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크 한방으로 느끼는 짜릿한‘자유’
스트라이크 한방으로 느끼는 짜릿한‘자유’
  • 최옥 기자
  • 승인 2009.03.12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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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동호회]전력거래소 볼링동호회

몸과 직각을 이루며 반듯이 편 팔이 자연스러운 시계추 곡선을 만들며 하강한다. 엄지와 검지, 중지로 지탱하고 있던 볼이 살며시 손가락을 빠져 나가 레일 위로 흐르듯 구른다. 구르르르릉…. 손끝을 가벼이 빠져나간 볼이 기름을 매끄럽게 칠한 레일 위를 직진하며 회전과 스피드를 더한다. ‘쾅!’ 역삼각형으로 세워져 있던 10개의 핀이 묵지근한 볼에 정중앙을 얻어맞고 ‘와르르!’ 쓰러진다. 핀을 강타한 스트라이크의 강한 파열음에 날 속박하던 삶의 무게도 덩달아 날아가는 것 같다.

볼링(Bowling)은 무거운 공을 굴려 반대쪽의 핀을 쓰러뜨리는 경기로, 현존하는 스포츠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7,000년 전의 이집트 고분에서 나무로 된 볼과 핀이 발견되면서 이 볼과 핀이 볼링의 기원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 그러나 당시 어떤 방식으로 경기가 행해졌는지에 대한 기록은 전혀 없다.

볼링은 역사상으로는 13~14세기 경 중세 유럽에서 처음 등장했다. 지금과 달리 중세 당시 볼링은 게임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종교상의 의식이나 점을 치는 데 이용됐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현대의 볼링은 유럽과 미국에서 스포츠로 전파되면서 19세기 말 동남아 각 국에 널리 보급됐다. 1952년에는 수동식에서 자동식으로 핀세터가 발명돼 볼링이 폭발적인 인기를 받아 퍼져 나갔고, 같은 해에 국제주기자연맹(國際柱技者聯盟, FIQ)이라는 국제조직이 창설되면서 볼링경기가 정식 스포츠로서 자리 잡는 계기가 됐다.

이번 호에는 수소문 끝에 전력계 하이볼러가 밀집해 있다는 전력거래소 볼링동호회를 찾았다.


회사 차원 지원 우수볼링회로 선정

전력거래소 볼링동호회(회장 손윤태)는 지난 2001년 4월 전력거래소 발족과 함께 결성돼 현재 57명의 회원이 동호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건전한 조직문화를 육성해 신명나는 직장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취지에서 각종 동호회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매년 동호회 활동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우수동호회에 대해 활동비를 지원해주고 있는데, 볼링동호회도 우수동호회로 선정돼 회사 차원의 지원을 받고 있다.

볼링동호회는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화요일 회사 근처 볼링장에서 정기모임을 갖고 있다.

특히 저녁에 열리는 정기전에 참석이 어려운 회원들을 위해 작년 하반기부터는 격주로 점심때도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해 더 많은 회원들에게 참가의 문을 열어 놨다.

기자가 취재하러 갔던 날도 점심 경기가 있던 날. 음식물 반입이 허락되지 않는 볼링장에서 ‘수년 단골’임을 내세워 간신히 양해를 얻은 김밥이 테이블에 수북이 쌓여있었다. 경기를 앞두고 양복저고리를 벗어놓은 채 한 곳에 빙 둘러 김밥을 먹는 회원들 모습이 무척 정겨워 보인다.

점심시간을 활용하다 보니 저녁 경기보다는 1게임 줄여 모임 당 평균 2게임 정도를 즐기고 있다. 하지만 게임이 줄어든 만큼 게임에 임하는 회원들의 열정은 배가 되는 듯한 인상이랄까. 촬영을 위해 플래쉬를 터트리는 것조차 조심스러울 정도였다. 

전력거래소 볼링동호회에서는 게임의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 우승자에게는 문화상품권을 지급하고 있다. 그날 게임 점수를 합산해 가장 많은 점수를 획득하면 ‘종합우승’, 한게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하면 ‘단게임 우승’, 특정 숫자를 선정해 게임별 점수의 끝자리가 일치하면 ‘행운상’을 수상하는 등 총 4개 부문을 시상하고 있다. 또한 고득점자의 상품권 독식방지를 위해 연사(連死)제도를 도입, 운영하고 있는 것도 재미있다. 즉 전회 우승자가 우승하더라도 연속해서 상품권을 지급하지 않아 더 많은 회원들이 도전할 수 있도록 했다.


