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 마지막 퍼즐 ‘분산형전원’
에너지전환 마지막 퍼즐 ‘분산형전원’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9.12.3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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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년 발전비중 30% 확대… 내년 활성화 로드맵 나와
기후변화대응·송전 부담 완화·에너지효율 등 편익 커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지구온난화에 따른 환경변화가 지구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를 논할 만큼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점차 커지고 있다.

우리 국민 대다수도 기후변화가 가져올 사회적 문제를 알고 있지만 그 책임을 국가에 돌릴 뿐 실천적 행동으로 옮기는 것에 인색한 편이다. 시민참여 없이는 미래 세대를 위한 기후변화 대응이 실효성을 거두기 힘든 만큼 국민 모두의 전향적인 인식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정부는 국가에너지 종합계획인 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수립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환경성과 안전성을 보강한 전원믹스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과거 경제급전을 우선시 했던 정책에서 환경·안전을 고려한 환경급전으로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석탄발전의 과감한 축소와 점진적 원전 감축을 중점 과제로 삼은 가운데 분산형전원 확대로 중앙집중형 에너지체계에서 벗어나 지역중심의 에너지분권을 실현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 같은 내용은 저탄소 녹색사회 구현을 위한 2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에도 반영돼 정책들 사이의 정합성도 높였다.

특히 집단에너지는 분산형전원으로서 온실가스 감축을 비롯해 재생에너지 보완, 송전 부담 완화, 에너지효율 증대 등의 효용성이 있어 차질 없는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자체도 에너지분권 한 목소리
정부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수요지 인근 분산형전원 발전 비중을 2040년 30%까지 늘리기로 했다. 2017년 12%에 불과했던 발전 비중을 2.5배가량 확대하는 것으로 같은 기간 재생에너지 목표와 비슷한 수준이다.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우선 서울·안양·인천 등 수도권 및 지역 대도시에 열병합발전을 신규로 건설하고 노후 열병합발전의 개체를 유도할 방침이다. 발전용 연료전지를 수요지 인근에 설치해 여기서 나오는 열을 집단에너지와 연계시킨다는 방안도 내놨다.

분산형전원 확대를 위해 수요지 인근에 위치하고 친환경연료를 사용하는 발전기에 대해 용량요금 차등 보상을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세부적으로 수요지 거리와 용량에 따른 지역계수 차등화, 연료전환계수의 환경기여도 강화를 내세웠다.

도심 내에서 친환경방식으로 수용가에 직접 전력을 공급하는 구역전기사업 활성화를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자가소비할 경우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거론했다.

분산에너지 확대를 위한 세부 추진전략은 2020년 수립될 분산에너지 활성화 로드맵에 보다 구체적으로 담길 예정이다.

지자체들도 분산형전원 확대와 관련해 지역중심의 에너지분권이 필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더불어민주당 기후변화대응 및 에너지전환산업육성 특별위원회와 에너지정책 전환을 위한 지방정부협의회는 12월 20일 국회에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에너지분권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공동선언문에는 ▲지금 상황이 ‘기후변화’가 아닌 ‘기후위기’ ▲지구온도 상승폭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하 유지 ▲에너지분권 실현 공동 대응 ▲기후정의 노력 ▲정의로운 전환을 전제로 정책 추진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지역별 전력생산량(자료=에너지경제연구원)
지역별 전력생산량(자료=에너지경제연구원)

지역난방, 개별방식 대비 대기오염물질 49% 절감
정부가 집단에너지 등 분산형전원 확대를 에너지전환의 한축으로 둔 이유는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보완 ▲송전 회피 ▲에너지효율 등의 편익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정부는 4차 집단에너지공급 기본계획(2014~2018년)을 통해 집단에너지 공급에 따른 기대효과를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지역난방이 개별방식에 비해 23%의 온실가스 절감을 비롯해 에너지절감 23.5%, 3대 대기오염물질 49.2% 줄인다고 발표했다.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열병합발전의 경우 에너지효율이 높아 온실가스 감축과 대기오염물질 저감에 효과적이다. 연료사용이 적은 만큼 탄소배출량 또한 줄어드는 것이다. 일반적인 LNG복합발전이 50%대 수준의 효율을 내는데 반해 열병합발전은 80% 가까운 종합효율을 나타낸다.

도심 인근에 건설되는 열병합발전의 경우 주로 LNG를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황산화물(SOx)과 먼지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미세먼지 원인물질인 질소산화물(NOx)도 환경설비를 구축해 법적 기준치 20ppm 이하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 특히 2020년부터는 더욱 강화된 10ppm이 적용되는 가운데 마곡열병합발전의 경우 이 기준에 따라 건설될 예정이다.

