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세계의 창조 외 2권
근대 세계의 창조 외 2권
  • 배상훈 기자
  • 승인 2020.02.0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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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세계의 창조
로이 포터 지음, 최파일 옮김 / 교유서가 / 5만4,000원

저자 로이 포터는 스튜어트 왕가를 몰아내고 의회의 제한을 받는 군주정이라는 혼합 정체를 수립한 1688년 명예혁명에서 영국 계몽주의의 출발점을 찾는다.

또한 그후의 혁명적 협정은 인신과 소유의 안전을 보장하고 프로테스탄트에 대한 폭넓은 관용과 여러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헌정 체제를 사실상 자유화했다고 본다.

1697년 출판에 대한 사전 검열이 폐지됨에 따라 언론의 자유와 정치적 자유가 크게 확대됐는데 로크는 종교적 관용을 설파했고 합리성으로 기독교 신앙을 새롭게 정제했다. 이런 작업은 다시금 다음 세대의 이신론과 더 나아가 무신론으로 나아가는 길을 닦았다.

세상은 세속화되고 탈주술화 됐다. 베이컨은 새로운 학문 연구 방법론을 역설했다. 뉴턴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과학은 자연 세계뿐만 아니라 인간 세계에도 적용되는 새로운 해석 틀로 기능하며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양 영역으로 확장됐다.

홉스 등의 철학자들은 감각주의와 경험주의를 토대로 인간의 본성과 자연, 도덕과 사회에 대한 새롭고 급진적인 시각들을 제시하면서 심리학, 인류학, 경제학과 같은 새로운 학문의 초석을 놓았다.

한일 우익 근대사 완전정복
이영채·한홍구 지음 / 창비 / 1만6,000원

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이후 일본은 식민지배를 반성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매번 책임을 회피하며 기회를 놓쳤다.

전후 처리과정에서는 승전국들이 식민지 문제에 무관심했고 미군정으로부터 독립하면서는 일본이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은 한일 양국의 직접적인 협상으로 식민지배 사과와 배상이 이뤄질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였다.

실제로 한국이 사과와 배상을 요구했지만 일본은 이를 거부하고 경제협력 방식을 고집했다. 또한 인도네시아, 대만 등 식민지배를 했던 아시아 국가들과도 역사문제는 전혀 해결하지 않았다.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모든 청구권을 포기시켰다.

이렇게 역사문제가 제대로 청산되지 못했음에도 일본인들이 주변국들의 반응에 역사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은 극우 역사관이 득세하는 현재 일본 상황을 이해하는 열쇠다.

전쟁이 잘못이라고 인정하는 일본인 상당수조차 원폭 등 전쟁 과정에서 피해를 겪었고 전후 협정과정에서 굴욕적으로 승전국들의 요구를 들어야 했던 일본이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
박완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만5,000원

신간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됐다. 전쟁과 가난, 성차별로 혼란한 세상에서 빛나는 생의 가치를 견지해온 박완서의 소설 세계를 새로이 조망하고자 한 책이다.

살아 있음이 곧 특권이자 비할 데 없는 축복이라는 작가의 인식은 복원을 향한 열망으로 집약된다. 복원이란 원래대로 회복함을 의미하는데 작가가 주목한 회복은 비극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바람이 아니라 비극 이후에도 지속돼야 할 삶에 있다.

상처 입고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면 우리는 회복(복원)을 목적으로 생을 더욱더 빛나게 가꿔나가야 한다는 것이 박완서 문학의 중요한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이는 노추한 육체에 깃든 아름다운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한 ‘해산바가지’(1985), ‘환각의 나비’(1995) 등에서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그러므로 오늘날 박완서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역사적 불운 속에서 안타깝게 저물어간 생명들을 애도하는 일이자 우리에게 주어진 삶과 사랑의 가치를 되새기는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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