스트라이크 마다 사회공헌기금 적립

특히 올해부터는 스트라이크 1개당 1,000원의 회비를 적립해 사회공헌 기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손윤태 회장은 “스트라이크 개수를 결산해 회비를 적립하고 있다. 회비가 일정액 적립되면 상반기, 하반기로 나눠 주말에 동호회 차원에서 노력봉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력거래소 볼링동호회는 상당한 실력의 볼러가 많은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작년 12월 15일 2008년도 연말결선을 겸해 열린 제4회 이사장배 볼링대회가 삼성동 소재 스타디움볼링장에서 열렸다. 이날 참가한 총 37명의 동호회원 중 정창현 회원이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정 회원의 경우 지난해 38게임에 참가해 총 6,299점을 기록한 바 있다. 

또 한 게임에서 234점을 획득한 황경식 회원이 단게임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 점수는 2008년도에 시행한 정기전 단게임의 베스트 스코어로 프로수준의 실력이다.

“볼링동호회에서는 1년에 1번 신입회원 입회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특히 에버리지 170 이상인 회원들로 하여금 레슨을 병행토록 함으로써 신입회원들이 볼링에 좀더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장찬주 총무가 덧붙였다.

아울러 손 회장은 기량을 더욱 가다듬어 서울시 단체대항전에 직장인연맹으로 참가해 실력을 겨뤄볼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스트레스 해소에 최고! 회원간 유대도 돈독

회원들이 말하는 볼링 예찬론도 대단하다. 손 회장은 “볼링은 계절이나 날씨, 시간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편리하고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라며 “스트라이크를 날릴 때 그 강한 파열음에서 스트레스도 한방에 날아가는 듯한 느낌, 그게 바로 볼링의 최고 매력이 아닐까 싶다”고 볼링 예찬론을 폈다.

또 다른 회원은 “볼링은 타인이 아닌 자신과의 경기이다. 때문에 상대방과 신경전을 할 필요도 없고 경쟁을 할 필요도 없다. 같은 레인에서 서로 팀을 이뤄 하기 때문에 친화력을 기르는 데도 그만”이라고 볼링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최범선 부총무 역시 “직무가 다른 분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돼서 좋다. 전력거래소 볼링동호회는 특히 결성된 후로 꾸준히 회원들이 활발하게 활동을 해 옴으로써 회원들 간의 유대도 강화하고 인간관계도 지속할 수 있어서 좋다”고 거들었다.

전력거래소 볼링동호회 회원이 게임을 하는 날이면 볼링장 내는 거의 전력거래소 회원들로 가득 찬다. 각 팀으로 나눠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회원들의 모습을 한동안 신기한 듯 지켜봤다. 투구 후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볼을 좇는 눈동자, 스트라이크 후 ‘해냈다’는 기쁨으로 주먹을 불끈 쥐고 희색이 만면한 얼굴로 돌아서는 천진난만 표정, 스페어 처리를 성공하고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는 이가 있는가 하면, 9개의 핀이 모두 넘어가고 1개의 핀이 넘어갈 듯 말 듯하다 오뚝이처럼 일어서면서 아쉬움의 짧은 탄식을 내뱉는 이 등 그 표정도, 몸짓도 각양각색이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중에도 전번 투구의 아쉬웠던 자세를 다시금 연습해 보며 스파이크에 대한 각오를 다지는 이도 있었다.

하이파이브 역시 볼링의 재미를 더하는 볼거리다. 상대의 투구를 조용히 지켜봐주고 점수가 좋으면 좋은 대로, 또는 그렇지 않을 경우 격려의 의미로 서로의 손뼉을 마주친다. 특히 스트라이크를 축하해주는 하이파이브는 볼링에서만이 느끼는 특별한 세레머니다.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동료애를 다지는 행위인 셈.

나이도, 직무도 떠나 볼링 하나로 뭉친 전력거래소 볼링동호회 회원들이 내일의 더 큰 승리를 다짐하며 힘찬 하이파이브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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