IEA가 발표한 2019~2040년 전 세계 에너지수요 전망에 따르면 에너지부문 온실가스 배출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파리협정을 포함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제안한 기후변화 정책과 조치들을 반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신규 인프라 구축과 기존 설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에 대한 저감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선 신규 발전설비뿐만 아니라 기존 설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도 감축할 필요가 있다. 이는 환경설비를 통해 최소화 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에너지전환 측면에서 재생에너지 확대 못지않게 LNG 연료를 활용한 분산형전원 확대가 필요한 이유다.

분산형전원, 전력공급·수요 맞아야
열병합발전과 같은 분산형전원은 전력 수요지 인근에 건설되기 때문에 송전선로·송전탑 등 송전설비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이는 밀양송전탑 사태와 같이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민원 발생을 방지한다는 점에서 경제적 효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생산된 전기를 인근 변전소를 거쳐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빌딩에 직접 공급할 수 있어 장거리 송전에 따른 전력손실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것도 특징 가운데 하나다.

전기사업법에서 정의하는 분산형전원은 40MW 이하 소규모 발전설비와 500MW 이하 집단에너지·구역전기·자가용설비를 의미한다. 설비규모에 따른 기준은 마련돼 있지만 역할과 에너지효율화 측면의 해석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분산형전원의 필요성 가운데 하나인 송전비용 최소화 효과가 없다면 분산에너지로 분류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런 이유로 특정 지역에서 개발이 이뤄져 외부로 전력을 송전하는 대규모 재생에너지사업을 분산형전원으로 구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비롯해 국가 주요 에너지정책 수립에 참여하고 있는 유승훈 한국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수요지 인근에 기반을 둔 집단에너지 확대가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승훈 교수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도 나와 있듯이 재생에너지·집단에너지·연료전지 등이 분산전원에 포함돼 있지만 수요지 인근 보급을 전제조건으로 한다는 점에서 집단에너지가 핵심”이라며 “최근 발표된 새만금 일원의 대규모 재생에너지사업은 입지계획에 따라 추진되는 전원개발이란 측면에서 소규모 형태로 개발되는 분산전원으로 볼 수 없다”고 분산전원의 개념을 설명했다.

이어 “송전망 없이 수요지 인근에서 전력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형태가 돼야 정책 취지에 맞는 분산형전원이라 할 수 있다”며 “이미 전력생산량이 전력수요를 넘어선 지역에 발전설비를 건설할 경우 다른 지역으로 송전할 수밖에 없어 분산형전원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한전 통계와 시·군·구별 전력사용량을 분석해 내놓은 지역별 전력자립도를 살펴보면 전력공급과 수요가 불일치하는 지역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분석자료에 따르면 충남과 경북·경기·인천·전남지역 순으로 전력생산량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발전인 화력발전과 원전이 가동되고 있는 지역의 전력생산량은 높은 반면 대전·광주·서울지역의 경우 상당히 낮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지역별 발전량을 전력소비량으로 나눈 전력자립도 수치다. 전력자립도가 낮으면 결국 외부에서 필요한 전력을 끌어와야 하기 때문에 송전설비 건설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인천·충남·전남·경북·세종 등 지역은 전국 평균 전력자립도 108%를 상회한 반면 서울·대전·광주 등의 도심권은 한자리수 전력자립도를 기록했다. 산업단지의 집단에너지 확충도 중요하지만 아파트와 빌딩이 밀집한 도심권의 안정적인 전기·열 공급을 위한 신규 열병합발전 건설이 필요한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준 결과다.

지역별 전력자립도(자료=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자립도=발전량/전력소비량
지역별 전력자립도(자료=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자립도=발전량/전력소비량

전력기금 활용 열제약발전 지원 필요
집단에너지가 성공적인 에너지전환을 뒷받침할 분산형전원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막상 업계 분위기는 침울한 상태다. 고효율 분산전원, 기후변화 대응, 국민 편익 등 에너지전환의 가교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집단에너지의 가치가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하소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전기·열요금체계가 지속되면서 고사 위기에 처한 업체가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집단에너지사업자 3분의 2가 적자를 내고 있다.

유승훈 교수는 “집단에너지사업자의 적자폭이 늘어나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열제약발전 때문”이라며 “열공급을 위해 전기를 생산할 때는 SMP가 아닌 별도 산정식에 따라 정산되는 구조라 적자를 보게 된다. 이 같은 정산구조는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일의 경우 전기요금의 0.9%를 열병합발전기금으로 조성해 사업자를 지원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해 집단에너지사업자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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