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내 선진국과 어깨 나란히 할 것”
“수년 내 선진국과 어깨 나란히 할 것”
  • 양현석 기자
  • 승인 2009.03.11 17: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이경수 국가핵융합연구소장

언제나 화석에너지 가격, 특히 원유가격은 세계경제의 변수로 작용한다. 부존 화석에너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의 경우는 유가의 움직임에 따라 그 해의 경제지표를 수정해야 할 정도로 에너지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그래서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는 작업은 과학계와 에너지계의 숙원이 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열망과 관심은 환경 뿐 아니라 경제적 필요성에서도 기인한다.

그중에서도 ‘핵융합에너지’가 한국 과학계와 에너지계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타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효율과 그 지속성 면에서 차원을 달리하는 핵융합에너지는 우리나라를 일거에 에너지문제에서 해결해 줄 수 있는 최고의 대안으로 손꼽힌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그 핵융합에너지를 개발하는 대한민국의 희망이다. 선진국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열정과 노력으로 그 갭을 메우고 있는 국가핵융합연구소의 이경수 소장을 만나 연구소의 새해 경영계획을 비롯해 핵융합에너지의 대명사인 KSTAR의 현주소와 미래 비전 등을 소상히 들어봤다.

 
세계적 연구기관 도약 ‘책임감’

EPJ 국가핵융합연구소 소장으로 취임하신 것을 늦게나마 축하드리며 취임 소감과 향후 연구소를 이끌어 나갈 경영방침 및 비전을 말씀하신다면.

이경수 우리나라 핵융합연구의 요람과 같은 NFRI의 기관장으로서 세계적 핵융합 연구기관으로의 도약을 위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있습니다.

임기 내 경영목표로 ▲인재경영 ▲품질경영 ▲윤리경영 ▲열린경영이라는 4개의 목표를 수립하며 구체적인 계획의 실천을 통해 연구소의 최우선 미션인 핵융합 및 플라즈마 연구 분야의 수월성 확보 뿐 아니라 모든 업무 분야에서 핵융합연구소를 세계적 수준의 연구기관 ‘World Leading Institute’로 성장시킬 것입니다.

핵융합연구소의 최종 목표인 녹색에너지의 미래 비전인 핵융합에너지를 실현하기 위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KSTAR와 ITER 사업 뿐 아니라, 다음 단계인 핵융합실증로(DEMO) 건설을 위한 준비 작업을 사전 계획하고, 기관의 차세대 성장 동력이 될 새로운 사업 발굴에도 지속적으로 힘쓸 계획으로 있습니다.


EPJ 아직 핵융합연구소 및 핵융합에너지에 대해 잘 모르는 국민들이 많은데 연구소의 성격과 업무 등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주신다면.

이경수 국가핵융합연구소(NFRI)는 한정된 매장량과 환경오염 문제 등 기존 에너지원들이 가진 문제점과 급격히 늘어가는 에너지 수요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핵융합에너지’의 개발을 이끌고 있는 국내 유일의 핵융합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1996년 1월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핵융합연구개발사업단으로 시작된 국가핵융합연구소는 ‘차세대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사업을 이끌며 선진국 수준의 핵융합 연구 능력 확보와 독자적인 핵융합 에너지 기술 축적을 위해 힘써왔습니다. 이후 2005년 10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부설 연구소로 출범했으며, 국가 핵융합에너지 개발 사업의 중심기관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2007년 9월에 우리나라 핵융합기술의 자존심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핵융합연구장치인 KSTAR의 건설을 성공했으며, 작년 7월에는 본격적인 운영을 위한 시운전과 최초 플라즈마 발생에 성공하면서 전 세계의 핵융합연구자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또한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위해 EU,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선진국들과 함께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공동개발사업의 국내 전담 기구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핵융합에너지 개발을 위한 인프라 구축 및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산·학·연 간의 유기적인 인력 양성과 유지 공조 체제 수립을 주도하는 등 국내 핵융합 연구 중심기관으로서 핵융합 기술 인력 공동체를 이끌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핵융합에너지 개발을 통한 파생기술의 확산 및 신산업 창출 지원과 플라즈마 응용연구 및 상용화를 추진을 통해 관련 산업의 발전의 촉진과 고용 창출 유발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KSTAR를 국제 핵융합 공동연구시설로 운영하는 등 세계 핵융합 연구의 허브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거듭나 향후 한국형 핵융합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는 핵융합 핵심요소 기술 개발에 전념해 국가에너지 자립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초전도자석 전원 용량 대폭 확충

EPJ KSTAR의 현황 및 향후 계획이 궁금한데.

이경수  KSTAR 건설 사업은 1995년 12월 시작돼 11년 8개월만인 2007년 9월 우리나라 핵융합기술의 자존심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핵융합연구장치 건설에 성공했습니다.

