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근로자 안전·생명보호는 기업 경영 최우선 과제다
[전문가 칼럼]근로자 안전·생명보호는 기업 경영 최우선 과제다
  • EPJ
  • 승인 2019.11.04 16: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혜선 가톨릭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정혜선 가톨릭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일렉트릭파워]2018년 기준 우리나라 총인구는 5,163만5,000명이다. 취업자 수는 2,682만2,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51.9%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경제순위는 전 세계에서 12위에 해당한다. 이 같은 경제발전의 원동력은 근로자들이 산업현장에서 피땀 흘려 일한 노력 덕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경제개발을 우선시하면서 근로자 안전보건은 늘 뒷전으로 미뤄왔다. 때문에 산업재해 발생률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근로자의 비율은 OECD 회원국 평균보다 2배 정도 높다. 또한 일본이나 독일보다 3배 가까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정부에선 높은 산업재해를 개선하기 위해 국민생명지키기 3대 프로젝트 일환으로 2022년까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를 절반으로 줄이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6년 기준 969명에 해당하는 사고사망자를 2022년까지 500명으로 감소시키겠다는 목표를 수립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발생한 사고사망자는 971명이다. 이는 2016년보다 더 증가한 수치다. 사고사망자를 감소시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님을 느낄 수 있다. 지금도 여전히 하루에 3명씩 일터에서 사고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산업 안전보건 수준이 얼마나 취약한 상황인지 짐작할 수 있다.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발생하면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과 직장,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2017년 산업재해현황분석 자료에 의하면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 추정액은 22조원에 이르고 근로손실일수는 4,735만일에 해당한다. 노사분규로 인한 근로손실일수보다 54.94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재해로 인한 영향이 심각하지만 우리는 이를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산업재해 발생은 대규모 사업장보다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 2018년 기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사망자는 745명이다. 전체 사고사망자 971명 중 76.7%를 차지한다.

반면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사망자는 69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7.1%를 차지하고 있다. 대규모 사업장과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사망자의 차이가 10배 가까운 수준을 보인다. 소규모 사업장 위험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짐작하게 한다.

혹 많은 청년이 대규모 사업장에 우선 취업하고자 하는 것은 중·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가장 기본적인 생명이 담보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대기업 취업을 꿈꾸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중·소규모 사업장의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하는데 취업자를 위해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청년 실업 문제를 해소하는 데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의 42.5%는 하청업체에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하청업체에선 인력 활용을 통해 더 많은 이윤을 남기고자 2인 1조로 작업해야 하는 업무에 1인을 배치해 위험 상황에 신속하게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구의역 스크린 도어에서 발생한 사고,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사고가 그렇다. 2인 1조로 작업자를 배치했다면 사망재해를 예방할 수 있었던 사건이다. 정해진 작업지침을 준수하지 않음으로써 결국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최근 정부에선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고 하청 노동자의 안전보건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개정된 이 법은 법적 내용을 준수하지 않았을 때 사업주에 대한 처벌수준이 매우 낮다. 현재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2016년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의 평균 벌금액은 432만원에 불과하다. 처벌 규정의 하한선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개정된 법의 현장 작동성이 크게 쇠퇴할 것이 염려된다.

영국, 캐나다, 호주 등에선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발생하면 매출액의 2~3배에 이르는 벌금을 부과해 사업주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사고사망을 예방하는데 큰 성과를 보인다.

우리나라에선 2017년 고(故) 노회찬 의원이 이 법을 대표 발의했다. 우리나라도 이 법을 도입해 기업에서 스스로 근로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꿈과 행복을 실현해야 할 직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포기하거나, 노쇠한 신체와 질병만 남게 되거나, 귀한 생명을 상실함으로써 희망과 신념을 잃게 된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할 것이다.

평균수명이 증가해도 건강을 잃게 되면 노인 의료비를 증가시켜 결과적으로 국가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직장인들이 건강할 때 기업 생산성도 높아지고 청·장년 시기에 건강해야 노년기에도 치매와 만성질환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기업인들은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장하는 일을 더 미룰 수 없는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하고 근로자의 건강과 생명을 보장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와 환경 조성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국민도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직장인의 건강과 생명을 보장하는 데 함께 공감하고 제도 개선과 사회문화 조성에 동참해 주기를 희망하는 바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