에 작업장·관리도로·진입로 등의 부대시설까지 통합시켜 산지일시사용허가 대상으로 일원화하기 위해 용어 재정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바람에너지란 용어는 신재생에너지법 시행규칙 제2조 5항에 나와 있는 풍력설비 정의를 차용했다.

하지만 상위법인 신재생에너지법 제2조 2항 재생에너지 정의에는 ‘풍력’이란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풍력과 바람에너지는 일반적으로 같은 의미로 쓰이는 용어지만 법 조항에 다르게 표기될 경우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무엇보다 풍력업계는 산지일시사용허가 일원화를 위해 이번 용어 변경이 이뤄진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풍력만 660m2 제한… 타사업 30만m2 이상
산림청은 기존에 산지일시사용허가와 신고로 나눠 진행하던 시설별 허가체계를 산지일시사용허가로 통합할 계획이다. 행정절차 간소화와 재해안전성 강화를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신고 대상이던 관리도로·진입로·송전시설 등이 산지일시사용허가 대상으로 일원화될 경우 프로젝트 지연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규제 강화에 해당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산지전용타당성조사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 대폭 늘어나게 돼 사업 리스크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현재는 660m2 이상의 풍력터빈·전기실을 설치할 경우 산지전용타당성조사를 받지만 개정안이 처리되면 작업장·풍황계측기 등도 대상에 포함된다.

풍력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풍력발전시설을 산지전용타당성조사 대상에 포함시킨 취지를 보면 송전설비처럼 점단위 시설로 관리하기 위해서였다”며 “하지만 개정안대로 작업장까지 산지전용타당성조사 대상에 포함시키면 면단위 시설로 변경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골프장을 비롯해 스키장·공동묘지 등은 30만m2 이상에 한해 산지전용타당성조사를 받고 있다”며 “동일한 산지를 이용하는데 풍력사업에만 과도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산림청은 목적사업에 따라 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을 뿐 특정 분야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골프장이나 스키장의 경우 표고·경사도 등의 별도 기준이 있다는 것이다.

도시·군계획시설 예외조항 유지할 듯
이번 산지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기존 내용을 삭제한 항목도 있다. 문제는 예외로 규정한 내용을 삭제하는 바람에 대규모 육상풍력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해 졌다는 점이다.

현행 산지관리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풍력발전시설은 진입로를 포함해 산지면적이 10만m2를 넘으면 안 된다. 단 예외 사항으로 국토계획법에 따른 도시·군관리계획에 따라 도시·군계획시설 등을 설치할 경우는 제외한다고 명시돼 있다.

풍력업계는 이 같은 예외조항이 빠질 경우 기존 임도가 없는 산지에 신규 풍력단지를 개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롭게 개설하는 진입로가 산지면적에 모두 포함돼 10만m2를 훌쩍 넘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산지면적 제한을 지키기 위해선 소규모 육상풍력만 개발해야 한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계통설비 부족으로 154kV 변전소에 연결해야 하는 사업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 계통비용 부담 또한 늘어나고 있다”며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일정 규모 이상의 풍력단지 건설이 이뤄져야 하는데 10만m2로 개발부지 면적이 제한돼 있어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행 예외조항마저 삭제되면 풍력단지를 쪼개서 개발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이럴 경우 난개발에 따른 산지훼손이 더욱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포함된 예외조항 삭제와 관련해 산림청은 현행 규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복잡한 조항을 간결하게 정리한다는 차원에서 예외규정을 삭제하려 했던 것인데 풍력업계 입장에서 필요하다면 굳이 빼지 않겠다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