이후 2008년 7월에는 본격적인 운영을 위한 시운전과 최초 플라즈마 발생에 성공하면서 전 세계의 핵융합연구자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KSTAR 장치는 현재 최초 플라즈마 발생 성공 이후 본격적인 장치 운영과 성능향상, 이를 통한 핵융합 연구 분야의 국제적 경쟁력 제고를 위해 그 준비가 한창입니다. 우선 최초 플라즈마 발생 실험 시에 부족했던 초전도자석 전원의 용량을 대폭 확충해 올해 운전 시에는 장치의 정격사양인 토로이달 자기장(Toroidal Field) 세기를 3.5테슬라(자속밀도의 단위) 급으로 대폭 향상시킬 계획입니다.


EPJ  ITER에서의 국가핵융합연구소의 비중과 참여 분야는.

이경수 ITER 공동 개발의 기본 개념은 7개국 중 ITER가 건설되는 프랑스가 속한 EU가 ITER 건설비의 약 45%를 분담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6개국이 각 9.09%씩을 분담한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참여국들이 ITER건설에 필요한 현물을 직접 제작해 납품해야 함에 따라 그 기준에 적합한 조달품목을 제작할 수 있는 핵융합 기술의 보유가 ITER 참여에 조건이 됐습니다.

우리나라는 ITER 가입 당시 진행되고 있던 KSTAR 건설 사업을 통해 얻은 핵융합 연구 역량을 인정받아 당당히 ITER 참여국이 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분담율 중 현물조달분은 78%로 ITER 건설을 위해 진공용기, 초전도자석, 삼중수소 운송·저장, 전력공급계통, 블랑켓 등 총 10개의 핵심 품목을 국내기술로 제작, 공급할 예정입니다.

이는 우리나라가 KSTAR 건설을 통해 얻은 핵융합 기술과 뛰어난 중공업 기술 등이 바탕이 됐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이는 국내 관련 사업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040년대 핵융합발전 상용화 예상

EPJ 핵융합에너지의 상용화 시점은 언제로 생각하며, 향후 상용화 때 에너지 및 전력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는지.

이경수 핵융합발전 기술은 이미 그 가능성을 보여 왔고, 이제는 핵융합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경제적인 발전을 해 에너지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는 기술 개발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핵융합 상용화를 위해 해결해야 하는 난제들이 여전히 몇 가지 남아 있지만 이는 KSTAR와 같은 새로운 핵융합 장치의 운영과 국제핵융합로 ITER 프로젝트 등을 거치면서 많은 부분 해결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선진국들은 핵융합에너지 상용화의 최종 검증 단계인 ITER의 성공을 확신하고 다음 단계로 핵융합에너지의 전기 생산을 실증할 수 있는 DEMO 건설을 계획 중으로 2040년대에는 핵융합에너지 상용화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EPJ 우리나라의 핵융합에너지 연구 수준은 경쟁국들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이경수 1960대부터 핵융합 장치건설 기술을 개발해 온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그동안 건설 및 운영경험이 빈약했습니다. 하지만 KSTAR 장치 건설을 통해 핵융합장치 건설 기술면에서 선진국의 약 75%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초전도자석 분야는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2005년 기준으로 미국·EU·일본과는 6~7년 정도의 기술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중국보다는 0.5년 정도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EAST를 완공한 중국은 운영기술에서는 한국보다 앞서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KSTAR 의 운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수년 이내에 선진국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EPJ 핵융합연구소는 KSTR 건설 및 운영 이외에 인프라 구축 및 전문인력 양성이 과제로 안고 있는데, 이에 대한 방안은.
 
이경수 핵융합에너지 개발의 궁극적인 목적인 상용 핵융합발전소 건설에는 이공학 관련 거의 전 분야가 참여해 필요한 요소기술개발이 요구됩니다.

핵융합에너지기술 개발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라도, 국내 전 이공계 대학과 연구소의 기계, 전기, 전자, 금속, 재료, 화공, 토목, 원자력, 정보통신, 수학, 물리 분야의 전공자들과 전문가들의 조직적인 참여가 구체화 돼야 합니다. 

또 그 동안 KSTAR 건설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왔던 국내 대기업 및 중소기업들의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습니다.

가장 취약한 부분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분야인 핵융합 플라즈마 연구 인력으로 앞으로 각 대학별로 분야별 거점대학으로 육성하고, 핵융합연구소 내의 과학기술대학원대학을 활성화하는 등 인력확보와 지속적인 양성에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PJ 일부 국민들은 핵융합에너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데. 
 
이경수 아직 핵융합에너지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한 일부 사람들은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지속적인 핵융합에너지의 장점과 특성에 대한 홍보를 통해 올바른 정보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