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계 구조조정…‘사람 자르면 개혁?’
전력계 구조조정…‘사람 자르면 개혁?’
  • 양현석 기자
  • 승인 2009.01.09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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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토픽]공기업 선진화방안·한전 조직개편 발표

정부가 작년 12월 21일 발표한 제4차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에서 한전 등 전력그룹을 포함한 공공기관의 대규모 인력감축 계획이 제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4차 계획은 효율성 10% 이상 향상을 목표로 기관별 경영효율화 계획을 추진하게 했다. 즉 기능점검 결과에 따라 조직·인력을 조정하되, 비효율성 제거를 위해 10% 이상 감축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전 및 전력그룹에서 6,000여명의 인원 감축을 비롯해 69개 공공기관에서 1만9,000여명의 정원 감축, 예산 절감 1조7,000억원, 자산매각 8조5,000억원을 시행키로 했다.

정부, 전방위 경영효율화 추진

정부는 공공기관의 체질개선을 통한 효율화를 위해 폐지(5개) 및 즉시 민영화 대상 기관(22개)을 제외한 모든 공공기관(278개)를 대상으로 불필요한 기능·자산·예산 등을 절감하고, 방만한 경영 요인을 제거하는 경영효율화 계획을 수립해 나가고 있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기관의 효율화 방안은 공기업·준정부기관 등 주요 공공기관 중에서 관계 부처와 협의가 완료된 69개 기관의 경영효율화 방안을 공기업선진화추진위원회 심의를 거쳐 발표한 것이고, 나머지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2단계로 검토할 예정이다.

경영효율화 방안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기능 정비와 인원 감축을 들 수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세부 기능의 적정성을 분석해 불필요한 기능과 효율화가 가능한 기능 등을 정비하고, 해당기능과 관련된 정원 1만9,000명을 축소키로 했다.

한전KDN의 일반IT업무처럼 민간과 경합해 민간을 위축시키는 기능은 민간으로 이양하거나 민간에 위탁해 추진하게 된다. 이는 39건에 4,500명 감축이 예고돼 있다.

여건 변화로 업무량이 줄어든 기능과 고유 설립목적과 관련이 적은 비핵심 기능 등도 정비하게 되며 이는 79건에 5,900명 감축이 목표다.

특히 한전이 9지역본부 7지사 11전력관리처 체계를 13개 통합사업부제로 전환하는 것처럼 전산화·자동화 등 업무프로세스 개선, 관리체계 개편 등을 통한 업무 효율화 등을 꾀하게 된다. 143건, 9,000명 감축이 제시됐다. 이 안은 최근 경제여건 등을 감안해 자연감소·희망퇴직 등을 활용해 3~4년 동안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또 이번에 정원 감축으로 절감되는 예산은 향후 국민들에게 필요한 필수 공공서비스 확충과 청년 인턴 확대 등에 활용할 계획이며, 올해 중 공공기관 인턴 1만명을 활용하는 등 자연 감소되는 인력 등의 일정비율은 신규 채용을 병행키로 했다.

정부는 또 불요불급한 자산 매각, 불필요한 기능 정비에 따른 인건비 등 예산절감을 통해 10조원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키로 했다. 핵심 업무와 무관한 자산과 활용도가 없어진 유휴 부동산을 매각하고, 기관별로 ’08년 인건비 상승분 반납, 경상경비 절감, 과도한 보수수준 조정, 과도한 복리후생 제도 정비 등 예산 절감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나아가 상시적인 자체 효율화 노력이 가능하도록 성과관리 운영시스템을 개선하고, 성과에 따라 봉급이 결정되도록 연봉제를 전 기관에 도입할 것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대상 69개 기관 중 68개 기관이 연봉제를 이미 도입했거나 도입 예정이며 전기안전공사는 성과평가 하위 1% 퇴출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한전의 발 빠른 행보

정부 발표 이후 한전은 지난해 12월 22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내부경쟁과 혁신촉진을 통해 현재 ‘코스트 센터(Cost Center)’인 조직을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프로핏 센터(Profit Center)’로 전환하기 위한 ‘전사 조직개편(안)’을 의결하고 새로운 변화를 위한 전기를 마련했다.

한전의 이번 조직개편(안)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엑센츄어에서 수행한 ‘Profit Center로의 전환을 위한 조직운영 혁신방안’ 용역 결과를 토대로 사내외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최종 확정됐다.

올해 창사 이래 최초로 적자가 예상되고 있는 한전에 조직과 운영시스템에 있어서의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

조직개편을 통해 한전은 총 정원 2만1,734명의 11.1%인 2,420명을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감축할 계획이고, 현재 24처(실) 89팀인 본사를 21처(실) 70팀으로 처(실)은 13%, 팀은 21% 슬림화해 보다 작고 효율적인 본사를 추구키로 했다.

또 현재 특별자치도인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26개 1차 사업소를 13개로 50% 축소하는 대대적인 사업소 조직개편도 단행키로 했다.

이번 조직개편(안)의 핵심은 배전사업소에만 도입됐던 독립사업부제를 송변전까지 포함해 송전·배전·판매 등 사업소의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통합형 독립사업부제 도입을 통해 고객 서비스 수준의 획기적 향상뿐만 아니라, 사업부 간 효율경쟁 정착으로 명실상부한 자율책임경영을 정착하는 기틀을 마련하는 것.

