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중상해에 관한 위헌판결을 보면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중상해에 관한 위헌판결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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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3.1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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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최정식

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009년 2월 26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4조 제1항 본문 중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교통사고로 말미암아 피해자로 하여금 중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고했다.

재판부의 선고 사유는 첫째, 교통사고 피해자가 중상해를 입은 경우에 사고와 관련된 피해자의 과실 유무 및 정도 등을 살펴 가해자에 대해 정식 기소 외의 다양한 처분이 가능하고, 정식 기소된 경우에는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야 함에도 가해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조항에 해당되지 않는 한 무조건 면책시키는 것은 기본권침해의 최소성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돼 중상해를 입은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는 해석에 따른다.

둘째,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조항에 해당하지 않는 교통사고로 중상해를 입은 피해자와 단서조항에 해당하는 교통사고 중상해 피해자 및 사망사고 피해자를 차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다. 또한 교통사고로 인한 중상해로 식물인간이 되거나 평생 심각한 불구 또는 난치 질병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피해자의 경우, 그 결과의 불법성이 사망사고 보다 결코 작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교통사고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와 달리 중상해를 입은 경우 가해 운전자를 기소하지 않음으로써 그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제한하는 것 또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 취급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단서조항에 해당하지 않는 교통사고로 중상해를 입은 피해자들의 평등권이 침해당한다는 얘기다.

지난 1982년 제정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동법 제3조 제2항의 단서조항에 해당되지 않는 한 아무리 중대한 교통사고를 내더라도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만 하면 민사상 손해배상은 보험회사가 부담하고 형사상 처벌까지 면제해 줬다. 이러한 법률은 무질서 난폭운전을 조장해 왔으며 교통사고율이 OECD에 가입한 다른 나라와 비교해 월등하게 높도록 하는 데 일조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원래 보험은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자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민사상 수단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만 교통사고 범죄에 대한 형사상 면책 수단으로 유용된바, 이러한 입법례는 외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생각건대 타인에게 중대한 침해를 가한 행위는 그 행위의 중대성과 피해자 불이익의 크기 및 그 행위의 사회적 영향에 비춰 그 처벌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형법 제258조는 중상해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는데, 단지 교통사고 가해자가 종합보험에 가입한 사실만으로 형사상 면책의 특혜를 누리는 것은 피해자 권익과 헌법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번 위헌판결에 대해 중상해의 개념이 애매모호해 법 적용상 어려운 점이 예상된다거나 또는 다수의 교통 전과자가 양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중상해 개념은 앞으로 개정 법률이나 판례를 통해 그 기준을 제시 형성하면 될 것이고, 전과자 양산문제는 운전자가 중대한 상해를 일으키지 않도록 상당한 주의의무를 이행한다면 중상해로 인한 피해자발생을 예방하는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이제 운전자들은 보험이라는 마술에 의지해 난폭운전을 하기는 어렵게 됐다. 운전자가 자기 가족의 안전을 위해 고급승용차를 구입해 교통사고 피해를 예방하려고 노력하듯이, 보행자도 차안의 가족처럼 염려하면서 안전운전을 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그동안 법의 사각지대에서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하던 특혜 장막을 거둬 낸 이번 위헌판결은 헌법의 평등권을 구현한 것으로서 그 가치가 있을 것이다.           

문의_숭실대학교 법과대학(02-820-0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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