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톡톡] 후발주자의 반란… 초전도 케이블 상용화
[전력톡톡] 후발주자의 반란… 초전도 케이블 상용화
  • EPJ
  • 승인 2019.12.0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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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릭파워 고인석 회장] 글로벌 시장에서 후발주자가 선두그룹을 따라잡는 방법 가운데 가장 확실한 것은 기술력을 키우는 것이다.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기술 격차를 좁힌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최근 이처럼 어려운 일을 우리 기업이 해냈다. 한전은 지난 11월 세계 최초로 초전도 송전 상용화에 성공했다. 신갈변전소와 흥덕변전소를 잇는 1km 남짓의 짧은 거리지만 초전도 분야에 늦게 뛰어든 우리나라가 선도업체들을 뒤로하고 첫 상용화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할 수 있다.

초전도 송전에 쓰인 케이블은 LS전선이 제작했다. 초전도 소재 또한 국내 중소기업에서 100% 국산화했다는 점도 놀라운 성과다.

초전도 현상은 특정 조건에서 전기가 어떤 저항도 받지 않고 흐르는 현상을 말한다. 결국 초전도체는 특정한 조건에서 전기를 저항 없이 흘릴 수 있는 물질을 의미한다. 여기서 말하는 특정조건이란 낮은 온도, 일정 한계 이하의 자장(임계자장), 그리고 일정 한계 이하의 전류량(임계전류)을 말한다.

초전도체가 저항이 0이 돼 많은 전류를 한꺼번에 흘릴 수 있으려면 특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약 -200℃ 이하의 낮은 온도가 필요하다. 초전도체로 전선을 만든 뒤 온도를 낮게 유지해 주면 많은 전류를 저항 없이 보낼 수 있다.

초전도체는 초전도 상태일 때 자장을 완전히 밀어내는 성질을 가진다. 그런데 자장 세기가 일정 한계보다 더 세지면 초전도 성질을 잃게 된다. 초전도 상태일 때 자장을 완전히 밀어내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 자기부상열차다.

초전도 상태에 있는 초전도체가 저항 없이 많은 전류를 흘릴 수 있다고 하지만 그 전류의 양에도 한계는 있다. 초전도체가 감당할 수 있는 전류량을 넘어서는 전류가 유입되면 순식간에 그 특성을 잃어버리고 저항을 갖게 된다. 이런 성질을 이용하면 고장전류(fault current)나 과전류가 생겼을 때 빠르게 전류를 제어하는 한류기를 만들 수 있다.

초전도체는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도체인 구리보다 크기와 무게 대비 훨씬 많은 전류를 저항 없이 흘릴 수 있어 높은 밀도의 전류를 이용할 수 있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 케이블을 만들거나 전자석을 만들어 모터나 코일에 응용하면 흔히 사용하는 구리로 만든 기기에 비해 부피와 무게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미 상용화된 MRI(자기공명영상)를 제외하고 현재 가장 기술개발이 앞선 분야는 초전도 케이블이다. 우리나라와 미국, 독일, 일본 정도만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초전도 케이블은 기존 구리 케이블 대비 5배 이상의 전력을 보낼 수 있다. 5GW 규모의 대용량 전류를 송전할 경우 일반적으로 765kV 송전탑 3기가 필요한데 초전도 케이블을 사용하면 1기의 지중케이블로 5GW 전부를 송전할 수 있는 셈이다.

처음 초전도체가 발견된 후 MRI가 상용화되기까지 약 100년의 시간이 걸렸다. 1980년대 후반 값싼 액체질소로도 초전도 특성을 나타내는 물질이 발견된 후 지금까지 수많은 연구 개발 활동이 이어졌다. 기술적으로 성숙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초전도기술 상용화의 큰 걸림돌은 높은 가격과 낮은 경제성이다.

하지만 시장 논리상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번 초전도 송전 상용화를 발판삼아 배전을 포함한 계통연계에 초전도 케이블 사용이 확대된다면 글로벌 초전도 분야 시장 석권도 가능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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