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아사모)’은 그리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도, 그렇다고 많은 회원을 보유하지도 않았다. 그저 일상 속에서 문화·예술을 접하기 힘든 사람들 몇몇이 모여 전시회나 공연을 관람하자는 소박한 바람이 이 동호회의 태동 동기다.
최교서 한국수력원자력 홍보실 언론홍보팀장을 회장으로 한 ‘아사모’는 고문 박정규, 총무 최혜민을 비롯해 한재훈 과장, 이정화 과장, 박시훈 과장, 송미화, 이강주, 곽은미, 박재영, 이민경, 남성민, 김보련 등 총 13명의 한수원 본사 직원들로 구성됐다.
특히 총무팀에 근무하는 김보련씨를 제외한 12명은 홍보실 직원들이라 동호회 단합은 물론 모임 출석률도 매우 높다.
“사진전에서도 원전 사진 우선”
‘아사모’는 결성 이후 총 3회의 정기 모임을 가졌다. 첫 모임은 7월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화제의 사진전 ‘세계를 찍은 매그넘 한국을 찍다(매그넘 코리아)’전시회를 관람했다.
매그넘은 세계 최고 수준의 사진작가 그룹으로 이 중 대표작가 20명이 한국의 방방곡곡을 누비며 한국의 사회, 역사, 문화, 환경, 과학 등을 탐구하고 기록한 작품을 주제별로 전시한 이번 ‘매그넘 코리아’ 전시회는 매그넘 창립 이래 가장 큰 프로젝트로 각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전시회는 특히 원자력발전소 주변의 모습들이 사진에 담겨 화제가 됐는데 ‘아사모’ 회원들은 작품 감상 중에서도 본능적으로 ‘원자력발전소 사진이 어디 있나’를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며 ‘직업은 어쩔 수 없나 보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또 ‘원자력 발전이 삶과 유리되지 않고 일상 가까운 데 자리 한다’는 것에 새삼 감동하고 자부심도 느꼈다는 회원도 있었다.
‘아사모’ 동호회 모임의 백미는 전시·공연을 관람한 후 가지는 뒤풀이 시간이다. 첫 정기 모임이었던 만큼 이날 뒤풀이는 향후 동호회 발전 방향에 대한 진지한 토의가 이뤄졌고, 미술, 사진, 문학 등 다양한 예술을 이해하는 폭을 넓히는 자리가 됐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았다.
특히 전문 사진작가이기도 한 박정규 회원의 식견 높은 감상평은 사진을 보는 안목을 높이는 기회가 됐다고 한다.
두 번째 모임으로는 8월에 서울 삼성동 코엑스 장보고홀에서 열린 ‘서울 국제 현대미술 거장전’을 관람했다.
이 전시회에는 ▲비디오아트의 거장인 백남준 ▲한국 추상미술 대표작가 이우환 ▲일본 현대미술 대표작가 구사마야요이를 비롯해 인도, 중국의 현대 미술 대표작가 들과 앤디워홀 등의 판화 작품들이 전시됐다.
전문가 못지않은 예술적 식견 자랑
첫 정기 모임과 같이 대부분의 회원들이 참가한 ‘아사모’는 한국 미술의 높은 예술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면서 세계적 아티스트들에 뒤지지 않는 한국 작가들에게 경외감을 나타냈다.
관람 후 이어진 저녁식사 자리에서 회원들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오랜 금언과 ‘인생은 싱겁다. 짜고 맛있게 하기 위해서 예술을 한다’고 했던 고 백남준 어록의 공통점을 음미하면서 진지하고도 즐거운 토론의 시간을 보냈다.
‘아사모’는 조금 특별한 송년 모임을 가질 계획이다.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12월 말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이즈에서 열리는 박정규 회원의 두 번째 개인전 단체 관람이 바로 그것이다.
‘아사모’의 고문인 박정규 회원은 ‘마음의 풍경(The landscape of a heart)’라는 주제로 마련되는 이번 전시회에 애잔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설경 등을 마음의 풍경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출품한다. 박 고문은 이미 2004년에도 ‘봄에서 여름까지’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열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박 고문 정도의 프로페셔널은 아니어도 ‘아사모’에는 높은 예술적 식견을 갖춘 회원들이 많아 늘 진지하고 흥미진진한 토론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 동호회의 또 하나 자랑거리다.매일 같이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동료들이지만, 근무시간에는 알지 못했던 모습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단다. 또 그런 대화를 통해 서로를 더욱 더 이해하게 되고 동호회를 통해 쌓인 문화·예술적 감수성을 한수원 홍보 업무에 활용할 수 있게 되니 ‘이게 바로 일석이조’라고 회원들은 강조한다.
농담처럼 “아사모는 한수원 최고 동호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하는 회원들은 이 회의 살림을 맡고 있는 최혜민 총무의 헌신적 노력이 동호회 운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워낙 사람이 좋고 성실한 덕에 최 총무의 제안이면 누구도 거절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최교서 회장은 부장이라는 직책상 회원들과 조금 어려운 관계가 될 수 있음에도 특유의 친화력으로 모임의 맏형 같은 존재로 자리 잡았다.
최 회장은 “앞으로는 미술, 사진 뿐 아니라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예술 전분야를 섭렵할 생각”이라면서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면 홍보실이 아니어도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 있다”며 한수원 직원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했다.