또한 조직개편과 함께 현재 7개(1~7직급)로 운영되고 있는 직급체계를 5개(1~5직급)로 단순화하고, 상위직급에 사무·발전·송변전·배전·토건·발전·원자력 등 7개로 구분돼 있는 직군분류도 사무·기술·토건 등 3개로 통합하는 동시에 능력 위주의 승격·보직관리 체계정착 등을 통해 ‘Profit Center’에 걸맞는 조직문화 형성을 위한 인사제도 개혁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전은 수익성지표 확대 등을 통해 사업부(Profit Center)에 대한 성과분석 및 평가를 강화하고, 6시그마 중심으로 전사 혁신활동을 통합하는 등 업무수행 방식의 변화를 통해 조직개편으로 인한 경영효율성 향상효과를 배가해 나갈 것을 천명했다. 인력감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함과 동시에 신입사원 채용도 꾸준히 진행해 정부의 청년실업해소 정책에 적극 부응할 계획이다.

한편 한전 관계자는 “이와 같은 대대적인 사업소 조직개편(안)은 용역수행 초기 노조로부터 반대의견이 있었으나, 급변하는 국내외 경영환경 속에서 보다 효율적이고 고객중심적인 조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노사양측의 적극적인 대화로 큰 마찰 없이 추진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력노조는 인력감축에 대해서는 전혀 협의된 바가 없다고 밝혀 인력감축 방법에 따라서 사업소 조직개편에 대한 노조측의 반발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지난해 10월 29일 한전 및 자회사 간부직원들이 자진해 ’08년 임금인상분을 100% 반납한 데 이어 일반직원들도 노사 합의로 회사의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자구노력 차원에서 임금인상분의 50%를 반납키로 했다. 이로써 한전 전 직원의 임금인상분 반납금액은 약 290억원에 이르게 됐으며, 한전은 이 금액으로 고용안정재원을 조성해 활용할 예정이다.

 

공기업개혁시민연합이 개최한 ‘사람 자르는 구조개혁에 브레이크를 걸어라’ 정책토론회

전력연대, 구조조정 철회 요구

이번 정부의 선진화방안에 대해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은 즉각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우선 전력관련노동조합연대회의(이하 전력연대, 의장 김주영 전국전력노조 위원장)는 지난해 12월 22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공공기관 제4차 선진화 추진계획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이의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했다.

전력연대는 정부의 계획이 “소위 공공기관의 효율성 향상이라는 미명 아래 공공기관, 특히 전력산업 공기업 노동자들을 대량으로 실업자로 만들려는 음모”라고 규정한 후, 전력그룹에서 6,000여명의 노동자를 구조조정하고 ▲임금피크제 도입 ▲경영계약제도 등 성과관리시스템 도입 ▲자산매각 ▲민간과 경합부문의 폐지 및 축소 ▲민간위탁 확대 ▲관리체계 광역화로 관리인력 축소 ▲복리후생제도 축소 ▲조직 효율화 등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제도를 대거 도입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정부 정책의 결과로 나타난 단기적인 전력관련사들의 재무 악화와 세계경제 위기에 따른 국내경기 위축의 책임을 모두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는 얄팍한 술수라고 비난했다.

또 전력연대는 “현장에서는 만성적 인력부족현상으로 노동자들의 노동강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면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현장인력을 확충해야 할 이 시점에 오히려 대규모 인력감축을 계획하는 정부는 정말 우리나라의 전력산업의 발전을 바라고 있는지를 되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전력연대는 정책철회를 하지 않으면 전체 공공부문 노동자들과 연대해 총력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며 정부에 경고했다.

한편 공기업개혁시민연합(이하 공개련, 공동대표 손양훈 인천대 교수 등 7명)도 지난해 12월 22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층 강당(서울 정동 소재)에서 ‘사람 자르는 구조개혁에 브레이크를 걸어라’는 제목으로 공기업 구조개혁에 대한 평가와 올바른 방향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현석 한양대 교수는 “공기업의 인위적인 인력감축 만을 무조건 추진하는 것은 곤란하다. 다만 공기업이 도덕적 해이 등으로 구조적인 비효율이 상존한다는 것은 사실이므로 인력감축이 시급하나 근본적인 대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며 인력감축 위주의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손양훈 공개련 공동대표는 “한전의 경우 전력을 생산하는 비용 가운데 대부분은 설비투자비와 연료비이고 인건비는 겨우 5%에 불과하다. 사람 자르는 방법을 통해 최대로 10% 인건비를 줄이더라도 전력생산비에 미치는 영향은 0.5%뿐”이라면서 인원 감축은 정치적 카타르시스일 뿐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한전의 인력감축 목표인 2,420명은 2012년까지 예상되는 자연감소 퇴직예정자 2,180명보다도 240명을 초과하는 인원이다. 또한 신규채용을 아예 중단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일정 정도 신입사원을 뽑는다는 전제로 약 800명이 명예퇴직 등의 방법으로 감원될 것이라는 설득력 있는 소문이 파다하다.

한번 인원감축 목표가 정해지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 신규채용은 극도로 악화돼 구직난이 심화될 것이 분명하다.

이와 함께 비자발적 퇴직도 행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노사갈등을 크게 야기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전력노조는 비자발적 퇴직이 강요될 경우 강력한 투쟁을 펼칠 것임을 공언한 바 있다.

전력계 전문가들은 업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인원감축을 택한 것은 가장 쉽고 눈에 띄는 방법이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도 한전의 적자는 한전의 잘못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며, 비정상적인 전기요금 체계에 그 원인이 있으므로 현실적 요금체계를 만드는 것이 최고의 개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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