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풍력실적 선방에도 업계는 침울… 내년엔 웃을까
올해 풍력실적 선방에도 업계는 침울… 내년엔 웃을까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9.12.19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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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프로젝트 169MW 신규 가동… 전년 대비 2배
수용성·사업성 개선 없인 3020 이행목표 ‘빨간불’
올해 가장 먼저 상업운전에 들어간 영광풍력단지 전경
올해 가장 먼저 상업운전에 들어간 영광풍력단지 전경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이 발표된 지 2년이 지난 가운데 풍력 분야는 아직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풍력산업협회가 최근 집계한 올해 신규 풍력터빈 설비용량은 169MW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실적 81MW의 2배가 넘는 규모지만 업계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다.

육상풍력 기준 평균 4~5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개발기간에 비춰 정부정책이 당장 실적에 영향을 주긴 힘들다. 하지만 업계가 걱정하는 부분은 여러 차례 내놓은 활성화 방안에도 불구하고 사업 환경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내수시장 확대를 견인할 확실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참고로 풍력산업협회 조사결과와 에너지공단의 신규 보급통계가 다른 이유는 집계기준 차이 때문이다. 풍력산업협회는 풍력단지 전체가 사용전검사를 마치고 가동에 들어가야 신규 실적에 반영하고 있다. 반면 에너지공단은 RPS설비확인을 기준으로 신규 설비 보급통계를 조사한다. 영양양구풍력(75.9MW)의 경우 에너지공단 통계에는 이미 절반이 반영돼 있지만 풍력산업협회 집계에는 아직 잡혀있지 않은 상태다.

조사기준이 다르다보니 상황에 따라 한두 달 차이로 보급실적이 다음 연도로 넘어가 두 기관의 통계가 달라지는 경우도 생긴다. 이는 시간적 차이일 뿐 통계수치는 크게 다르지 않다.

서남해 실증단지, 기술 보완 이유로 준공 늦춰
올해 가동에 들어간 국내 신규 풍력터빈 설비용량은 169MW다. 4개 사이트에 걸쳐 총 61기의 풍력시스템이 설치됐다.

연초에 준공된 ▲영광풍력(79.6MW)을 시작으로 ▲울진풍력(53.4MW) ▲완도신지풍력(17.325MW) ▲청송노래산풍력(19.2MW)이 차례대로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올해 준공된 풍력단지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영광풍력은 육상풍력과 해상풍력이 섞여있는 국내 첫 복합풍력단지다. 설비용량 기준으로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풍력단지다. 풍력터빈 15기에 해당하는 34.5MW가 해상풍력으로 운영 중이다.

울진풍력은 산불로 인해 훼손된 산림을 풍력개발과 연계한 산림복구사업으로 함께 추진돼 대표적인 지역상생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SK D&D가 제주 가시리풍력에 이어 두 번째로 개발한 풍력단지다.

청송노래산풍력은 다수의 풍력단지 개발·운영 노하우를 기반으로 꾸준히 육상풍력 개발실적을 내고 있는 대명에너지가 추진한 프로젝트다.

당초 올해 신규 보급실적은 300MW 이상 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최대 해상풍력단지인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60MW)를 비롯해 ▲귀네미풍력(19.8MW) ▲수망풍력(21MW) ▲영양양구풍력(75.9MW) ▲화산풍력(11.55MW) 등의 준공이 예상됐지만 작업이 다소 길어지면서 내년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업계에서 아쉬워하는 프로젝트는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다. 사업계획 수립 후 풍력단지 용량 축소와 계통연계 등의 난관을 극복하고 8년여 만에 준공을 맞나 싶었는데 한해를 또 넘기게 됐다.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는 현재 모든 설치공사를 마무리하고 기술적 보완을 위한 막바지 점검이 한창이다. 사용전검사를 마치고 가동에 들어간 상태라 상업운전은 이미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올해 신규 보급실적에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서남해 실증단지도 가동에 들어감에 따라 국내 상업운전 중인 해상풍력은 총 124.5MW로 늘어나게 됐다.

