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공 하나로 네트 너머 관계를 쌓는다
작은 공 하나로 네트 너머 관계를 쌓는다
  • 최옥 기자
  • 승인 2009.01.09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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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동호회]한국서부발전(주) 태안화력발전본부 ‘탁우회’

동호회 취재 차 태안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기름유출사고가 난 지 1년여가 흐른 지금, 태안은 어떤 모습일지, 또 오늘 만나게 될 동호회 회원들은 어떤 사람들일지 발걸음이 바쁘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태안해안국립공원을 옆에 끼고 139만평의 부지에 자리 잡은 태안화력발전소는 우리나라 표준화력발전소의 모델이자, 동시에 한국서부발전의 핵심발전소다. 특히 2007년 기름 유출사고 당시에는 전 직원이 기름띠를 걷어내기 위해 봉사활동에 동참하며 지역사회에 공헌을 하기도 했다.

태안화력발전본부 내에서도 끼 많은 직원들만 모였다는 탁구 동호회. 이번 신년호에 소개할 동호회는 태안의 명물동호회 ‘탁우회’.

탁구는 그 역사나 기원이 정확하지 않은데 중세 이탈리아의 루식 필라리스라는 유희에서 변한 것이라 하기도 하고 15~16세기경 프랑스 궁전에서 행해진 폼이란 놀이가 변해 탁구가 됐다는 설도 있다.

명칭에 대한 유례도 일정하지 않다. 그간 탁구는 고시마, 프림프림, 와프와프 등 여러 가지로 불려왔다. 그러나 남아프리카, 인도 등 영국 식민지에 살던 영국인들이 테니스에서 힌트를 얻어 더위를 피해 실내에서 놀 수 있는 유희로 변형시켰다는 것이 통설이다.

지금의 셀룰로이드 공은 1898년 영국의 제임스 깁이 고안했는데 이를 취급하던 운동구 상인 ‘함레상회’에서 공을 칠 때 나는 ‘핑퐁’ 소리를 따서 핑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전해진다.


태안군수기 2연패… 기량 뛰어나

탁구를 좋아하는 벗들의 모임이란 뜻의 ‘탁우회(회장 박종만)’는 2001년 만들어져 현재 약 25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특히 태안군수기 탁구대회를 비롯해 충청남도 생활체육협의회장기 직장 탁구대회, 충남도 산·학·관 생활체육 탁구대회, 서산시 생활체육동호인 한마음축제, 국민생활체육 서산시 탁구연합회장기 클럽리그전 등 인근 지역의 굵직굵직한 대회에는 대부분 참가해 입상하는 등 실력이 특출난 것으로 유명하다.

인근지역의 가장 큰 대회인 태안군수기 탁구대회에서도 2번이나 우승을 거머쥘 정도로 기량이 다들 뛰어나다.

회원들 중 기량이 우수한 몇몇이 전국대회 개인전에 출전하기 위해 원정경기를 가기도 할 정도다. 또 한 회원은 따로 개인레슨을 받을 정도로 탁구에 대한 강한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탁구도 하고 대인관계도 넓히고

태안화력발전본부에는 대부분의 부서마다 탁구대가 비치돼 있을 정도로 탁구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접근성이 높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탁구에 대한 직원들의 관심과 호응이 크다. 따로 탁우회가 신입회원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인 영입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점심시간마다 강당에 모여 게임을 즐긴다는 탁우회 회원들을 만나 다소 엉뚱한 질문을 던져봤다. “탁구가 왜 좋으냐”고.

“실내에서도 손쉽게 할 수 있고 격한 운동이 아니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어 좋다. 스트레스 해소하는 데 이만한 운동이 없다.”

여러 답변이 쏟아져 나왔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끌었던 답변은 “인간관계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 직장 내 동호회 활동으로 상하 간의 벽도 좁혀진 것은 물론이고 업무상 관련이 없던 사람들과도 함께 게임을 하며 우애를 쌓게 됐다는 말이다.

이와 관해 제1발전처 기계1부에 근무하는 강정구 과장은 “특히 지역 대회에 참가하거나 타 기관과의 친선게임 등을 통해 다른 기관의 사람들과도 교류하게 됨으로써 대인관계의 폭을 확장하는 데 탁구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간미 물씬 풍기는 동호회 

탁우회 총무를 맞고 있는 행정지원실 노무부의 라양주 대리는 끼 많은 회원들이 뭉친 탁우회 내에도 ‘명물’이라 꼽히는 인물이다.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운전수’를 자청해 회원들을 챙길 정도로 탁우회 살림을 도맡고 있다. 그런데 라 대리를 명물로 뽑은 동호회 회원들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유리창 깨먹은 사건’이라 불리는 에피소드가 그것이다.

얼마 전 지역 대회에 나가 있었던 일이다. 그날따라 왜 이렇게 공이 안 맞는지 결국 개인전 경기에서 지고 만 라 대리. 경기 후 과음을 하고는 실수로 묵고 있던 숙소 유리창을 깼는데 이후 이 일이 꼬리표처럼 그를 따라다니게 된 것.

“그날 이후로 아내랑도 사이가 안 좋다”고 너스레를 떠는 라 대리의 모습에서 풋풋한 인간미가 묻어난다.


코치 초빙으로 실력 배양 나선다

내년부터는 탁우회도 좀 더 조직화되고 바빠질 전망이다. 회장을 비롯해 회원들 모두 틈틈이 게임을 하며 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것.

2008년도 태안발전본부 제5회 태안군수기 탁구대회 우승
탁우회 박종만 회장은 내년도에 개최될 군수배 전국대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좀 더 실력을 다지기 위해 우수 코치를 초빙할 계획도 밝혔다.

박 회장은 “동호인 중에서는 알아주는 편이긴 하지만 아직 프로급 실력에 미치기에는 한참 모자르다”며 “코치를 초빙해 원포인트 레슨을 받게 되면 실력도 늘 것이고 보는 시각도 더 넓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또 “내년에는 크고 작은 대회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얻음으로써 태안화력을 널리 알리는 데도 중점을 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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