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 드로다운 외 2권
플랜 드로다운 외 2권
  • 배상훈 기자
  • 승인 2019.10.07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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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 드로다운
폴 호컨 지음, 이현수 옮김 / 글항아리 / 3만6,000원

지난 112년을 통틀어 사상 최악으로 기록된 2018년의 폭염은 역대 최고기온 순위를 잇달아 갈아치우며 질병관리본부 집계 기준 48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러나 위기는 그해 여름으로 그치지 않았다. 태풍, 미세먼지, 혹한, 가뭄, 산불, 해면 상승, 생물상 파괴 등 극단적인 기상 이변은 현재 진행형으로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지구에 피해를 주는 동시에 사회구조와 민주주의의 기초도 손상시킨다. 정치 갈등, 난민, 분쟁, 주민 퇴거, 식량안보 위기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온 나라가 기록적인 폭염, 태풍과 미세먼지로 신음하던 순간에도 이 모든 징후와 현상의 원인인 기후변화는 우리의 최우선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이 행성의 장래를 걱정하며 할 수 있는 일이 없을지를 고민한다. 신간 ‘플랜 드로다운’은 그들의 이야기를 한데 모은 거대한 행동 계획이다.

이제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함께 그것을 되돌릴 전 지구, 전 인류, 전 분야에 걸친 기후행동 계획을 이야기할 때다.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전 세계 22개국 70명의 과학자와 120명의 자문단이 한데 모였다.

판결과 정의
김영란 지음 / 창비 / 1만5,000원

사법부에 대한 불신, 끝 모를 정쟁으로 치닫는 정치 지형 속에서 판결과 정의가 그 어느 때보다 의심받는 오늘날, 한국사회 정의의 현주소를 짚는 신간 ‘판결과 정의’가 출간됐다.

저자 김영란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법관, 우리 사회의 오랜 청탁 관행을 뒤바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입법에 힘쓴 국민권익위원장 등의 경력을 거치며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는 데 앞장섰다.

이 책에는 법관으로서 항상 갖고 있던 저자의 오랜 고민과 판결이 추구하는 정의에 대한 날카로운 관점이 오롯이 녹아 있다. 특히 이번 책을 통해 저자는 판사들이 순수한 법리만으로 해석하고 재판할 것이라는 통념을 깨고 대법관들이 자신에게 허용된 자유를 어떻게 사용하는가를 냉철하게 비평한다.

판결은 마침표가 아니다. 판결을 통해 사건에 대한 시비는 일단락되지만 그 판결 속 쟁점의 이유가 됐던 가치에 대한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신간 ‘판결과 정의’는 민주시민인 우리가 어디서부터 이 일을 시작해야 할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알려주는 정의를 향한 가이드가 될 것이다.

이제야 언니에게
최진영 지음 / 창비 / 1만4,000원

비가 내리던 2008년 7월 14일, 제야는 학교 수업을 마치고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며 동생 제니와 사촌동생 승호의 아지트인 버려진 컨테이너로 향한다.

제니와 승호가 오기를 기다리던 제야는 뜻밖에도 같은 동네에 살면서 늘 다정하고 친절하게 굴던 당숙을 맞닥뜨리고 당숙은 돌변해 제야를 성폭행한다.

그날 이후 당숙이 자신이나 제니에게 또다시 같은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생각에 제야는 산부인과와 경찰서를 홀로 찾아가며 침착하게 대응한다. 하지만 부모를 비롯한 일가친척들의 소극적인 태도와 전염병에 걸린 듯 취급하는 친구들의 냉소적인 행동으로 인해 결국 버려지듯이 멀리서 혼자 사는 이모와 함께 지내게 된다.

저자인 최진영은 작품을 집필하면서 여성인 자신조차도 내면에 축적된 가해자의 언어와 행동방식이 얼마나 농후했는지 새삼 발견하고 깊은 반성과 슬픔으로 제야의 마음을 상상했다.

또한 “방관과 의심 속에서 홀로 버티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기에 제야에게 위로가 될지도 모를 장면을 쓸 때는 제야의 고통을 묘사할 때만큼 주저했다”며 소설 곳곳에서 뭉근하지만 단호한 진심을 깊이 있는 문장으로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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