SK D&D가 제주 가시리풍력에 이어 두 번째로 개발한 울진풍력단지 전경
SK D&D가 제주 가시리풍력에 이어 두 번째로 개발한 울진풍력단지 전경

풍력터빈 점유율 국산·외산 차이 없어
올해 신규로 설치된 풍력터빈 169MW 가운데 국산제품 비중은 절반에 가까운 47% 수준이다. 영광풍력 한곳에만 유니슨 풍력터빈이 설치됐지만 대규모 단지로 개발돼 높은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었다.

영광풍력에는 유니슨의 2.3MW 풍력시스템 32기와 2MW 풍력시스템 3기가 설치됐다. 이 가운데 해안가 인근에 설치된 2.3MW 풍력터빈 15기는 해상풍력으로 운영되고 있다. 해안선 연계거리가 수십 미터에 불과해 바닷물이 빠지면 육상풍력으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규정상 해상풍력이 맞다. 유니슨 2.3MW 풍력터빈의 경우 에너지공단 KS인증을 육상용으로 받았지만 해상풍력 REC 적용을 받고 있는 만큼 향후 육상모델을 해상풍력단지에 설치하는 사례도 늘어날 전망이다.

영광풍력을 제외한 울진·완도신지·청송노래산풍력 3곳 모두에는 지멘스가메사 풍력터빈이 공급됐다. 지멘스가메사는 기술개발을 통해 확보한 다양한 제품을 기반으로 풍력단지 특성에 맞는 최적화된 모델을 공급하고 있다. 3곳 풍력단지에도 3~3.6MW까지 각기 다른 4종류의 풍력터빈을 공급했다.

올해까지 공급된 풍력터빈 총 설비용량은 1,389MW 규모다. 이 가운데 국산 기자재는 674MW가 공급돼 점유율 48.6%를 기록했다. 외산 기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51.4%로 714MW 수준이다. 국산과 외산의 점유율 차이가 거의 나지 않을 정도로 국내업체의 시장 지배력이 점차 커지고 있는 추세다.

베스타스가 여전히 국내시장 점유율 1위(30.3%)를 유지하고 있고 유니슨(18.2%)과 두산중공업(11.4%)이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지멘스가메사는 올해 공급실적이 올라가 점유율을 10% 수준까지 끌어올린 반면 GE와 에너콘은 최근 몇 년 이렇다 할 실적이 없어 각각 3.5%와 1.4%로 떨어졌다.

2020년 역대 최대 300MW 이상 전망
올해 상업운전 가능성이 높았던 풍력단지 가운데 일부 일정이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2020년 신규 풍력설비 보급실적은 어부지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우선 계통접속 등 일부 작업만 남겨둔 귀네미풍력과 화산풍력이 연초 가장 먼저 상업운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어 3~4월경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가 공식적인 가동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양양구풍력과 수망풍력도 내년 상반기 중에는 보급실적 통계에 잡힐 가능성이 높다.

해당 사업들이 예정대로 추진될 경우 2020년 상반기에만 188MW 규모의 신규 풍력설비 실적이 확보된다. 에너지공단 통계에 이미 잡혀있는 영양양구풍력의 설비용량 절반을 제외하더라도 150MW 수준이 된다.

여기에 현재 추진 중인 풍력사업 가운데 내년 준공이 가능한 프로젝트 몇 건이 추가될 경우 300MW 이상의 성적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은 인허가·민원 등의 외부요인이 발생하면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전혀 다른 결과를 마주할 수도 있다. 풍력업계가 웃을 수 없는 이유다.

2020년 신규 보급실적에 반영되기 위해선 건설기간을 감안해 이미 착공에 들어갔거나 늦어도 연초에는 준비를 마쳐야 한다. 소규모 단지의 경우 1년 내 설치가 가능하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프로젝트는 공사기간만 1년을 훌쩍 넘기기 때문이다.

