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에는 촛불이 필요 없다
한낮에는 촛불이 필요 없다
  • epj
  • 승인 2009.02.1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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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서울 용산 재개발지구에서 발생한 인명사고로 여섯이나 되는 애절한 목숨들이 상했다.

날씨는 춥고 연초부터 마이너스 공포로 일컬어지는 경제난으로 정말로 해야 할 일이 산적한 이때 또 할 일 없는 정치권과 언론계 관련 이익단체와 시민단체들의 입장에서는 신바람 나는 ‘껀수’가 하나 생긴 모양이다.

사건의 요체는 이렇다.
철거민과 재개발사업자 사이에서 벌어진 돈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농성을 벌이던 철거민들을 경찰특공대가 투입돼 진압하던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 애꿓은 목숨들이 상했다. 그중 주제가 돼야 할 단어들만 추려보면 돈 /농성 /경찰진압 /화재 /사망사고 순이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사건이 나고 며칠이 지나고 보니 그 본질들에 대한 얘기들은 어디로 도망가고 남은 것은 정권흠집내기를 목적으로 한 경찰청장 내정자의 ‘목자르기’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살인마 정권’이라고 몰아 세워 무조건 깎아 내리려는 측과 또 그렇게 하면 우선 소나기는 피할 수 있다는 측의 논리가 횡행하고 있다. 본질은 엄연히 따로 있는데도….
또 한 번 이 나라 정치권에 대한 개탄스러움에 절로 한숨이 난다.

보상금 제대로 안주려는 재개발사업자들의 검은 욕심에서 발단된 이 사건은 가만히 파헤쳐 보면 G20 의장국이라고 자처하는 이 나라의 후진성을 여러 측면에서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다.

따지고 보면 잘못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지만 법이라는 것을 아랑곳 않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행동을 한 전국철거민협의회중앙회(전철협)라는 단체에게 몹시 유감스럽다.

몇 개월 치나 된다는 식량과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인화성물질과 사람에게 치명적인 염산을 비축하고 무슨 군대도 아니고 대공초소 같은 것을 건물옥상에 만들어서는 대형 새총으로 아무 관계도 없는 시민들이 오가는 길가에 불붙은 화염병들을 날려 보내는 행위는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용납될 수 없는 사건이다.

필자는 그들 전문시위꾼들이 나아가 돈을 목적으로 한 직업적 전문시위꾼들이 아니기 만을 바랄 뿐이고 순수하게 현실적 보상을 요구하며 시위에 참여한 분들과는 분명히 구분돼야 할 것이다.

당연히 불법적인 행동이었고 무고한 시민들을 보호하려는 경찰의 정상적인 직무수행 과정에서 어찌된 영문인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우발적인 화재가 발생됐을 뿐인데 그 결과만을 두고 세상에 억지도 유분수이지 대한민국 경찰이 무리한 강경 진압을 벌인 결과로 불이 나고 사람 죽게 만들었다는 식의 여론몰이는 너무 심하지 않은가?

이 나라 국민들의 평안을 위해 애쓰는 수많은 경찰관들의 땅에 떨어진 사기는 생각지도 않는가?
이 나라는 엄연한 법치국가이고 선량한 시민들은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경찰이 무슨 잘못을 했다는 건가?
무슨 실수가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설마 이 나라 경찰이 일부러 국민들 죽으라고 불냈을까?

잘잘못을 가리는 일은 뒷전이고 진압작전을 승인했다는 이유만으로 대통령의 인사권 흠집에만 관심을 보이는 일은 아무리 인명이 상한 중대한 사건일지라도 이건 아니다 싶다.

철거민들의 장례식장에 조문을 하러온 여야 대표 모두가 문전박대 쫓겨 갔다는 소식은 이 와중에 차라리 속이 후련한 소식이며 민심이 그대로 반영된 일이라 생각된다.

얼마 전 국회에서의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던 국회의원들의 기물파손과 폭력적 행위를 생각하면 더 더욱 그러하다. 억울한 철거민들을 위한 실질적이고도 현실적인 보상을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도 못한 저들이 무슨 ‘낮짝’으로 장례식장을 찾는단 말인가?

잘못된 제도가 만든 과격한 농성 그리고 이를 진압하려던 꽃다운 젊은 경찰관 1명의 죽음에 대해 ‘무리한 진압작전 승인권자’라고 억울한 입장에 놓인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는 이런 말을 했다 한다. “경찰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하는 현실이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는가?” 라고.

필자의 소견으로 모든 것은 명확하다.
피해자인 철거민들은 도대체가 자신들의 억울함을 풀 수 없는 이 나라의 벽 앞에서 자신들이 당하고 있는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해 불법을 무릅쓰고 과격한 투쟁을 할 수 밖에 없었으며 또 아무런 관계도 없는 시민들을 보호하려는 원칙에 충실했던 경찰관들 또한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아무 잘못이 없다.

큰 죄도 짓지 않은 선량한 사람들만 죽어 나갔다. 누구의 잘못인가? 잘못을 저지른 자들이 누구인지는 명쾌하다.

이런 결과를 만든 것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제도를 방관한 정치인들과 관료들과 자기 배 채우기에만 급급한 욕심 많은 자본가들일 뿐이다.

“한낮에는 촛불이 필요 없다.” 이 말은 루마니아의 속담이다. 백주 대낮처럼 확실한 일에는 설명이 필요 없다는 뜻이다.

뒤집어서 말하자면 말 많고 탈 많은 데에는 누군가 어거지를 부리기 때문이라는 말로도 해석이 되는 속담이다.

잘못한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저들은 뒷전에 꼭꼭 숨어 있고 자신의 이익과 자신들의 직분에 충실했던 사람들에게 분노의 화살을 돌리고 정치적 목적과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정치인들과 이익단체들은 선량한 사람들의 죽음 앞에서 이제라도 정신 차려라. 촛불집회도 그만 둬라. 그럴 때가 아니다.

알량한 정치적 선동주의와 포퓰리즘에 영합하고 결과론만을 문제 삼아 충직한 사람들의 사기를 꺾어 놓고 국민들을 오도하는 얄팍한 언론 종사자들도 이제는 정신 차려라.

이런 말도 있다.
“이치에 맞으면 큰소리를 안내도 된다(有理不在高聲).”

이번 사태를 보면서 충직하게 임무를 수행한 경찰관들께 위로 삼아 드리고 싶은 얘기다.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동네북이 돼 억장이 무너지고 괴롭더라도 그대들은 이치에 맞는 충실한 직분을 수행했을 뿐이므로 제발 툴툴 털고 묵묵히 그리고 명예롭게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시기 바란다.

툭하면 공권력을 만신창이로 만든 것이 어디 이번뿐인가 마는 국민들은 항상 당신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죄 없이 많은 분들이 돌아가신 마당에 대통령에게 신임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소신 있는 인사권 행사를 말씀 올린다면 매 맞을 소리인가?

잘못된 여론몰이와 정치적 계산으로 개인이든 그가 속한 조직이든 상처를 주지는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돌아가는 모양새가 필자의 희망과는 거리가 먼 결과가 될 것은 뻔하지만 이번 사건은 ‘공권력의 무리한 남용’이 낳은 결과는 명백히 아니기에 하는 말이다. 그저 답답하기만 한 심정이다.

<신구대 교수·채향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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