현재 착공에 들어가 건설 중인 육상풍력 프로젝트는 가덕산풍력(43.2MW), 청산풍력(21.6MW), 자은주민풍력(37.8MW), 금봉풍력(28MW) 등 민간사업자 주도의 개발사업이 대부분이다. 확인된 6개 풍력단지의 설비용량만 합쳐도 188MW가 넘는다.

에너지생산량·유지보수·가동률 등 경제성에 초점을 맞춰 추진되는 민간기업 주도의 사업특성상 해당 프로젝트에는 모두 해외 기자재가 설치될 예정이다.

올해 연말 준공예정이었던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는 기술적 보완을 위해 내년으로 일정을 미뤘다.
올해 연말 준공예정이었던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는 기술적 보완을 위해 내년으로 일정을 미뤘다.

마구잡이 계측기 선점… 돈벌이 전락한 풍력
올해 풍력개발 실적과 2020년 전망으로 볼 때 수치상으로는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문제는 국내에서 풍력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뚜렷한 상승세를 맞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태양광의 경우 매년 1GW를 넘어 지난해부터는 2GW 이상 신규로 보급되고 있어 상대적 박탈감도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풍력산업 활성화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키워드는 ▲주민 수용성 ▲인허가 ▲사업성이다. 이 세가지는 과거에 비해 최근 몇 년 전부터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게 업계 공통된 의견이다.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3020 이행계획의 실현 가능성은 점점 더 멀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대부분의 해상풍력 개발사업은 주민과 어민 반발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풍력산업의 무게중심을 육상에서 해상으로 옮기려는 정부정책이 무색할 정도다.

주민 수용성은 풍력단지가 들어설 인근 지역의 주민·어민으로부터 해당 사업에 대한 이해와 협의를 얼마나 이끌어 냈는지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정량적인 수치로 표시할 순 없지만 통상 얼마나 많은 주민동의를 받느냐에 따라 수용성을 판단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역주민이 사업에 동의해도 일부 주민의 반대가 심할 경우 프로젝트 추진에 영향을 받고 있어 합리적인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해상풍력은 어민 피해와 직접 연결돼 있어 수용성 확보에 사업자의 자금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어민들의 요구를 이익챙기기로 보기에 앞서 생계수단으로 이해하는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풍력업계 한 관계자는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발전시설이 가동에 들어가야 지원금이 나온다”며 “주민동의를 받고도 이러저런 이유로 사업이 지연되면 지원금 수령이 늦어져 사업자에게 실망감을 표시하는 주민들이 있다”고 관련 법률 개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어 “고령자가 많은 지역사회 특성을 감안해 관련 지원금의 지급 시기를 융통성 있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지원금 일부를 건설기간에 미리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밝혔다.

수용성 등의 외부환경 못지않게 속도감 있는 풍력개발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게 사업자 간 무분별한 경쟁이다. 사업권 확보를 위해 무작위로 풍황계측기부터 꽂고 보는 사업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행위는 건전한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뺏게 돼 풍력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신안군에 따르면 신안지역 인근 해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해상풍력 개발사업만 8GW에 달한다. 이미 6건은 발전사업허가를 받았고 나머지는 풍황계측기를 설치했거나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여수·거제 등 남해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해상풍력 개발사업도 다수다.

풍력업계에 따르면 현재 발전사업허가 조건인 풍황계측기 반경 5km를 기준으로 원을 그어보면 더 이상 계측기를 꽂을 곳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앞으로 섬이나 육지 해안가에 설치하는 풍황계측기로는 해상풍력 발전사업허가를 받을 수 없게 될 전망이라 고시 개정 이전에 계측기를 꽂으려는 사업자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100MW 기준 5,000억원 안팎의 개발비용이 소요되는 해상풍력사업을 공기업이나 대기업도 아닌 일반사업자가 여러 건 추진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업종에 관계없이 모든 사업자가 이익 추구를 목적으로 하지만 재생에너지 분야는 최소한의 사명감을 갖고 사업에 임해야 한다”고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최근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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